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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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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13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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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이 좋았다. 상대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도 명령하지 않았다. 내 나이 오십 중반을 넘었다고 해도 절대자에 비하면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절대자의 나이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300살 이상은 더 먹었을 것이다. 그러니 해라를 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고 그 것을 고깝게 받아들일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절대자가 누구인가. 신이 없는 세상에서 신과 버금가거나 아니면 그 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자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양 나에게 마치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나는 그 것이 불편하기 보다는 편했다. 비록 내가 부탁하는 입장에 있기는 하지만 그 부탁이라는 것이 순전히 개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하자면 공익적인 것이었으므로 무엇을 요구한다고 해도 기죽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되레 당당하게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협박한다고 해서 양심에 크게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앞서 두 어차례 경험에서 절대자는 자신이 보기에 그 것이 지나치지 않고 인류 보편의 문제와 가깝다고 여기면 두 말없이 청을 들어 줬기 때문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발을 앞으로 뻗었다. 그 것은 어른 앞에서 태도가 불량한 자세는 아니었다.

가지런히 모은 발에서 오히려 조심하는 모양새가 나타났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절대자는 편하게 앉으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이번에는 좀 더 무거운 부탁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옆에 간이식탁을 마련했다.

의자 옆의 식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므로 나는 그 위에 놓인 포도주와 잔 두 개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즈음 등산객들은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 때문인지 서너 명 남아서 아직 채 지지 않은 노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들었던 손가락을 아팠던지 손을 내리고 아래로 사라졌기 때문에 관악산 정상은 오로지 절대자와 나의 독무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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