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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37. 뭉친 근육은 운동으로 풀어야 잘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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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뭉친 근육은 운동으로 풀어야 잘 풀린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23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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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친 몸은 몸을 움직여서 풀어줘야 빨리 회복된다. 이리저리 근육들이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느슨해지고 얽혀있는 실타래 벗겨지듯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인체는 쓸수록 달련된다. 불에 달군 쇠붙이가 두드릴수록 단단해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기계와 인체는 다르다는 것을 이인은 한 달여의 운동으로 실감하고 있다. 아무리 단단해도 기계는 쓸수록 닳는다. 반면 인체는 그럴수록 녹슬지 않고 날이선다. 그래서 인체를 탐험하는 길은 신비로 가득차 있다.

모처럼 날씨도 3일 연속 뛸 만하다. 미세먼지가 깨끗하지는 않지만 일기예보는 정상으로 나오고 있고 앞에 보이는 여의도의 전경련 빌딩도 그 너머의 남산타워도 윤곽이 뚜렷하다.

고개를 돌리면 잠실의 123층 건물도 흐릿하게나마 시야에 들어온다. 예보도 보고 눈으로도 직접 봤으니 운동화를 신었다면 대문을 열고 나가도 문제는 없다.

이런 날이 절대자가 부탁을 들어줘서인지 중국 쪽에서 날아오는 바람을 막고 그리로 밀어 올리는 북서풍 때문인지는 아직은 모른다.

부탁이후로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도 있었기 때문에 이인은 절대자가 자신의 세 번째 청을 들어 줬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인은 절대자를 찾아서 그리 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다급하게 굴지 않기로 했다.

너무 자주 불러대는 것도 절대자에 대한 사람의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고 지난 번 만났을 때 절대자는 당분간 바쁘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낌새를 보였으므로 이인은 주저하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이인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늦가을에 심은 화살나무가 잎을 드러내고 일부는 꽃을 피우기 위해 나와 작은 알갱이로 뭉쳐 있는데 개구리 알처럼 부풀어 올랐다. 줄기의 화살대가 한 뼘 쯤 자란 것도 있어 화살촉으로 써도 될 만 했다. 이인의 8대조는 그 화살나무로 만든 화살촉으로 등을 맞은 적이 있었다.

임금이 주제한 어전회의에서 말단 신하로 참여했던 그는 임금이 쏜 화살을 맞고 오랫동안 병치레를 했다. 정신이 돈 임금은 회의 때마다 긴 칼이나 구부러진 활을 들도 다녔는데 그 날은 기분이 좋았던지 사냥이야기로 회의를 시작했다.

인왕산으로 호랑이 사냥을 가겠다면서 동행할 신하로 참석자 모두를 지명했는데 시험 삼아 쏜 화살이 그만 심부름을 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던 8대조 할아버지의 등에 맞았던 것이다.

임금은 호랑이 대신 사람이 맞았다고 기분이 좋아 들었던 술잔을 앞에 앉아 있던 영의정의 면상에 던졌다. 얼굴에 피를 흘리며 영의정은 '전하, 백발백중입니다.' 하고 흐르는 피를 닦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8대조는 그날로 병상에 누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치광이의 신하노릇에 지쳤고 언제 죽을지 몰라 걱정하던 터라 치료를 핑계로 입궁을 피했다. 미리 매수한 어의를 통해서는 그날의 상처가 깊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말을 임금에게 직접 하기보다는 주변에 소문을 퍼트렸다.

자연히 남의 말에 귀가 얇은 임금은 '그래 그자가 내가 쏜 화살을 맞고 지금 죽게 생겼단 말이지' 혼잣말을 하고는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라고 명을 내렸다.

8대조는 병 핑계가 들어맞자 이참에 아예 서울을 떠나기로 작정한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세간은 다 팔아 치우고 식솔도 처분했다.

아내와 3살 아들을 데리고 초라한 행세로 서울을 나선 것은 임금의 광기가 더 심해져 무슨 무슨 사화를 일으켜 신하를 떼거리로 죽게 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하인도 없이 조랑말 한 마리에 의지한 일행의 행색은 초라했다. 그들은 북으로 가서 백두산 자락에 숨어 들까 생각하다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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