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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지침 권고등급, 현실을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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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지침 권고등급, 현실을 반영해야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11.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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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

“항암제는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지난 6월 개정된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드라인’을 두고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바이엘) 이후 새롭게 등장한 1차 전신치료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 에자이)의 권고등급이다.

무작위 대조임상(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통해 확증된 2차 치료제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렌비마의 권고등급을 넥사바(A1)보다 낮게(A2)로 제시한 것을 두고 불거진 논란이 지금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의약뉴스는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를 만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지난 6월 개정된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드라인’을 두고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무작위 대조임상(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통해 확증된 2차 치료제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렌비마의 권고등급을 넥사바(A1)보다 낮게(A2)로 제시한 것을 두고 불거진 논란이 지금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 이에 의약뉴스는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를 만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2018 가이드라인, 전세계 최초 2차 치료 분류
대한간암학회와 국립암센터가 발간하는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은 지난 2003년 처음 제정된 후 2009년과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외에서 소개된 새로운 연구결과와 치료법들이 반영됐는데, 다른 가이드라인과는 달리 간세포암종 가이드라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반영된 진료 지침들도 적지 않았다.

2018년 가이드라인 역시 프리모비스트를 이용한 MRI 진단법을 대폭 인정했고, 세계 최초로 2차 치료를 구분, 정식으로 다루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2018년에 들어오면서 간암 2차 전신치료제로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 바이엘)가 정식 허가를 받아 반영해야 할 상황이 됐다”면서 “항암제를 포함해 1차 치료 후 2차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있었는데, 이번에 밀렸던 숙제를 하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레고라페닙 이외에는 2차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무작위 대조 임상을 통해 제대로 입증된 것이 너무나 미흡했다”며 “그러다 보니 근거수준(Evidence level)은 대부분 C로, 겨우 우격다짐으로 포함했지만 처음으로 2차 치료를 정식으로 포함했다는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 박 교수는 “2018년에 들어오면서 간암 2차 전신치료제로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 바이엘)가 정식 허가를 받아 반영해야 할 상황이 됐다”면서 “항암제를 포함해 1차 치료 후 2차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있었는데, 2차 치료를 정식으로 포함한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의 설명처럼 레고라페닙은 무작위 위약대조 임상에서 소라페닙(넥사바) 치료 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2차 치료시 중앙생존기간(Median OS)이 10.6개월로 위약군의 7.8개월보다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1차 치료제로 소라페닙을 사용한 이후 레고라페닙을 연속적으로 투여한 그룹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26개월에 달했다.

이를 근거로 스티바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새롭게 추가된 2차 치료 옵션 중 유일하게 A1의 근거수준 및 권고등급을 부여받았다.

이외에 아직은 레고라페닙 보다 근거수준이 미약한 카보잔티닙(제품명 카보메틱스, 입센)은 B1, 니볼루맙(제품명 옵디보, BMS)과 라무시루맙(제품명 사이람자, 릴리)는 B2, 세포독성화학요법과 간동맥주입화학요법은 각각 C1과 C2로 근거수준 및 권고등급을 부여했다.

박 교수는 “단서와 조건 등 근거를 명확하게 따져 매우 정당하게 순위를 매겼다”면서 “카보잔티닙은 가이드라인 발표 즈음에 임상에 성공했다는 정식 논문이 나와 영문판에서는 등급이 올라갔고,  간동맥주입화학요법은 일본에서 무작위 대조임상에 실패해 오히려 등급이 내려갔다”고 소개했다.


◇권고등급, 해당 국가의 현실 반영...환자가 묻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렌비마는 간세포암 1차 전신치료에서 강력한 데이터를 확보해 가이드라인 개정 당시 FDA의 허가를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A등급을 부여받았다.

넥사바와의 직접 비교 임상에서 1차 목표였던 전체 생존기간의 비열등성을 입증했으며, 2차 목표였던 무진행 생존기간, 질병진행까지의 시간, 객관적 반응률 등에서는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

중대 이상반응은 렌비마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주된 부작용 양상은 렌비마가 고혈압, 넥사바는 수족증후군으로 차이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두 약제의 권고등급 차등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1차 목표는 비열등성에 그쳤으나, 2차 목표에서는 넥사바보다 우월한 결과를 보였음에도 오히려 권고등급이 낮을 이유가 없다는 것.

