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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원 대불제도, 의사 희생만 강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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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원 대불제도, 의사 희생만 강요해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12.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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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

“중재원은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이라는 대불제도의 본래 취지인 되짚어 봐야 한다. 피해주 구제에만 초점이 맞춰, 의사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지난 2012년 4월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와 보건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시행됐다. 그러나 대불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에만 운영의 초점이 맞춰져 정작 의료계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로부터 걷은 대불금 재정이 바닥을 보이면서, 다시금 재정 부담을 시키려는 정부의 태도에 의료계에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불 제도가 안정적 진료 환경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의료계에 재정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란?

 

대불 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법원 판결이나 조정 등으로 손해배상이 확정됐음에도 배상의무자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 중재원에 미지급금에 대한 대불을 청구하면 중재원이 우선 이를 지급하고 추후 배상의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다.

대불 제도의 적용범위는 ▲중재원의 조정조서 및 조정결정서, 중재판정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조서 ▲국내 법원의 의료분쟁에 관한 확정 판결 등이며, 조서 및 판결 등에 기재된 지급기일 이후 대불 청구가 가능하다.

대불 제도가 시행되자, 중재원은 재정 마련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 요양기관 등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에서 부담액을 징수했다.

부담액은 종별 및 직역 간 차등이 있는데 상급종합병원이 633만 6700원 ▲종합병원 106만 9260원 ▲병원 11만 1030원 ▲의원 3만 9650원 ▲치과병원 11만 1030원 ▲치과의원 3만 9650원 ▲한방병원 7만 4020원 ▲한방의원 2만 6430원 ▲요양병원 7만 2170원 ▲보건의료원 11만 1030원이며, ▲약국 ▲조산원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은 각 1만원씩 부담했고, 이렇게 모인 적립액은 37억 8478만이었다.

지난 2012년 4월 이후 중재원에 접수된 대불 청구는 모두 74건으로 이중 64건(26억 4681만원)이 지급됐다. 의료계에서 대불 청구가 가장은 많은 종별은 의원급(53건, 23억7,683만원)으로, 이는 지난 2015년 발생한 ‘다나의원’ 사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나의원과 관련한 대불 청구는 모두 47건으로 지금까지 중재원에 접수된 전체(74건)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해영 이사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23억원 가량 있었던 의료계 재원이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는데, 바로 다나의원 사태로 인해 적립한 대불금이 모두 지급됐기 때문”이라며 “다나의원 사건으로 대불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중재원은 의료계만을 대상으로 다시 재정을 모금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중재원에 대한 의사들의 신뢰가 낮은데 대불금 재원 마련을 위해 돈을 걷는다고 하면 어떤 의사가 동의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의사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불제도 취지를 되새겨야
김해영 이사는 “큰 (의료)사고가 나면 의사도 파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전혀 구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이는 개인의 문제로, 은행이 하나 망한다 해도 주변 은행이 도와주진 않는다. 사실 의료계 전체가 피해 보상에 나설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신속한 피해 구제라는 공공복리를 위해 대불금 제도 운영에 동의했다는 게 김해영 이사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의료계가 동의한 이유는 의료사고에서 일부 피해자들의 소위 ‘떼쓰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의사들이 있었기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안정적 진료 환경을 보장받기 위해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재원이 그동안 신속한 피해 구제 외에 의사들의 안정적 진료 환경 보장을 위해 노력한 게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오히려 중재원 감정서는 의사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물론 민?형사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중재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해영 이사는 대불 제도의 적용 범위 및 낮은 회수율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김 이사는 “의료계 재정에서 지급된 26억 4032만원에서 손해배상 의무자에게 회수한 금액은 고작 5.9%, 1억 5593만원에 불과하다”며 “의사들이 모은 돈으로 피해를 보상했으면 이를 최대한 회수해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불 제도는 의료분쟁에 대한 조정 및 중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라며 “중재원의 조정과 중재를 통해 불필요한 법적다툼 없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었는데, 왜 법원 판결로 손해배상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냐”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중재원은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이라는 대불 제도의 본래 취지를 명확히 새겨야 한다. 한쪽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는 결국 사라질 것”이라며 “의사들이 재산권을 양보하는 만큼,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대불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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