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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18.12.13 목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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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유령>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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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11.28  13: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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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치자.

‘낳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다시 가져가라.’

어머니가 받았을 충격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아무리 버릇없는 아들도 어머니에게 차마 이런 말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입센의 <유령>에 등장하는 오스왈드는 어머니 알빙 부인에게 사정없이 이렇게 말한다.

‘난 이런 삶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도로 뱃속으로 가져가라.’

어머니는 아들이 아닌 유령을 보고 있다고 소리친다.

‘유령이다.’

죽음 직전의 병적인 상태에서 지껄인 말이라도 유령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오스왈드는 7살에 떠난 유학 생활을 끝내고 어머니 곁으로 막 돌아왔다.

알빙 부인은 방탕한 아버지를 피해서 어린 나이에 오스왈드를 다른 나라로 보냈다.

청년이 돼서 집으로 온 아들은 그러나 어머니가 원하는 아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정신과 육체 모두 순수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들은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술에 절어있다. 방탕한 아버지를 닮은 모습이다. 아들의 타락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스왈드는 집의 하녀 레지네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그녀를 추행했다. 사랑의 이름으로.

이를 본 알빙 부인은 또 한 번 아들이 아닌 유령을 본다.

아들은 레지네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거절한다.

셋이 모인 자리에서 어머니는 레지네가 아버지가 범한 하녀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충격을 받은 레지네는 집을 뛰쳐나간다.

배가 다른 남매지간이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오스왈드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을 이뤄지지 않는다.

레지네는 떠났고 오스왈드는 중병에 걸렸다. 방탕한 아버지가 퍼트린 매독균이 뇌를 갉아 먹고 있는중이다. 아들은 미쳐가고 있다. 발작은 심해진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그런데 마침 해가 들기 시작한다. 만년설 뒤의 집으로 해가 비쳐들고 있다.

죽어가는 아들은 외친다.

‘햇빛, 햇빛을’

이것은 헨리크 입센의 <유령> 끝 장면이다.

작품의 앞으로 돌아가 보면 레지네를 데려가려는 아버지 엥스트란드가 나온다. 그는 갑판원을 위한 싸구려 헛간 같은 집이 아니라 선장이나 항해사를 위해 쉴 수 있는 품위 있는 고급 호텔을 지으려고 한다. 그래서 레지네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을로 돌아가자는 아버지의 제의를 거부한다. 아버지는 선원들과 레지나를 결혼시켜 돈 벌 궁리를 한다. 하지만 레지네는 방금 전에 돌아온 그 집 아들 오스왈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아원 건립을 알빙 부인과 상의하기 위해 온 만데르스 목사는 그런 레지네에게 딸의 의무와 자식 된 도리로 설득한다.

하지만 레지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장면은 바뀌어 레지네가 나가고 알빙 부인은 책을 읽고 있다. 아마도 페미니즘이나 여성 주체성을 강조한 내용으로 보인다.

(목사가 왜 이런 책을 읽느냐고 묻거나 검열이나 이따위 책 혹은 이런 책을 읽으면 기분이 더 좋아지거나 행복해지느냐고 알빙 부인을 깔보는 장면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알빙 부인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여기서 알빙 부인은 같은 작가의 <인형의 집> 주인공 로라를 연상시킨다. 로라처럼 알빙 부인 역시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주체를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남편의 방탕한 생활 때문에 집을 나간 사실을 목사인 만데르스에게 이야기한다.

그러자 만데르스는 그녀를 이해하기 보다는 되레 남편을 심판하기 위한 자리에 아내가 앉으면 안 된다고 꾸중한다. 부인의 의무는 부인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라고. (열린책들)

아내의 의무를 저버리고 어머니의 의무도 버렸으며 정말 죄 많은 어머니라고 질책한다.

알빙 부인은 하지만 주눅 들지 않는다. 목사 역시 결혼생활에 대해 판단 할 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고 반박한다.

어린 아들을 위해 참았으나 하녀와의 그 일이 있은 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는 것도 실토한다. 남편과는 끝내야 될 때 끝냈을 뿐이라고.

2막 역시 우울한 가운데 시작된다. 정원 밖의 풍경은 안개가 가득하다. 알빙 부인과 목사는 여전히 대립한다.

부인은 그놈의 법과 질서가 세상을 망쳐 놓는다고 주장하고 목사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반박한다. 그러면 부인은 다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낡은이론, 낡은신념, 낡은 사물들에 대해 몸서리친다, 마치 나라 전체에 유령이 사는 것 같다고 고함을 친다.

그러면 목사는 책에 대해 험담을 했듯이 이번에도 많은 책을 읽고 난 뒤 얻게 되는 수확, 멋진 결실이라는 것이 혐오스럽고 선동적인 자유주의자의 책들이라고 매도하면서 알빙 부인이 그런 책으로부터 얻은 생각으로 당치도 않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 이 부분에서 알빙 부인과 목사가 한때 연인 관계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문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후 둘은 그런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

오스왈드는 태어나면서부터 벌레 먹은 몸의 고통에 대해 어머니에게 이야기하고 앞서 말한 대로 아름다운 레지네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다.

마지막 장인 3막에서는 엥스트란드가 등장해서 알빙 부인과 목사 앞에서 선원들을 위한 집을 짓는 계획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집 이름은 알빙 대위의 집이라고 짓고 운영이 잘 되면 그를 위한 추모 공간도 마련하겠다는 뜻을 비친다.

그 말을 들은 오스왈드는 아버지를 기억하는 공간은 고아원처럼 다 타 버릴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는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아버지가 젊은 장교시절 인생을 즐겼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레지네도 원래는 너와 똑같은 우리 가족이라는 사실도.

레지나는 그 말을 듣고 내 젊음을 나도 누려야겠다, 인생의 기쁨을 찾겠다며 집을 박차고 나간다.( 이 장면도 앞서 말했다.)

남은 알빙부인과 오스왈드 두 사람. 오스왈드는 거의 죽기 직전이다. 더이상 그림도 그릴 수 없다. 뇌가 물렁 해져 축 늘어진 아들은 햇빛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 이 역시 서두에서 이야기했다. 한 말을 되풀이 한것은 그래야 좀 더 이해가 쉽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알빙 부인은 가출했다. 남편 알빙 대위의 방탕한 생활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마치 <인형의 집> 로라처럼 집을 나간 것이다. 하지만 나간 로라가 돌아오지 않은 것과는 달리 알빙 부인은 다시 집으로 온다.

목사 만데르스의 설득 때문이다. 부인이 왔으나 남편의 방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목사는 남편이 죽은 후에 그 사실을 부인을 통해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렇다고 부인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부인을 여전히 낡은 관습의 틀에 묶어 두려고 한다.

헨리크 입센의 <유령>은 전작 <인형의 집>과 여로모로 닮았다. 부인과 하녀의 가출은 로라의 그것과 견줄만하다.

실제로 입센은 이 책을 진보적인 책, 페미니즘 책이라는 <인형의 집>에 대한 세간의 비난에 대한 반박으로 썼다.

말하자면 <인형의 집>은 <유령>의 도입 부분이라고 할 만하다. 종교적 편견과 위선, 도덕, 권위, 관습 등으로부터의 해방, 남녀 평등이 필요하다고 입센은 주장한다.

법과 질서가 개인에게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하는지 의문을 품어 보라고 주문한다. 마치 유령처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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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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