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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전문가 육성해 통일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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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전문가 육성해 통일에 대비해야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8.09.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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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관리협회 채종일 회장

“평양에도 한국건강관리협회 지부를 설립하고 싶다.”

반만년 동안 함께 살다 70년간 헤어져야 했던 한반도에 통일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남의 횟수를 늘려갈수록 통일에 기대감도 함께 자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다가올지 모르는 통일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분야에서는 남과 북이 70년 세월 동안 교류 없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만큼, 본격적인 남북 교류에 앞서 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남북 교류에 발맞춰 북한 주민들의 건강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신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 시절,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로 이끈 한강의 기적만큼이나 성공적으로 기생충 박멸 사업을 수행했던 역량을 북한 주민들의 기생충 박멸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의약뉴스는 최근 제14차 세계기생충학회 총회(ICOPA 2018)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세계기생충학자연맹(World Federation of Parasitologists, WFP) 회장에 선출된 한국건강관리협회 채종일 회장을 만나 WFP 회장으로서, 또 한국건강관리협회장으로서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 한국건강관리협회 채종일 회장은 지난 8월, 제14차 세계기생충학회 총회(ICOPA 2018)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세계기생충학자연맹(World Federation of Parasitologists, WFP)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학회의 발전은 물론 협회의 사회공헌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면서 특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통일에 대비해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생충 박멸과 건강검진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ICOPA 2018, 40여 개국 100여 개 학회 2000여명 참석 성황
지난 8월 19일, 대구컨벤션센터(EXCO)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생충학 분야 총회인 ‘제14차 세계기생충학회 총회’가 40여개국 100여 개 학회, 2000여 명의 관련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기생충의 득과 실 (PARASITES: HARMS & BENEFITS to Animals and Humans)’을 주제로 6일간 진행된 이번 총회에서는 1500여편의 논문들이 접수돼 기생충학 연구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채종일 회장은 “그동안은 기생충의 해로운 부분만을 부각해왔는데, 이번에는 이로운 점까지 조명하는 자리가 됐다”면서 “예를 들어 돼지편충을 통해 크론병을 치료하는 것 처럼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또한 “인체에 감염되는 기생충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기생충까지 원헬스(One-Health)의 개념에서 접근하는 시도들이 있었고, 지구 온난화로 기생충 관련 질환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연구들도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 한국 기생충 관리 사업의 역사.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전신 한국기생충박멸협회에서 출발해 반세기에 걸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생충 박멸에 기여해왔다.

◇국내 학자 최초 WFP 회장 선출...저개발국 참여 확대ㆍ학술지 발전 과제
ICOPA 2018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생충퇴치 모범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채종일 회장은 ICOPA 2018 대회장으로서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학자로는 최초로 WFP 회장에 선출됐다.

채종일 회장은 “WFP 회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세 가지”라며 “그 중 첫 번째는 WFP의 저변 확대”라고 강조했다.

기생충이 많지만 이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나 학회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학회 개설을 독려하고, 연맹에 참여하도록 이끌어 회원국을 현재 60여 개국에서 100여 개국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이와 함께 그는 “연맹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를 더욱 발전시켜 개도국의 학자들도 논문을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며 “논문 게재료가 부담이 되는 저개발국 학자들에게는 지원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학술지의 발전을 위한 재원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차기 ICOPA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데, 실무는 그쪽에서 하지만 주체는 연맹”이라며 “이를 준비하는 것도 제 책임”이라고 밝혔다.

▲ 한국건강관리협회 임직원들이 전국 초중고생들의 수신변간 채변봉투를 수거해가며 장내기생충 집단검사 사업을 진행해 온 덕에, 전후(戰後) 80%가 넘던 국내 기생충 감염률은 2%대까지 하락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사회공헌 강화 목표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전신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1969년부터 26년간 전국의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장내기생충 집단검사 사업을 진행하는 등 기생충 박멸사업에 앞장서왔다.

덕분에 80%가 넘던 우리나라의 기생충 감염율은 2%대까지 하락했고, 눈부신 기생충박멸사업의 성과가 바탕이 돼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한국건강관리협회로 재탄생했다.

기생충 박멸을 위한 역할이 줄어든 만큼, 건강검진과 맞춤형 건강증진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바를 찾은 것.

50년 역사를 넘어서며 기생충 박멸에서 근거 중심의 건강검진과 보건계몽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건강 지킴이로 활약해왔던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는 통일시대를 바라보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생충 박멸 사업을 북한에도 적용해 통일에 대비하고, 나아가 평양에도 지부를 세워 북한 주민들을 위한 건강검진 사업도 추진해보고 싶다는 포부다.

▲ 전후(戰後) 기생충 박멸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건강검진사업에 돌입, 한국건강관리협회로 거듭났다.

채종일 회장은 먼저 “국내에서는 맞춤형 진단이나 유전자 진단을 더욱 확대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조기진단률을 더 높여 환자분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협회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지 않는 단체로 자립을 위해 건강검진을 통해 수가를 받고 있지만, 상당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면서 “무료 건강검진이나 환경정화, 보건교육, 지역 사회체육 지원, 국제협력사업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본부 차원에서 사회공헌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는 북한도 (사회공헌 사업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26년간 진행했던 사업을 북한에서도 진행한다면, 2040년경에는 북한도 우리나라처럼 기생충 감염률이 2~3%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꿈”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나아가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평양에도 지부를 하나 세워서 CT나 MRI 등의 건강검진이 필요한 분들을 지원해 드리는 일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생충학자 설 자리 없어...통일에 대비해 전문가 양성해야
80%가 넘던 기생충 감염률을 단시간에 2~3%로 끌어내린 역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나라는 기생충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채종일 회장 역시 인체 기생 흡충인 참굴큰입흡충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신종 기생충과 감염사례들을 학계에 보고한 기생충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러나 채종일 회장은 우리나라의 기생충 학자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역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멸됐다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기생충 관리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은 대학에서 기생충학 관련 교수를 채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는 “세계적으로 보면 기생충이 창궐하는 나라에는 기생충 학자가 없고, 기생충이 거의 없는 선진국일수록 기생충학자가 많다”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새로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생충을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독 우리나라의 기생충만 보면 된다는 후진국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그는 통일 후를 걱정했다. 우리나라의 학자를 육성해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

특히 그는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여전히 2~3%정도는 장내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는데 그렇게만 보더라도 100~150만명 정도는 장내기생충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적어도 50%정도는 될 텐데 1000~1500만명 정도가 감염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기생충학자가 굉장히 드물고 예방의학자들이 기생충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생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 박멸에 성공한 배경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투약간격을 설정, 재감염을 막았기에 가능했는데 비전문가들로는 이러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 채종일 회장은 기생충학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역량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내에서는 기생충학 전문가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채 회장은 “기생충 전문가들이 북한에 파견되어 기술을 전수하거나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기생충 박멸 사업을 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2~3%의 감염률은 대변검사를 통해 진단되는 장내기생충만 집계한 것으로 진단되지 않는 것을 포함하면 더 많다”면서 “이런 질환들은 구충제로 해결할 수 없는 전문적 질환으로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해외에서는 기생충을 통해 크론병처럼 질병을 치료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예쁜꼬마선충을 활용한 유전학. 신경학, 분자생물학 연구로 2000년대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노벨상을 수상자가 나았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생충 연구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채 회장은 “북한에도 기생충 전문가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부터 씨를 말리면, 통일 후 함께 기생충 후진국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사학에서는 기생충 전문가 육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의 영역에서 기생충학자에 대한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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