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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니시 구간, 심장의 박동이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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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니시 구간, 심장의 박동이 요동친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4.1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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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도 중순이다. 목련은 지고 있다. 잘린 나무 밑동을 보는 것은 여전히 괴롭다. 본드로 붙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질없는 생각에 몸이 달아오른다.

뿌리 쪽에 가까운 줄기는 죽음을 인정하는 듯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지 살아 있을 때처럼 연회색이었으며 심지어 물기까지 머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들었다. 말라서 싱싱한 기운은 그 어디에도 없다. 따먹을 열매도 없고 그래서 아이들이 돌을 던지다 잘못해서 유리창이 깨질 염려도 없는데 왜, 손모가지 자르듯이 싹둑 베어냈는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보다가 지나치면 뒤돌아 봐도 방해받을 것이 없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칠만한 위치가 아닌 곳에 보란 듯이 서 있던 포플러를 자른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

이럴 때는 괴테 식 표현을 빌려도 된다. (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호두나무를 자른 자를 개자식이라고 심하게 욕설을 퍼부었다. 오래된 나무를 자르기 위해 맨처음 도끼를 휘두른 그 자를 죽이고 싶다고도 했다.)

나무 벤 돈으로 그들은 행복했을까. 더 이상 아파트에 가려 순차적으로 피어나던 새싹을 볼 수 없다. 낙엽으로 뒹굴던 가을의 낭만은 사라지고 겨울의 쌓인 눈도 기대할 수 없다. 나무가 내 관할이었다면.

나무가 베어진 자리 근처에는 아주 작은 노란 꽃이 피려다가 멈칫 거렸다. 그 때 바람이 불어오자 봉오리들은 강으로 떨어졌다.

모두 8송이였는데 40년 전의 일이었다. 강으로 떨어지기 전 봉오리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알지 못하는 어디 론가로 끌려갔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체 1년 새 세 번의 재판을 받고 죽어 마땅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 판결 후 18시간 만에 봉우리는 줄기가 꺾여서 강에 버려졌다.

하류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법정에서 조차 뒤를 돌아볼 수 없었던 얼굴을 그 제서야 마주 볼 수 있었는데 깨지고 부서져 살아 있을 때의 형상이 아닌 것에 목이 매어 소리쳐 울지도 못했다.

사형장 근처에 있던 미루나무에 손을 대고 울부짖던 사람들은 나무가 그려주는 흐릿한 그림자만을 가슴에 얹고 늦은 밤 관을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혈관 속으로 흐르는 핏줄이 요동을 친다. 스퍼트를 내야 할 구간이다. 미리알고 심장이 아우성이다. 핏줄의 질주를 돕기 위해 심박 수를 올린다. 근육은 빠르게 수축하고 이완한다. 박자를 맞추듯이 발걸음에 착착 달라붙는다.

바쁜 펌프질은 오그라들었다가 줄었다가 풀렸다가 늘어났다 를 같은 속도로 반복하고 있다. 싫증나기 전에 피니시 라인에 서야 한다. 테이프를 끊을 때는 두 손을 머리위에 들지 않고 가슴으로 밀어 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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