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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스크, 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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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스크, 팔 수밖에 없다
  • 의약뉴스 김홍진 기자
  • 승인 2020.03.21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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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공적 마스크 판매가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다만 일상이라는 것이 평온하지 않아 약사들은 지쳐가고 있다.

구매자들은 여전히 줄을 서고 불평ㆍ불만이 반복되고, 흔치 않지만 경찰이 출동해야할 만큼 심각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공적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해야 할 만큼 이들은 괴롭다.

5부제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주말에 약국을 찾았다. 그곳에서 실제로 목격한 장면들이 쉽사리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약국은 마스크 판매 시 장시간 줄을 서야하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번호표 배부 소식을 일찌감치 알린 뒤, 당일 아침에 번호표를 배부했다.

약국 앞을 지났거나, 약국을 자주 방문한 이들에게 이 같은 사실은 잘 알려졌으나, 번호표를 받지 못한 사람은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다는 안내를 듣고 “나쁜xx”이라는 말을 주저 없이 내뱉으며 발길을 돌렸다.

일찍 약국 앞에 나와 번호표를 받았던 한 시민은, 판매 시간에 늘어선 줄을 보고는 “번호표를 받았는데 또 줄을 서야 하느냐”라며 번호표를 내버린 뒤 약국을 떠났다.

주말 약국 혼잡을 우려해 고용된 일일 안내원은 안내 외에도 마스크 구매를 하지 못한 이들의 불편과 불만을 모두 감당해야 했다.

물론 그 이상으로 약사에게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마스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에게 약사는 ‘편하게 앉아 마스크 하나당 400원의 이윤을 남기는 사람’이 됐을 것이다.

약국은 왜 ‘나쁜 이들’이 돼야 했을까. 답은 단순명료한 ‘마스크 부족’이다.

휴일을 반납한 채 공적 마스크를 생산ㆍ유통하는 업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공적 마스크는 항상 부족하다.

과장을 보태면 대한민국에 보건용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렇지만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공적 마스크만큼이나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이유가 필요했고, 그 때문에 약국은 ‘탓’을 당해야 했다.

공적 마스크 판매를 결심한 대다수의 약사들 중 이러한 원망까지 감내하리라 마음먹은 이들이 얼마나 됐을까.

물론 약사회를 비롯한 일선 약사들의 예상대로 가수요가 일정 부분 사라지고 공급량이 상당히 확대됨에 따라 약국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해진 요일별로 약국에 방문할 경우, 대부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재고가 생겨 주변 혹은 인근 약국에 재고분을 양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더욱이 마스크 판매 추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니, 지역별 마스크 차등 배분이라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 나라가 약국을 응원하고 대통령, 국무총리, 정례 브리핑, 마스크 알리미 앱 및 웹사이트를 통해 약국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약사회도 약국의 공공보건의료 위상 강화를 위해 공적 마스크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방문했던 약국 약사들에게 미소가 번졌던 순간은 항상 마스크를 손에 쥔 국민들의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들은 뒤였다.

약사들이 고된 업무 속에서 지금 까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정책적 뒷받침이나 독려보다 약사와 대면한 고객ㆍ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전하는 감사 인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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