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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남부군(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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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남부군(1990)
  • 의약뉴스
  • 승인 2012.08.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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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후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급격한 변동기를 맞는다. 미소 갈등으로 우리나라는 전쟁의 피비린내와 남북이 갈라지는 아픔을 겪는다. 북쪽은 소련군이 점령하고 남쪽은 미군이 진주한다.

46년 대구사태와 남로당이 결성되고 47년 미소 회담이 결렬되면서 세계는 냉정으로 치닫는다. 그 해 여운형이 암살되고 48년 제주 4.3이 발생한다. 5.10일 남한 만의 단독선거가 실시되고 여순사건으로 사회 혼란은 극에 달한다.

49년 위대한 지도자 김구 선생이 암살되고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전쟁 개시 한달이 채 못돼 한국은 미국에 군통수권을 이양하고 낙동강 전투 1.4 후퇴 인천상륙작전 등 크고 작은 전투를 벌이며 일진일퇴를 거듭한다.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은 이런 한국전쟁 전후가 배경이다. 지리산을 주 은거지로 삼아 활동했던 빨치산 이태의 생생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통신사 기자 이태( 안성기)는 전주로 내려가 있다 인민군이 점령하면서 전북도당 소속으로 빨치산에 합류한다. 소대장 임무를 맡은 이태는 겨우 기본교육을 받고 첫 전투에 나선다.

변변한 전투복도 없고 계급장도 없다. 당성이나 전투의지도 별로다. 그곳에서 이태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대전도립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간호부대에 편성된 박민자( 최진실)를 만난다. 민자의 오빠는 국군으로 입대해 전투에서 죽는다.

이태는 독백처럼 "오빠를 죽인 인민군과 한편이 돼서 일하는" 민자를 통해 전쟁의 모순을 알린다.

첫 전투에서 총알이 스치는 부상을 당한 이태를 치료하면서 두 사람은 연인사이로 발전한다. 배속받은 부대로 이동하면서 산간마을에서 밥을 얻어 먹고 남은 김치 한 조각을 둘로 나누고 가랑잎 속에서 포옹하기도 하고 토벌대의 기습으로 위기를 맞지만 무사히 탈출하기도 한다. 

민자는 헤어지면서 만년필을 선물로 준다. 이태는 그 펜으로 '그대는 나와 운명을 달리한다'는 바이런의 시를 써준다.

이후 목숨을 건 전투는 계속된다. 마을을 사이에 두고 총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 때 개 한마리가 싸움의 중간으로 끼어들고 아이가 개를 쫒아간다. 양쪽은 사격을 멈추고 서로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 지른다. 갈등하는 아이는 "싸게 오라"는 엄마의 소리를 듣고 뛰어간다. 잠시 전투를 멈춘 국군과 빨치산은 '두만강'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산돼지 새끼들, 노란 개새끼들 등 가벼운 욕을 해대면서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틈틈이 사색에 잠기고 시를 읽고 편지를 쓰는 빨치산 김영( 최민수)의 인간미가 그려지고 소년병 (임창정)이 두려움에 떤다. 인간이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죄악인가 하는 그들 답지 않은 고민을 하기도 한다. 빨치산 간부( 트위스트 김)는 해방지구 안에서 밀고한 경찰관 부인을 겁탈했다 스스로 권총자살을 한다.

 
조국과 인민을 배신한 죽음 앞에서 동료들은 환영의 박수를 친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 들면서 국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빨치산들은 고전을 거듭한다. 겨울은 가지 않고 아직 봄은 오지 않은 지리산은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도 다 용서한다는 듯이 장엄하고 때로는 사뭇치도록 아름다운 산하를 보여준다.

연합군은 38선을 따라 북상하고 빨치산은 소백산맥을 따라 이동한다.

보급 부대의 지원이 시원치 않아 진달래 꽃을 따먹으면서 버티는 빨치산들은 급성 전염병인 재귀열로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다.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야전 부상 병동에 민자가 아스피린 6개를 보내온다.

이때즘 베일에 가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의 전언이 하달된다. 51년 남덕유산에 모인 빨치산의 일부는 남부군에 합류하면서 죽음에 한 발 더 다가간다.

지리산 깊은 계곡이 장관이다. 물은 맑고 폭포소리는 시원하다. 남부군들은 발가벗고 목욕한다. 간호부대 여성들 역시 올 누드다. 항일운동가이며 철저한 공산주의자 였고 민족주의자 였던 이현상은 이들에게 남한 혁명의 고독한 투사가 돼라고 격려한다.

지리한 골짜기가 함성으로 가득하다. 남부군에게 지리산 은석봉 경찰 보루대를 격파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포 사격을 하기에는 민간인들이 밀접해 있다. 빨치산들은 민간인을 소개하고 포공격을 하는 신중한 작전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다.

여기에 여전사 김희숙(이혜영)이 등장한다. 아버지는 반란사건 때 청년단에 맞아 죽고 어머니는 빨갱이 매타작으로 죽기 직전이다. 복수를 위해 산사람이 된 희숙은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이현상의 훈장도 받고 대대장으로 활략이 대단하다.

이들은 전선을 혼란시켜 국군의 진격을 막는다. 정치국 소속이 된 이태는 피끊는 연설문을 쓰지만 의욕만으로 전쟁을 할 수는 없다. 하얀 눈위로 빨치산들의 붉은 피가 튄다.

굶어죽고 얼어 죽고 병걸려 죽고 총맞아 죽고 그렇게 빨치산들은 토벌대에 의해 지리산에서 궤멸된다. 16개월 후 휴전협정이 체결 됐지만 빨치산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정지영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이름 없이 사라진 빨치산들의 죽음과 그 죽음을 통해 우리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조명하고 있다.

엄혹한 시대, 무섭고도 두려운 영화 부러진 화살(2012)을 겁없이 만든 정지영 감독의 역사의식이 남부군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진실의 눈부신 연기를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또다른 아픔이라면 아픔이다.

국가: 한국

감독: 정지영

출연: 안성기, 최진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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