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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기에 미안하다” 눈물바다 된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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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기에 미안하다” 눈물바다 된 법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1.1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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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망 사건 8차 공판…1년 이상 금고형 구형
 

지난 2017년 12월 사건 발생 이후 1년 이상 진행되어온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된 1심 공판이 모두 종료됐다. 재판부는 8차 공판을 끝으로 결심을 선언하고, 다음달 21일 판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 의료진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결심 공판은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A씨, 그리고 보건복지부 B과장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됐고, 피고인들에 대한 심문도 이뤄졌다.

피고인 심문 과정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조 교수는 “유족대표분이 어제 증언을 하셨는데, 뵙는 게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며 “지금 피고인으로 앉아있지만 두 아이 엄마이고, 신생아 진료해 온 의사로서 동시에 4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은 큰 고통”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족들에게 사과할 자리가 없어 섭섭해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건 직후부터 병원은 저를 버렸다. 의료원장은 저 혼자 책임지겠다고 했고, 부원장은 보호해주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며 “병원 사과 당시 감염 책임을 인정한 부분이 나중에 법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해서 참석하지 않았고, 이후 유족과 합의하는 장소에 나가겠다고 했지만 나올 필요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공판에 방청 온 유족대표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 조 교수는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오늘 나오지 않은 유족들 모두를 찾아 뵙고 사과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강 전공의도 “신생아중환자실 근무 전공의로서 환아 4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유족 대표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그는 “전공의이기 때문에 사고 이후 병원의 통제를 받아 독단적으로 연락드릴 방법이 없었다. 환자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지만 전할 길이 없었고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증인 심문에 이어, 피고인 심문이 모두 마무리되자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구형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은 본건의 발생 원인은 정부의 의료시스템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지만 공판 과정에서 살펴보면 의료진이 감염에 대한 기본적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으로, 수가가 높아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 아니다”며 “피해자들의 부모는 피해자들이 미숙아로 태어나 좁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잘못이 아닌지 마음 아파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는 “환자 가족은 의사나 간호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의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다. 사건 이후부터 누구도 아이들의 사망원인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없다”며 “증인심문 과정에서 피고인 중 한 명이 당신 때문에 구속됐었다고 말하는 걸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나오지 못한 아이들의 삶은 누가 책임져야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판 내내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원인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제3의 원인이 있다고 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며, 감염에 대한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관리감독을 안했음에도 막연히 관행이었다면서 변명 뒤에 숨었다”며 “책임을 가지고 사건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수사 공판 과정에서 반성의 기미 없고, 아이들 사망에 대해 유족과 병원이 합의했으나 피고인들이 진정어린 사과 등 태도가 결여돼 있고, 어떠한 노력이나 진정어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주치의인 조 교수와 박 교수에게 금고 3년, 주치의인 심 교수와 수간호사에겐 금고 2년, 전공의와 간호사 2인에겐 금고 1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변호인들의 최후 변론이 진행된 이후, 피고인들은 최후 진술을 통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조 교수는 “신생아 진료현장을 떠난 지 1년이 넘었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법체계에서 정한 형벌이 아니더라도, 내가 받아야할 벌이라고 본다. 유족에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참석하지 않은 유족들을 찾아 죄송한 마음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강 전공의는 “사건 당일만 되풀이하면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내 시계는 2017년 12월 16일에 멈춰있다”며 “이제는 환자를 보기가 무서워서 겁이 난다. 내가 한 것에 대해서 안했다고 부인하지 않았지만 답답한 것은 내가 하지 않은 것과,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추궁하니,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심 수간호자는 “변명 같아서 더 말은 안하겠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 간호사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유가족에게도 죄송하다고 마음의 고통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전했다.

오 간호사도 “아이들이 좋아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사를 지원해서 들어왔다”며 “이렇게 한순간에 아이들이 떠나게 돼서 마음이 아프다. 유족들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중한 아기 4명을 살려내지 못했고, 유족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평생 4명의 아이를 마음에 두고 어떤 방법으로든 아픈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픈 아이들 잊지 않게, 그동안 못한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소명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전했다.

심 교수는 “유족분들 앞에서 고통과 두려움을 감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신생아가 천직이라고 생각했고, 일을 못할 때까지 계속 할 거라고 했는데, 유족들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피고인 최후 진술이 마무리되자 재판부는 재판 종료를 선언했다.

재판장은 “지금 심리를 해왔는데, 이 사건 쟁점은 피해자 사망원인은 무엇인지, 감염 원인 경로는 무엇인지, 피고인들의 행위, 태도 과실이 있었는지, 주의의무가 무엇인지, 과실이 있다면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법원에서 잘 검토해서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 규범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을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릴 거 같다면 다음달 21일 오후 2시에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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