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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처방전 발행 지시 의사, 의료법 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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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처방전 발행 지시 의사, 의료법 위반일까?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1.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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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유죄 인정한 원심 파기...“무면허의료행위 관한 법리 오해” 판결
▲ 대법원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병원 밖에서 전화로 처방전 발행을 지시한 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병원 밖에서 전화로 처방전 발행을 지시한 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의사가 병원 밖에서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발행을 지시한 사건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까?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1, 2심과 달리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취소’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경 자신이 운영하는 B의원에 없는 상태에서 전화로 간호조무사 C씨에게 지시해 환자 D씨 등 3명에게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지시했고, C씨는 이에 따라 처방전을 발행했다.

C는 이 사건 위반행위에 관해 수사를 받으면서 ‘환자들이 내원하자, 자신이 A씨에게 전화해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따라 A씨의 컴퓨터에서 대상 환자를 클릭한 다음 동일하게 체크를 한 후 처방전을 출력, 환자에게 교부했다’는 내용으로 진술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2017년 1월경 A씨에게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고,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22조 제3항, 제27조 제1항, 제66조 제1항 제3, 5호,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에 따라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10일 처분을 했다.

A씨는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A씨는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듣고 처방전을 발행한 것이고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설령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를 하게 된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이미 업무정지 60일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아 이 사건 처분은 이중처벌로 볼 수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진료기록부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22조는 제1항에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이라 진료기록부 등이라 한다)을 갖춰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한다’고 되어있다.

제22조 제3항에는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ㆍ수정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지난 2016년 12월경 형사재판에서 의료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았고 확정됐다”며 “지난 2014년 10월경에는 ‘2013년 2월 21일 촉탁의로 협약된 요양원 진료를 위해 외출한 시간에 내원한 환자에게 직원으로 하여금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했고, 이를 진료기록부에 기재해 부당하게 진찰료, 정신요법료를 청구하는 등’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사실관계로 유죄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됐다”며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처분사유를 인정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했고 A씨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작성됐거나 내용의 미비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 자료로 삼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사유는 인정할 수 있고,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량권 일탈ㆍ남용에 대해서도 “업무정지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A씨가 운영한 의료기관에 대한 것이고 처분은 의료인인 A씨 개인에 대한 것으로서 그 대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인이 다른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인 개인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어 이 사건 처분이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에서 A씨는 “2013년 2월경 원외에서 환자들과 통화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간호조무사 C씨에게 처방 내용의 단순입력행위만 지시했고, 이에 따라 작성된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한 것”이라며 “이 같은 행위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 적법한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간호보조 및 진료보조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는 간호조무사에게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의료인에게만 허용된 의료행위인 ‘처방’에 필수적인 처방전의 작성․교부행위를 하게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형사재판에서‘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했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형(벌금 200만 원, 노역장유치 1일 1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며 “확정된 형사판결은 적용법조가 이 사건 처분과 상이하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2013년 2월 경 환자 3명에게 처방전을 교부한 주체가 간호조무사인 사실과 A씨가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간호조무사 C씨는 형사판결 관련 수사를 받으며 당시 A씨가 환자들과 직접 통화했는지에 관해는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C씨의 진술에 의하면 A씨가 지시한 사항은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는 것일 뿐, A씨가 세부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C씨는 환자들에게 내복약에 관한 처방전을 작성ㆍ교부한 것 외에 처방내역으로 당시는 A씨가 부재중이어서 실시할 수 없었던 개인정신치료(지지요법)까지 입력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패소한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하기에 이른다. A씨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위반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먼저 지난 2017년 12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는데,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의사 등이 직접 진찰해야 할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ㆍ교부했다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6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도 인용했는데,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된 의료행위만 할 수 있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과 제27조 제1항은 입법목적을 달리하며, 그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전혀 별개의 구성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환자 B씨 등 3명은 종전에 A씨로부터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았던 환자이므로, 의사인 원고가 간호조무사 C씨에게 환자들에 대해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방전 기재내용은 특정됐다”며 “처방전의 내용은 C씨가 아니라 A씨가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설령 A씨가 환자들과 직접 통화해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C씨에게 처방전 작성ㆍ교부를 지시했더라도,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C씨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하였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어 대법원은 “A씨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해 작성ㆍ교부를 지시한 이상,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ㆍ교부하는 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원심은 A씨가 C씨에게 지시한 것은 처방전 작성ㆍ교부를 위한 세부적인 지시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는 의료행위인 ‘처방’에 필수적인 처방전 작성ㆍ교부행위를 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의료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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