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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엑소시스트(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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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엑소시스트(1973)
  • 의약뉴스
  • 승인 2016.08.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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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더위야 그렇다 쳐도 한 밤중에도 섭씨 3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는 요즈음은 그야말로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이른다.

습도까지 높아 쳐다만 봐도 주먹이 날아 갈 것 같은 이런 날에는 더위를 피하여 서늘한 기운을 맛보고 싶은 마음이 연기를 하늘로 날리려는 초가지붕의 높은 굴뚝만큼이나 간절하다.

텔레비전에서 납량특집으로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추앙받는 월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원제: The Exorcist) 같은 작품성과 예술성과 오락성과 흥미로움을 모두 갖춘 영화를 상영해 준다면 참으로 고맙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테러의 온상지로, 전쟁의 폐허더미로,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의 울부짖는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한 때는 화려한 인류문명을 꽃피웠던 이라크의 한 지역에 노신부(맥스 폰 시도우)가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흙무덤 아래에서 괴물 형상을 한 무언가를 찾아내는데 신부는 수전증 환자처럼 손을 떨며 두려움을 느낀다. 신부가 불안에 둘러싸인 것은 다가올 어떤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신부는 미국으로 돌아오고 대학가가 있는 조지타운에는 남편과 별거중인 배우 크리스 마크닐(엘런 버스틴)이 귀여운 딸 리건(린다 블레어)과 함께 산다.

그런데 그 딸에게 이상한 문제가 발생한다. 침대가 흔들려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하고 아직 소녀인데 성적으로 성숙한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처음에 엄마는 집에 쥐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촬영을 계속하지만 리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는다.

급기야 얼굴도 흉측하게 변하고 목소리도 지옥에서 온 사자와 같은 소리를 낸다. 몸을 활처럼 구부려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기괴한 모습은 경악 그 자체다.

 

입에서는 퍼런 액체를 꾸역꾸역 뿜어 대는데 이 장면은 영화를 통해 가장 혐오스럽고 엽기적이며 공포 그 자체다.

내로라하는 수많은 의사들은 리건의 증상을 치료하지 못한다. 사춘기 시절에 간혹 찾아오는 경기정도로 진단할 뿐이다. 여러 날 걸쳐서 회의를 하고 머리를 맞대 보지만 신경안정제외에는 뚜렷한 처방을 내리지 못한다.

그 사이 악령에 씌운 리건의 기괴한 행동은 점차 도를 더하고 주기는 짧아 진다.

엄마는 홀로 내버려둬 죽게 된 자신의 늙은 노모 때문에 괴로워하는 젊은 신부를 찾아가고 신부는 노신부와 함께 리건을 치유하는 엑소시스트가 된다.

하느님을 외치는 두 명의 신부와 리건의 몸속으로 들어온 악령의 대결에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관객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스릴를 느끼면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성경책과 십자가를 들고 사악한 악령아, 물러가라고 주문을 외우며 리건에게 다가서는 신부에게 가소롭다는 듯이 걸쭉한 토사물을 쏟아내는 리건. 이 장면 보지 않고도 볼만하지 않은가.

공포 영화이니 만큼 당연히 사람이 죽어나간다. 사람이 죽었으니 형사도 등장한다. 하지만 형사의 역할을 미미하다.

마침내 노신부도 죽는다. 악령과의 대결에서 신이 패배한 것이다. 젊은 신부도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몸속에 악령을 집어넣고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국가: 미국
감독: 월리엄 프리디킨
출연: 린다 블레어, 맥시 폰 시도우, 엘런 버스틴
평점:

 

팁: 여름에 더위를 피해 서늘함을 맛보거나 그러한 바람을 쐬는 것을 납량이라고 한다. 해마다 방송은 남량특집을 하는데 주로 귀신 이야기 등의 영화를 틀어준다.

귀신이 등장하니 자연스럽게 귀신을 쫒는 사람도 나와야 한다. 엑소시스트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퇴마사나 구마사 혹은 무당( 지금은 주로 무속인으로 불린다.)이 그런 일을 한다. 이들은 보통사람과는 달리 대개 접신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뢰를 받은 이들은 누군가의 몸에 들어온 귀신, 즉 악령을 물리치는데 성공하기도 하지만 간혹 실패하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귀신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했고 그럴 때 마다 믿었으며 믿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산발한 귀신이 피를 흘리며 아이들의 간을 빼먹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더운 여름밤을 이겨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무당집이나 무당이야기가 나오면 한 편으로는 꺼림칙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마운 존재로 인식했던 것 같다. 그마저도 없다면 악령을 쫒아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악령에서 벗어난 사람은 그 당시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양 귀신이 들린 리건은 신부의 죽음으로 악령을 물리쳤다. 몸에서 악령이 빠져 나갔으니 리건은 상스러운 성적 표현을 하지 않고 얼굴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파란 독즙도 품어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악령에 씌었다가 벗어난 자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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