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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환자 가족 아닌 간호사의 대리처방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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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환자 가족 아닌 간호사의 대리처방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1.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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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 유추적용 가능 판단...현두륜 변호사, 의료기관 권리구제 필요
▲ 법원이 최근 환자 가족이 아닌 간호사의 대리처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 법원이 최근 환자 가족이 아닌 간호사의 대리처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환자가 직접 내원하지 않고 환자 가족이 내원해 의사와 상담 후 약제를 받거나 처방전을 발급 가능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환자 가족이 아닌 간호사가 대신한다면 과연 허용될까?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의료재단이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복지부의 요양기관, 의료급여기ᅟᅪᆫ 업무정지처분,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6년 10월경, A의료재단이 운영하는 A의원에 대해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로 조사대상기간을 정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환자 가족이 아닌 시설에 소속된 간호사가 내원해 상담한 것에 대해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해 지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 의료법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외래환자 진찰료-재진진찰료'에서 거동이 어려워 직접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환자 가족이 내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가족이 진료담당 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만을 발급받을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해당 환자에 대해 재진진찰료 소정점수의 50%를 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복지부는 4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고, 건보공단으로부터 54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는 이유로, 82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까지 A의료재단에 내려졌다.

이에 A의료재단은 “환자 본인이 매번 가족들과 함께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렵고, 요양시설 입소 환자 본인과 떨어져 지내는 가족이 의사에게 환자의 건강상태, 증상, 과거력 등을 자세히 듣기 어렵다”며 “오히려 요양시설 소속 간호사가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 가족보다 의사에 환자의 상태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단은 “노인복지법 제1조의2 제2호가 보호자를 ‘부양의무자 또는 업무 고영 등의 관계로 사실상 노인을 보호하는 자’로 규정한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를 보호하는 간호사도 환자의 가족과 유사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간호사에 의한 대리 진찰 및 원외 처방전 발급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B의원은 지난 2003년경부터 지역 마을과 촉탁의 계약을 체결한 후 매년 촉탁의 계약을 갱신하며 매월 2회 지역 마을을 방문해 환자들을 진료해 왔으나, 환자들의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동일 상병, 장기간 동일 처방, 환자 거동불능 등의 요건을 갖춰 간호사에 의한 대리처방을 하게 됐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의료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가 입소한 환자를 대신해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에 내원해 담당 의사와 상담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만 발급한 경우는 비록 간호사가 환자 가족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 경우에도 이 사건 규정을 유추 적용해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이 관련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환자의 가족이 노인요양시설을 자주 방문해 환자를 잘 관찰하지 않는 한 상근하는 간호사보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기 어려우며 의료인에게 환자의 건강상태를 더 잘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는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입소자의 질환 등을 의사 등의 의료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오는 2월 28일 시행 예정인 의료법 개정안은 특정 요건에 한 해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에게 처방전을 발송할 수 있으며 대리수령자는 환자를 대리해 그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종합했을 때 복지부의 업무정지 처분과 공단의 환수 처분은 부당하기에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해당 사건을 변호한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대리처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서도 대리처방에 대해서 진찰료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의료법에는 대리처방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었다”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그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복지부는 ‘환자 가족’에 한해 여러 가지 조건 하에서 대리처방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의료법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대리처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요건에 대해서도 그 기준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며, “이번 사건도 바로 대리처방의 허용되는 요건에 관한 해석상 논란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대리처방은 환자 가족에 대해서만 인정된다고 본 반면, 법원은 노인요양시설의 간호사의 경우에도 대리처방이 가능하다고 보아 서로 상충하고 있다는 게 현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현두륜 변호사는 “비록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구제받을 수는 있게 되었지만, 다른 사례에 있어서는 여러 병원들이 의료법 위반 등으로 부당한 제재와 처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늦게나마 대리처방에 관한 의료법이 개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개정 의료법 시행 이전에라도 대리처방과 관련한 부당한 해석이나 법 집행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그로 인해 부당하게 제재나 불이익을 받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권리구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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