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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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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6.04.10  17: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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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은 여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고 잘 생긴 남자라면 얼마든지 생긴 값을 할 수 있다. 텍사스 촌놈이 어울리지 않게 키 크고 미남이다. 떡 벌어진 어깨, 부리부리한 눈, 근육질의 팔뚝은 텍사스가 아니라 뉴욕이라도 충분히 먹힐만하다.

시골 동네의 레스토랑에서 접시나 닦기에는 조벅 (존 보이트)은 그릇이 너무 크다. 어느 날 그에게도 기회가 온다. 동부에는 남성 동성애자가 넘쳐나고 많은 여자들이 돈 주고 남자를 산다는 말을 듣는다.

조벅은 미련 없이 식당을 뒤로 하고 뉴욕 행 버스에 오른다. 총잡이 모자, 가죽장화, 장식품이 달린 의복은 영락없는 현대판 카우보이다.

커다란 트렁크에는 옷 대신 돈만 넣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들고 다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뉴욕방송이 잡히고 방송에서는 앵커가 이상형의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여자들에게 묻는다.

하나같이 자신이 거기에 해당되는 것 같아 조벅은 흡족한 미소를 짓고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뉴욕이 어떤 곳인가. 눈뜨고 코 베이는 것은 서울보다도 한수 위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점찍은 중년여자 꽁무니를 따라가다 자유의 여신상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서 수작을 부려보지만 허탕치기 일쑤다.

뉴욕은 처음이라 잘 모른다는 동정심 유도도 여지없이 망가진다. 눈치 빠른 뉴욕 ‘빠꾸미’들이 쉽게 걸려 들리 없다. 거듭된 ‘꼬시기 실패’ 끝에 드디어 하나 무는데 성공했다.

개를 끌고 가는 중년보다는 할머니 쪽에 가까운 여자에게 드디어 몸을 팔았던 것이다. 혼신을 다해 여자에게 봉사를 했다. 이제 여자가 지갑을 열고 자기 수고 했어, 당신은 훌륭한 카사노바야 하는 칭찬과 함께 돈을 꺼내는 일만 남았다.

그러면 마지못한 척 뭘, 이정도 가지고 오늘은 처음이라 서툴렀는데 다음에 불러주면 제대로 해 주겠다고 눈 한 번 찡긋해주고 호텔을 나오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상황은 딴 판이다. 여자가 택시비를 요구한다. 당황한 그가 나는 텍사스에서 놀러 온 게 아니다, 돈 달라는 말은 하기 싫었는데 내가 달라고 할 참이었다는 말을 하자 여자는 울고불고 난리 부르스다.

무려 20달러를 뜯긴 그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바에 들러 술 한 잔 하는데 그곳에는 말 그대로 동성애자가 있고 그와 비슷하지만 왠지 좀 모자란 듯 한 남자 리코( 더스틴 호프만)도 있다.

리코는 그가 종마의 자격이 충분함에도 남창의 역할에 실패한 것은 매니저가 없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잘 아는 중개인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제의한다.

대부분이 하는 중개인을 통하면 하루에 100달러는 너끈히 벌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의 소개로 찾아간 곳은 예쁜 부인이 나이트가운만 걸친 채 기다리는 대신 늙은 남자 예수 광신도가 사는 집이다.

소개비만 날리고 조벅은 도망친다. 소년 동성애자에게도 속는다. 모든 게 엉망이 됐다. 방세도 밀려 맡겨둔 가방도 찾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 그의 눈에 꿈에 부풀었던 뉴욕의 하늘은 파랗기 보다는 뿌옇다.

낙담한 그가 시내를 걷다가 자신을 등쳐먹은 리코를 만나고 조벅은 그가 살고 있는 세금도 내지 않는 곧 철거될 x표시가 된 쓰러져 가는 어느 건물에서 함께 산다.

리코는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걷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함께 하면서 둘은 티격태격하지만 묘한 우정에 빠져들고 조벅은 리코가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플로리다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뤄주고 싶어한다.

리코의 소매치기로 근근히 살아가던 그들은 어느 날 자신들을 사진 찍고 파티의 초대장을 주는 남녀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춤과 마약과 술과 음식이 푸짐하다. 굳이 훔치지 않아도 배를 불릴 수 있다. 조벅은 운 좋게도 여자를 따라나선다. 이번에는 제대로 화대도 받았다.

그는 리코를 위해 빵과 우유를 산다. 병색이 완연한 리코는 고맙지만 제대로 먹지 못한다. 리코의 병은 더 심해지고 조벅은 강도질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리코의 생명이 오래지 않은 것을 알고 유언 같은 꿈을 들어주기 위해 마이애미로 가는 플로리다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뉴욕에서 부자여자 꼬셔서 돈을 버는 것은 외로운 여자들이 가득하다 해도 한 물 갔다는 것을 몸소 확인했으니 더는 미룰 이유도 없다.

창밖으로 야자수가 길게 늘어서 있고 거리에는 화려한 의상을 걸친 남녀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리코는 그런 장면을 볼 수 없다.

죽은 것이다. 죽은 리코를 안고 조벅은 혼자말처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카우보이의 꿈은 잃었지만 직장을 얻겠다고. 몸 파는 종마 역할은 내 일이 아니니 그 보다 뭔가 나은게 있겠다고 생각한다. 꼴값을 하는 대신 꼴값을 떨었던 조벅이 자신의 처지를 깨달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국가: 미국
감독: 존 슐레진저
출연: 존 보이트, 더스틴 호프만
평점:

팁: 남창으로 돈을 왕창 벌겠다는 한 사나이의 야심이 여지없이 꺾여 나가는 장면이 코믹하다가도 어느 순간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세상살이의 고달픔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예나 지금이나 뉴욕이나 서울이나 다를 바 없지만 잘 생긴 얼굴과 섹스 실력 하나만 믿은 촌놈의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났다.

종마 노릇을 하면서 님도 보고 뽕도 따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글러 먹은 것이었고 뒤늦게나마 실수를 인정하고 직장을 잡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런 희망의 메시지 때문이었는지 아카데미는 존 슐레진저 감독의 <미드나잇 카우보이>(원제: Midnight cowboy)에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푸짐한 상을 한 아름 안겼다.

실패가 거듭되는 현실과 과거 조벅의 행동이 뒤범벅이 되는 회상은 무력감의 다른 표현이다.

조벅이 뉴욕 거리를 걸으면서 여자의 뒷모습을 훑는 장면에서는 그의 욕망이 곧 실현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

올백의 머리로 사기꾼 역할을 한 더스틴 호프만의 건들거리는, 나대는 듯한 연기가 좋다. 1978년 나온 <귀향>(원제: Coming home)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주인공인 존 보이트는 유명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다.

고비마다 나오는 해리 닐슨의 Everybody Talking은 주제곡으로 경쾌하면서도 어느 순간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영화의 내용과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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