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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의협 메르스 대처 아쉬웠다"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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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의협 메르스 대처 아쉬웠다" 일침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09.1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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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강연...“국민 눈높이 맞춰 소통해야”

“메르스 사태 때 의협이 전문가단체로서 대국민 가이드라인을 매일 발표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아쉽다.”

2015년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도 70여일동안 신규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점차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메르스 사태에서 발생한 수많은 괴담과 국민들 사이에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던 공포에 제대로 대처 못한 과거를 반성하고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는 지난 12일 중앙대병원에서 ‘메르스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로 가을철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사진)은 ‘메르스와 의료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강연 요청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는데 의협회장 임기동안 불통 회장이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어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며 “하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었는데 SNS를 통해서 회원들과 소통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소통은 열심히 했는데 방법과 대상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소통이 참 어렵다는 걸 협회장 임기 내내 절실히 깨달았다”고 전했다.

노 전 회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 때를 되짚으면서 “생각해보면 메르스 때 방송 등을 통해 국민들과 가장 많이 소통한 의사는 바로 나였던 거 같다”며 “그때 방송에서 출연하면서 든 생각은 나보다 더 전문가인 감염내과 전문의 등 관련 전문가들이 왜 전면에 안 나서는지 아쉬움이 많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메르스 때 정부는 과도하게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었고 나 또한 메르스 초창기 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며 “그렇지만 방송 출연을 하면서 받게 된 국민들의 메시지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당시 국민들에게 받았던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는데 ▲8개월 아기엄마인데 무서워서 한 달 동안 슈퍼도 못나갔다 ▲온 가족이 만성질환자여서 불안하다 ▲운수업을 하는데 택배상자에도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나 ▲대형병원 가까이 살고 있어서 불안해 해외로 나가있어도 괜찮을까 등의 내용들이었다.

이에 대해 노 전 회장은 “의료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이라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를 생각해봤는데 정말 공포스러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의 공포를 이해 못하면 이를 관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메르스때 이런 생각을 했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출신이어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대국민 브리핑을 매일매일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 까’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회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의협의 행보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복지부에서 대국민 브리핑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면 이를 의협에서 했었으면 좋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의협에서 일기예보를 하듯 메르스와 관련된 상황과 전망 등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매우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매일매일 발표를 했더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몇 차례 협회에 건의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환규 전 회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로 드러났듯이 정부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철저하게 실패했다”며 “원인은 준비부족과 이해부족, 한마디로 국가경영 능력과 마인드 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복기와 반성, 그리고 준비가 필요하다”며 “아쉽게도 여전히 미진해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 전 회장의 강연을 들은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은 “이전 광우병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의협에서 소고기 시식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전문가 단체에서 할 법한 행사가 아니었던 거 같다”며 “정책적인 부분에서 의사는 개입해선 안되지만 의사가 전문가로서 팩트만 정확히 전달했으면 의사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밝혔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한림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의사가 본 메르스와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민관합동테스크포스의 즉각대응팀 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여러 병원의 메르스 발생 상황을 지켜보고 자문하고, 언론과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정보는 정확해야할 뿐 아니라 시의적절해야 하며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정보의 영향이 흘러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종감염병의 유행은 단순한 질병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유행의 확산과 함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정치적 문제가 되어가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재갑 교수는 “신종인플루엔자와 에볼라를 겪고도 크게 바뀌지 않은 우리나라의 감염병 관련 정책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개선이 이번처럼 큰 상처를 남긴 메르스를 경험한 지금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개편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번 메르스의 한국 내 유행이라는 국가적 어려움이 앞으로 우리나라 감염병 관련 정책과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위기관리와 소통의 모습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쓰디쓴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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