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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硏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위헌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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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硏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위헌소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2.2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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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자기결정권·기본권 침해 지적..."대안적 수단 마련해야"
▲ 경기도의료원 수술방에 설치된 CCTV 화면,
▲ 경기도의료원 수술방에 설치된 CCTV 화면,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문제점’ 정책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 내에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논의가 나오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거론한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핵심 보건정책으로 들고 나오면서였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 9월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91%가 수술실 CCTV 운영에 찬성하자 다음달인 10월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ㆍ운영을 시작했다. 

시범사업 결과, 총 834건의 수술 중 CCTV 촬영 동의건수가 63%에 해당하는 523건으로 확인됐고, 동의비율도 2018년 10월 53%에서 매달 조금씩 증가해 2019년 2월에는 73%까지 올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동의율이 조금씩 높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는 2019년 5월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전체 병원으로 수술실 CCTV 설치·운영을 확대했다.

현재 경기도는 올해부터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폐쇄회로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지난달부터는 경기도의료원, 여주공공산후조리원 등 2곳의 신생아실 내부에 CCTV를 설치·운영해 설치 장소와 범위를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들이 발의됐는데, 19대 국회에서는 최동익 의원이, 20대 국회에선 안규백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해당 개정안들의 주요 목적은 수술실 내 의료행위를 CCTV로 촬영하는 것을 의무화해 수술실 불법행위를 예방하거나 사후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정보 취득을 용이하기 해 의료분쟁을 신속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함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해당 법안들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19조 및 제17조를 근거로 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사생활 비밀의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데 필요불가결한 권리로 자신의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말한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를 통해 얻게될 공익이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정도로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률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경우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건, 범위 등이 명확하고 한정적으로 규정돼야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에 따르면 정보주체란 처리되는 정보에 의해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수술실 내 CCTV 정보주체는 환자와 의료인”이라며 “수술을 통해 노출되는 환자의 개인정보는 개인의 생명과 유사하게 계량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요도가 내표돼 있어 수술 영상 등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전했다.

환자의 진료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노출 시 환자에게 미칠 위해와 파급력은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환자가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은 사실의 공개만으로도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해킹으로 인해 환자의 나체가 그대로 들어나는 영상이 노출되는 것은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으로 환자는 개인정보자기통제권을 상실하게 된다”며 “환자의 개인정보자기통제권 상실은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하여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는 개인정보의 수집을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한다”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해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될 수 있으나, 제한의 정당화 요인으로서 정보주체의 동의는 다른 기본권 영역에 비해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2년 행정안전부와 복지부는 ‘의료기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이와 관련, 연구소는 “가이드라인에서 진료 등을 목적으로 특정 환자, 의료진만 출입 가능한 수술실 등 비공개 장소에 설치하는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로 수집 목적대로만 사용할 것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 등의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소는 “공익의 목적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개정안은 정보주체인 의료인의 동의없이 환자의 동의만으로 의료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정보주체인 의료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마련할 경우, CCTV 설치 목적의 정당성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안적 수단들이 검토돼야 한다”며 “CCTV를 통한 개인 이미지 촬영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는 “필수적인 것은 법치국가적 한계를 지키는 것으로 이는 단순히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CCTV를 통한 개인정보의 취득과 관련돼 있는 모든 기본권적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제거한 법률이어야 함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법률이 갖추어진 후 CCTV를 통한 개인 이미지 촬영이 허용돼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는 법안으로 침해되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 정도를 검토하기 위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를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최소한 침해하고자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의료인에게 환자비밀 준수의무를 강제했다”며 “환자의 진료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고자 하는 의료법, 형법과 상충되어 법률의 체계상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수술실은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병마와 싸우기 위해 의료행위를 하는 공간으로 고의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의도가 없다”며 “이러한 의료의 특성으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상사죄 예방과 CCTV 설치·운영은 관련성이 없고, CCTV를 통한 의료사고 예방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료정책연구소는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도입할 경우 의료인의 권익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언급했다”며 “기본권이 제한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대안적 조치 등을 통해서 보호하려는 법익을 보호할 수 있다면 기본권을 제한하는 의무조항이나 강제조항을 두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개정안은 정보주체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 환자 개인의 사생활과 자율권 침해, 의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등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연구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기본권 충돌에 있어서 적절한 것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비례의 원칙을 기준으로 살펴볼 때,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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