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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몰락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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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몰락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2.09.25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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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

▲ 대한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은 "산부인과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산부인과가 멸문의 길을 가고 있다”

산부인과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주어진 막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무과실 보상제도와 포괄수가제 등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산부인과 사회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의 실습환경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산부인과 교육 여건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의약뉴스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만나 산부인과의 현실을 들어봤다.

“산부인과,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신정호 사무총장은 현재 산부인과 사회를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무과실 보상제도가 시행되면 44%의 의사들이 분만을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신 총장은 “이는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며 “이번 설문은 이미 분만을 포기하고 학회에서 탈퇴한 의사들은 제외하고 진행한 것으로, 발표된 결과보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산부인과에 지원한 전공의 수는 2년 연속 90명선에 머물렀다. 이는 정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전공의 부족 문제는 고착화되다보니 이제는 물꼬를 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큰 계기가 마련되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시대에 산부인과 억압은 오조준”
산부인과 사회에 고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른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와 ‘포괄수가제’다.

신 총장은 “기존의 제도로도 산부인과 의사들이 힘들다고 분만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의지마저 꺾는 것이 무과실 보상제도”라고 지적했다.

고령출산이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산모들이 30대의 고위험군인 현재의 상황에서 무과실 보상제도는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는 일단 시행해보고 3년후에 재평가를 하겠다는데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망가져야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포괄수가제와 관련, 신 총장은 “산부인과 수술의 85%를 포괄수가제로 묶었다”며 “포괄수가제는 증가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의료비 증가의 원인인 고령화와 관련된 수가가 아니라 줄어들고 있는 산부인과 수술을 타겟하는 것은 명백한 오조준”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이 없다면 후손들은 누가 아이를 받아주나?”
산부인과 사회를 억누르는 제도 뿐 아니라 교육환경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도 산부인과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의대생 교육에 필수적인 참관수업을 언론에서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환자들의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신 총장의 지적이다.

그는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대생시절 참관수업을 통해 숭고한 시간과 보람을 느껴 산부인과에 헌신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런 과정을 차단하는 제도나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의 산모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은 의사들에게 분만을 하시지만, 후배들의 교육을 못하게 하면 우리 후손들은 누가 아이를 받아주겠는가”라며 “(참관수업을 위해)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받아야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산모들도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많이 동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분만시스템 붕괴, 국가적 손실”...“정부의 지원 필수적”
신 총장은 정부와 사회의 인식 개선을 호소했다. 분만시스템의 붕괴는 국가적 손실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촉구했다. 산부인과 사회의 힘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매년 3조원 이상의 재원을 산부인과를 위해 투자하고 있으며, 각종 제도를 통해 산부인과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일본보다 더욱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태를 너무 여유롭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결국은 사회와 정부에서 산부인과가 이대로 몰락하는 것이 전 국민의 피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부인과의 몰락이 어느 한 직종의 몰락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아무런 지원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필수 의료가 몰락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며 분만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 신 총장은 "산부인과의 몰락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사회와 정보의 인식개선과 함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 다해 대국민 인식 전환 나설 것”
한편, 산부인과학회는 오는 10월 6일 총회에서 ‘여성의학과’로 과명을 변경하는 안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산부인과의 정통성을 강조하거나 혹은 명칭 변경을 돈벌이를 위한 목적으로 생각해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20대 여성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 신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결혼 이전에도 불규칙한 월경주기나 월경통, 난소혹 또는 자궁혹 등 성경험과 무관한 병들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라는 명칭으로 인해 미혼 여성들이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20대 미혼 여성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학회는 향후 다양한 공익활동을 통해 대국민 인식개선에 나서겠다는 뜻도 전했다.

신 총장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공익활동은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며 “전문가로서 재능기부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도 어려운 산부인과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일만 남았다”며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문제로 10년, 20년후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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