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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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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 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1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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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넘었어도 그의 눈에서는 광채가 났다. 눈만 살아 있는 노인이었다.

그런데 그 눈은 서광이 비치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무언가 찌르는 느낌이 들었고 너무 세서 마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시선이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선이 다른 시선을 압도했는데 그것은 매우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살로 파고드는 야수의 시선보다 더 센 것이 노인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시선을 애써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인간의 눈에서 나오는 빛이라면 감당하지 못한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심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그 노인과 한 두 시간 같이 있으면서 술잔을 기울였는데 한 번도 정면으로 들어오는 눈길을 피하지 않고 마주 받았다.

그 역시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눈에 더욱 힘을 주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노인은 다른 사람에게 지금까지 자신의 눈길을 피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다.

나는 그 말을 듣기 전에 그 술집에서 그가 베트남전에서 했던 전투의 경험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 전쟁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 약간의 무용담이나 과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을 죽였다는 사실 만큼은 거짓이 없었다.

그는 몇 명이나 죽였는지 구체적인 숫자는 말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어떤 때는 총구 끝에 달린 대검으로 마지막 숨통을 끊었다고도 했다. 그런 말을 할 때 그의 눈은 더욱 살기를 띄었지만 내가 피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술에 취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객기 때문이었다.

그 노인은 계속해서 전선 속에서 벌어졌던 죽음과 죽음의 주인공인 자신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때는 총을 들어 겨냥하는 시늉을 했고 어떤 때는 수류탄 던지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의 입에서 포연 같은 연기가 쉴새 없이 나왔고 재떨이에는 수북이 꽁초가 쌓여 갔다.

내가 이런 경험을 절대자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하는 이유는 절대자의 눈과 그의 눈에서 보이는 다른 점 때문이었다.

절대자의 광채와 살인자의 섬광이 같을 수는 없었지만 두 눈의 극단적인 시선은 잠시동안 뇌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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