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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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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그러거나 말거나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5.18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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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간의 관계는 늘 긴장을 일으킨다. 나이 차가 많다면 더 그렇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 폴은 39살이고 시몽은 25살이다. 폴은 남자가 아닌 여자이니 성소수자가 아니라면 시몽은 남자가 맞다.

어린 남자를 애인으로 두는 여자들이 소문에 시달리는 것은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성의 자유라면 할 말이 있는 파리라 해도 그런 예는 드러내 놓고 즐기기보다는 약간의 두려움 속에서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이냐고 묻는 많은 사람 특히 친구들에게 폴은 그런 두려움에 더해 모욕감으로 그들을 경멸한다.

아가씨에서 아줌마의 대열로 넘어가는 이제는 늙고 지친 그녀가 약간의 위안을 얻고자 젊은 남자를 만나는데 그런 입방아를 찧어댈 것을 생각하면 모멸감과 구역질이 아니 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가엽다고 혀를 차거나 지독히도 독립적인 여자라고 손가락질한다. 애송이, 어린애, 풋내기, 젊은 남자, 불장난 등을 떠올리면서.

잘생긴 남편을 떠났을 때도 사람들은 비난과 험담을 퍼부었다. 그러나 지금은 멸시와 시샘이 뒤섞여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녀 폴도 어린 시몽과 사귀는 것이 드러내 놓고 자랑질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숨기고 싶은 생각도 없다.

사람들은 이런 것보다는 차라리 그녀 또래의 주름진 로제와 만나면서 시몽과도 잠자리를 같이하는 그녀의 이중성을 탓해야 옳다. 그러나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작가는 더블데이트에 대한 반감이 없는지 이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물론 두 명을 상대하다 보면 신경 쓰이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양다리에 대한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 소설은 그러라고 쓴 것이 아니라 그녀 폴과 그녀를 향한 시몽과 로제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찰나의 즐거움 혹은 흘러간 물과 같은 덧없음이랄까.

건너뛴 부분을 잠깐 언급하면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폴은 반 덴 배시의 집에 사업 관계상 들른다. 반 덴 배시는 60살 할머니로 한때 로제의 연인이었다. ( 두 사람은 지금 폴과 시몽처럼 나이 차가 날 것으로 짐작한다. 당연히 로제가 어리겠지만 이후 할머니와 로제의 관계는 언급이 없고 폴이 그런 경험이 있었던 로제의 손에 포크를 찍고 싶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그의 마음 상태를 전하기는 한다)

반 덴 배시의 아들이 바로 시몽이다. 말하자면 엄마의 과거 한 때 연인이 지금의 연적인 셈이다. ( 이 부분 역시 전혀 언급이 없다) 시몽은 수습 변호사로 내용에는 없으나 흔히 말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청춘이다.

그는 폴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진부해서 인지 이런 문장도 작품에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시몽이 굳이 한 시간 동안 집 밖에서 기다렸다가 자기 차로 폴을 집에 데려다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만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브람스를 좋아하느냐는 편지를 시몽은 쓰고 그 편지를 폴이 읽는다. (그 전에 폴은 내 타입이 아니라는 이유로 만남을 원하는 몇 번의 제의에 말려들지 않았다)

▲ 39세의 폴과 25세의 시몽은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폴은 시몽 말고도 오래 사귀어 안정감이 있는 로제와의 관계도 끊지 못하고 있다.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인생은 여성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 생각은 옳을 지도 모른다. 사랑은 통속적이지만 전적으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 39세의 폴과 25세의 시몽은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폴은 시몽 말고도 오래 사귀어 안정감이 있는 로제와의 관계도 끊지 못하고 있다.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인생은 여성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 생각은 옳을 지도 모른다. 사랑은 통속적이지만 전적으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연애깨나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를 좋아하느냐고 묻고는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 연주회를 보러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몽도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그런 예를 따르면서 폴을 유혹하고 있다.(여기서 브람스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작곡가는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브람스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데이트 신청의 조금 세련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아내를 사랑했다고 한다. 당시 브람스와 슈만의 아내 클라라는 14살 차이가 났다. 폴과 시몽처럼)

이를 계기로 둘은 폴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 이후 시몽은 높임말 대신 반말로 폴에게 말한다. 폴은 시몽을 당신이라고 부른다. 굳이 이런 괄호를 친 것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시몽과 살면서 폴은 로제를 정리하지 않았다.

로제가 어린 여자나 창녀들과 잠자리를 수시로 하는 이유로 자신을 멀리 하기 때문이 아니다. 아직도 그녀의 마음 깊은 구석에는 로제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폴은 생각했을지 모른다. 애송이 시몽을 언젠가는 떨쳐내고 그러면 로제가 들어와야 할 자리는 언제나 비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은 5년간 사귄 안정감, 익숙함이 새로운 상황으로 들어가는 마흔 살에 어울리는 청춘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인가. 대체 불가능한 행복은 시몽 아닌 폴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인가. (작가의 표현대로 삶은 여성지 같은 것이 아니기에)

로제 역시 마찬가지다. 폴과 만남이 멀어졌어도 한구석에는 그녀에 대한 갈망이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서 폴에게 풀지 못한 넘치는 본능을 해결하고 나면 어느 순간에는 로제가 그리워지는 것은 그도 인정하고 있다.

폴도 그렇고 로제도 그러니 두 사람은 찢어지기보다는 다시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작가는 예상대로 폴이 시몽을 쫓아내고 로제와 재결합하는 설정으로 그려 놓았다.

다시 로제를 만난 폴은 진정으로 행복한 생활을 오래도록 유지했을까. 아니면 떠나보낸 것은 다시 만나기 위한 하나의 작은 과정이었으므로 다시 시몽을 끌어들일까. 그도 아니면 전처럼 로제와 시몽 둘 다를 차지하면서 인생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에둘러 타인의 시선을 외면할까.

이런 질문은 책을 덮고 나서 해야 한다. 거기까지는 사강이 설명하지 않고 작품을 끝냈기 때문이다.

담배를 즐기고 기분으로 약간의 술을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 사색에 빠지기를 좋아하는 폴의 성격으로 보면 작품이 더 길어졌다면 틀림없이 폴은 시몽과 다시 같은 이불을 덮고 있다고 단언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주인공 시몽과 폴과 로제는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사강을 이야기할 때는 언제나 순수문학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는 아마도 그의 작품이 고상한 품위를 강조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문학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상이나 이념, 현실참여나 치열한 자기 고백이나 성찰이 없는 가벼운 멜로나 연애 따위 이야기로 점잖은 축에 끼어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사강의 책은 골머리 쓰지 않아도 오래 묵은 술처럼 책장이 술 술 넘어간다. 딴 생각했다고 해서 읽다가 뒤로 넘어가는 일도 없다. 다 읽고 나서 읽은 부분을 다시 확인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삼류작가로 밀어 넣기에는 왠지 미안하다. 감수성 넘치는 문장이 장면마다 가득하고 이리저리 재고 즐기고 세월을 보내는 인간의 심리 묘사가 똑 부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와 삼류 사이의 중간에 끼워 넣고 싶은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문학적 가치를 놓고 벌이는 소란은 부질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책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기에.

그러니 고전 목록에 넣고 다른 사람에게 읽어 보라고 추천한다고 해서 깔보기보다는 아직 사강의 세계에 빠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지체없이 풍덩, 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사강이라는 필명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편 사강은 1999년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사강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가 1954년 19세에 쓴 <슬픔이여 안녕>만큼이나 유명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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