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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일이 바빠서 재회는 다음기회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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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일이 바빠서 재회는 다음기회로 미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22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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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아내는 잠시 짬을 내 이런 기사를 읽었다. 참 편리한 세상이었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늘 신비로운 일이었다.

그녀는 생명도 마찬가지로 신비스럽게 대했다. 어제까지 살아 있었던 사람이 오늘 아침에는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한 번 태어나면 죽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지만 이런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은 매번 있는 일이었지만 힘들었다.

어제는 60대의 금발 여인이 사랑하는 가족 품을 떠났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늘 바빳기 때문에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어머니는 죽으면서 이런 당부의 말을 했다.

'젊음은 금방 지나간다. 그러니 하루 하루를 의미있게 살아라.'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참 편안했다. 극도의 공포와 고통속에서도 그녀는 인간의 숭고함을 보여줬다.

아내는 그녀가 성자가 있다면 바로 그녀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단하게 여겼다. 호스피스 병동에 왔을 때도 그녀는 자신의 앞날을 알고 그것에 대비해 왔다.

차분했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처럼 어떤 때는 작은 흥분을 느끼면서 짐을 꾸렸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동네 커피숍을 가는 것처럼 홀가분한 마음 가짐이었다.

아내는 숱한 죽음을 목격하면서 죽음 그 순간까지 삶의 애착을 보였던 많은 사람들과 대비되는 그녀의 마지막을 기억했다. 나중에 그녀의 딸이 찾아왔다. 그리고 아내에게 그동안 어머니를 잘 보살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생전에 어머니가 자주 하신 말씀이나 내가 꼭 알아야 할 말을 했다면 들려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내는 앞서 한 이야기를 딸에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임종 직전까지 성자와 같이 차분한 모습을 보여줘 다른 호스피스 환자들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하고 모범을 보여준 것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녀는 원래 엄마는 어떤 일이건 크게 놀라거나 화를 낸 적이 없다면서 그런 평소 습관이 죽음에서도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딸은 바쁘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는 그녀를 현관까지 배웅하고 나서 그녀가 남긴 혈육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지켜 보았다. 한편 리처드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병동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간 사람은 리처드가 유일했다.

그녀가 한국에서 이곳으로 온 지도 1년 하고도 반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리처드와 아내는 가까운 친구사이로 지냈다. 어려울 때 서로 아픔을 나눴고 즐거울 때 같이 기뻐했다.

남편은 한 번 미국에 오겠다고 했으나 청소일이 바쁘기도 했고 하루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걱정이 돼서 아직 미국행을 결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 역시 한국으로 한 번 가고 싶었으나 그녀 역시 호스피스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그녀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떠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남편과 아내는 각자 일에 너무나 충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회의 상봉을 미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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