오히려 두 약제의 부작용 발현 양상이 상이한 만큼, 환자의 컨디션에 따른 약제의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일단 “가이드라인을 만들 당시 렌비마는 FDA의 허가를 받지 못했었지만,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근거수준을 A등급으로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근거수준과 달리 권고수준(Strength of Recommendation)은 그 나라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여러가지 논의 끝에 위원회에서는 공식적으로 렌비마의 권고수준을 2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지적하는 ‘현실’이란 앞서 말한 2차 치료 옵션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

지난 10년간 간암 1차 전신치료의 유일한 옵션이었던 넥사바와는 달리 처음으로 넥사바와의 직접 비교임상에 성공한 렌비마는 아직 무작위 대조임상을 통해 확증된 2차 치료옵션이 마련되지 않았다.

▲ 박 교수는 “근거수준과 달리 권고수준(Strength of Recommendation)은 그 나라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여러가지 논의 끝에 위원회에서는 공식적으로 렌비마의 권고수준을 2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에서는 렌비마의 권고등급이 넥사바보다 낮은 A2로 설정된 것은 물론, 2차 전신치료제 권고사항에도 C등급인 세포독성항암제나 간동맥주입화학요법 외에 B등급인 니볼루맙이나 카보잔티닙, 라무시루맙 등의 선행요법에는 소라페닙만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전신치료제를 순서와 무관하게 사용하는 일본이나 유럽에서 보듯, 렌비마에 2차 치료 옵션이 부재하다 볼 수 없으며, 2차 치료제의 RCT 결과가 1차 치료제의 권고등급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박 교수는 “암 환자들이 의사에게 묻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치료제를 쓰면 나을 수 있는지 ▲이 치료제를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이 치료제가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며 “이에 대해 의사들이 답해줘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렌비마는 아직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이 같은 반론을 일축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2차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면서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오프라벨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약제의 권고등급에 차이를 두지 않지만, 식약처 허가사항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처방해야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허가 사항을 넘어 의약품을 처방하면 범죄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렌바티닙을 사용한 후 다른 전신치료제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넥사바 이후 스티바가를 사용하는 것은 대규모 RCT를 통해 유효성이 입증됐고, 급여도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도 적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권고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차 목표 비열등성, 2차 연구 목표로 우월성 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해
렌비마의 REFLECT 임상을 두고 넥사바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하는 시각 역시 옳지 못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 박 교수는 “암 환자들이 의사에게 묻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치료제를 쓰면 나을 수 있는지 ▲이 치료제를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이 치료제가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며 “이에 대해 의사들이 답해줘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렌비마는 아직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축구와 같은 게임을 할 때, 골을 기준으로 승부를 가르자고 룰을 정하고서는 골은 1대 1인데 슈팅수가 많았다면서 이겼다고 하는 것이 옳은가”라며 “골득실로 승패를 가르기로 하고서는 그 외의 요소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위분석을 통해 확인된 B형 간염환자에서의 효과 역시 두 약제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일단 “넥사바의 3상 임상인 SAHRP 연구에서 B형 간염 대비 C형 간염 기인 간세포암 환자에서 더 유리하게 데이터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후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인 AP(Asia-Pacific) 임상과 4상 임상인 GIDEON 임상이 진행됐고, 국립암센터에서도 800명 정도의 넥사바 투약 환자를 분석했는데, B형 간염 환자가 C형 간염 환자와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약제가 좋아지면서 간암환자에서도 B형 간염은 조절 가능한 질환이 됐다”면서 “C형 간염도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간암환자에서 동시치료는 불가능한 반면, B형 간염 및 간암환자는 B형 간염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조절이 가능해졌고, 오히려 항암치료를 더 잘 견디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과거 2007~2008년의 데이터에서는 B형 간염 간암환자의 치료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어떤 항암제이건 B형 간염 환자에서 더 좋게 나오고 있다”며 “효과 좋은 B형 간염 치료제들이 보편화되면서 항암치료에서도 유리해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에 “어떤 전신치료제가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더 효과가 있다거나 효과가 없다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 박 교수는 “가능성을 가진 치료제는 많다”면서도 “하지만, 전문가는 환자들에게는 ‘가능성’이 아니라 ‘RCT를 통해 입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야 하며, 특히 생존이 절박한 암환자에게는 입증된,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정확한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 입증된 정확한 근거로 정확한 판단을 해줘야
박 교수는 간세포암종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논란들에 대해 가능성이 아닌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RCT가 아닌 오프라벨이 가능한 유럽이나 일본에서의 실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렌비마에도 2차 치료 옵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박 교수는 “렌바티닙이 좋은 치료제인 것은 맞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렌바티닙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여전히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가능성을 가진 치료제는 많다”면서도 “하지만, 전문가는 환자들에게는 ‘가능성’이 아니라 ‘RCT를 통해 입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야 하며, 특히 생존이 절박한 암환자에게는 입증된,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정확한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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