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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중단 결정, 누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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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중단 결정, 누가 해야 하나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8.07.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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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무연고자’ 사각지대…‘지정대리인’ 도입 목소리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 결정을 ‘누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환자가 의사(意思)를 표시할 수 있는 상태라면 환자 본인이 결정하면 될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뜨거운 감자다.

특히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도 되기도 전에 7845건의 연명의료중단결정이 실제로 이행됐고 이 중 65.5%(5135건)가 가족 등에 의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자인권보호나 의료현장의 혼란 방지 등을 위해 관련 문제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최도자 의원 “현행규정 비현실적”…법률개정안 발의 
올해 2월 4일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따라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이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특히 현행법령에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일 때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도 연명의료중단결정에 있어 환자의 의사추정을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은 이와 관련해 “현행법상 직계혈족의 수가 많은 고령 환자의 경우 연명의료를 진행하는 의료진이 모든 직계혈족과 연락해 연명의료 중단 관련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에서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합의가 필요한 환자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1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으로 명확히 했다.

◇“개정안도 한계 있어 보완 필요”
이 같은 법률개정안에 대해 이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일단 환영의사를 표시하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우선 대한병원협회 김선태 대외협력 부위원장은 개정안에 대해 “의료인과 환자가족 간의 법적인 갈등 완화, 가족 내부적 문제 감소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배우자만 있고 1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이 없는 경우 배우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평소 환자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 등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므로 유년시절부터 함께해 온 형제자매를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연고자 등 가족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별도의 결정절차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를 받고 있는 무연고 환자가 있다면, 보건복지부의 요청이나 법원 직권으로 의학적 자문·감정을 진행한 후 엄격한 심의절차를 거쳐 연명의료중단 여부 등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최윤선 이사장도 최도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그간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연명의료결정과정의 절차적 어려움·불편함을 줄여보려는 목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최 이사장 역시 “(개정안은) 독거인 혹은 법적·실질적으로 가족과 단절된 경우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김선태 부위원장, 최윤선 이사장, 백수진 부장.

◇‘지정대리인’ 제도 대안으로 떠올라
특히 최윤선 이사장은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는데 있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환자를 돌보며 환자의 입장을 가장 잘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담당의사가 ‘가족’ 또는 지정대리인 제도가 도입된다면 ‘지정대리인’과 상의해 환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연명의료중단결정을 내리게 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백수진 부장도 현실적으로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나 무연고자 등을 고려하면 대리동의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리동의와 관련해서는 “2019년 1월부터 시행되는 대만의 환자결정법에서 지정대리인(의료위임대리인)의 법제화는 참조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백 부장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대리동의와 관련한 대만의 법령에서는 의료위임대리인의 요건과 권한, 위임 중지와 해임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환자의 상속인과 수증인, 시신이나 장기의 지정 수증인 등 환자의 사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의료위임대리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 대리인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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