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환자는 나빠진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최근 임상의들에게 항상 진균 감염을 염두에 두고 치료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곧바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만큼, 늘 진균 감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 골든타임을 사수하기는 결코 녹록치 않다. 열이나 오한 등 감기와 증상이 유사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진단법의 한계로 골든타임 내에 원인 균종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증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최대한 많은 검사를 시도해 진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원인 균종을 찾아내거나, 원인균을 찾기 어렵다면 다양한 원인균에 작용하는 광범위 항진균제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삭감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진료 현실에서 의심 증상을 이유로 이처럼 적극적인 진단과 광범위 항진균제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회가 많지 않은 진균감염 환자들을 생사의 기로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감염내과 전문가들의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 가운데 최근 대한항균요법학회와 아시아태평양 감염재단이 공동개죄한 ‘IASSR 2024 & KSAT’에는 진균 감염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터키 하세테페대학 무랏 아코바 교수가 직접 참석, 광범위 항진균제 암비솜을 중심으로 진균 감염의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암비솜은 희귀하고 치료가 어려운 균종을 포함한 진균 349종에서 광범위한 항진균 효과를 보이며, 오랜 기간 침습성 진균 감염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을 겪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12주 이상 생존율 71%를 달성했으며, 칸디다혈증 및 침습적 칸디다증 성인 환자에서 89.5%의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
또한 지질 이중막 구조의 리포좀 제형으로, 암포테리신B의 신독성 및 점적주사 관련 이상반응 빈도를 낮춰 안전성을 높였다.
40년에 가까운 처방 경험도 쌓여 있어 증상을 토대로 한 경험적 치료는 물론, 진균이 확인된 환자에서 확정적 치료법으로도 가장 유용한 옵션이란 평가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학술대회 현장을 찾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으로 우리나라 진균 감염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와 무랏 아코바 교수의 대담 인터뷰를 통해 진균 감염 현황 및 과제를 조명했다.
Q1. 침습성 진균 감염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들었다. 어느 정도의 상황인가?
[무랏 아코바 교수] 점점 침습성 진균 감염의 중요성과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고형 장기 이식을 받으면서 면역 저하 상태에 있는 환자 수도 늘고 있기 때문에, 면역이 억제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침습성 진균 감염에 대한 리스크가 더 높아지게 된다.
올해 1월에 발표된 최근 논문 자료 중 여러 국가에서 면역 저하 상태 환자들의 침습성 진균 감염 실제 발생률과 심각성 대한 내용을 보고한 논문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700만 명 정도가 상당한 질병 부담을 겪고 있고, 그 중 사망률이 50~60%까지 달할 수 있다. 즉, 거의 400만 명이 매년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어 상당히 높은 숫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균 질환의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중증에 해당하는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이 있는 환자는 사망률이 80%까지 육박을 할 수 있다. 칸디다증, 피부, 요로기계 감염의 경우에는 사망률이 조금 낮은 편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침습성 진균 감염을 겪고 있는 환자 수도 매우 많고 사망률도 상당히 높다는 것을 기억해야 된다.
Q2.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상세불명의 진균감염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진균 감염 발생률은 어느 정도이며, COVID-19 환자 및 면역저하환자에서의 진균감염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이동건 교수] 진균 감염은 크게 침습성, 표재성으로 구분한다. 표재성 진균 감염의 대표적인 질환이 무좀이다. 침습성 진균 감염은 장기를 침범하는 것으로, 무랏 아코바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암 환자들,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질환이다. 건강한 일반 사람들은 진균이 몸에 들어오거나 있어도 진균 감염에 걸리지 않는다.
대표적인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아스페르길루스증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기 안에 아스페르길루스라는 곰팡이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숨 쉬면서 곰팡이가 우리 몸안으로 들어왔다 나가도 건강한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면 천식이 생기기도 한다. 즉, 같은 아스페르길루스라는 곰팡이가 몸에 들어와도 환자의 면역 상태에 따라서 환자에 따라 폐렴, 천식 등이 생기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건강한 사람보다 면역저하 상태인 암환자를 잘 컨트롤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저하 상태인 환자들이 항암 치료할 때 또는 이식하고 면역억제 치료를 강하게 했을 때 통원 치료를 받으며, 돌아다니면서 흙이나 공기에 있는 많은 진균에 노출될 수 있어 걸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침습성 진균 감염은 이런 암 환자나 면역 저하자 뿐만 아니라 코로나 또는 독감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심하게 걸린 사람들, 간혹 나이 드신 분들이 심한 독감에 걸려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있다. 입원 중 아스페르길루스증에 걸리는 일이 가끔 생긴다.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진단도 못 했던 침습성 진균 감염이 우리 주위에 흔히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독감 바이러스 감염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Q3. 최근 WHO에서 감염질환 중 진균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임상의에게 진균 감염을 항상 염두에 두고 치료를 진행하도록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들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를 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나?
[무랏 아코바 교수] 2022년도에 WHO에서 중요도를 기준으로 진균 감염 등을 분류했다. 그 외에도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와 진단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촉구도 같이 했다. 그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진균 감염에 대한 위험도 내지는 심각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경각심을 가지고 신경 써야 된다는 맥락의 권고 사항인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고려해야 될 포인트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최대한 조기에 진균 감염 진단을 하고 적절한 치료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혹시 진균 감염이 아니냐는 의심을 의식적으로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너무 늦게 진단과 치료를 시작을 하게 되는 경우는 치료를 시작을 했음에도 사망을 하는 증례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제로 시작하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조기 진단 치료와 사망률 간의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제로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두 번째로 진균 치료제 내성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같이 고려가 되어야 한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옵션들이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가 있고, 환자들이 복용하는 다른 약물들과 상호작용이 있는 약제들도 있기 때문에 해당 환자에 있어 어떤 진균 치료제가 가장 적절한 것인가, 해당 국가의 내성 패턴은 현재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여건도 고려되어야 하며, 진균 감염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진단이 되면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들을 다 동원해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Q4. 국내 실제 임상현장에서 이러한 치료 전략을 도입할 때 한계점은 무엇이며,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이동건 교수] 조기 진단을 하려면 일단 의심을 해야 검사도 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이런 경우는 진균 감염을 생각해야 되겠구나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진균 감염 자체가 흔한 질병이 아니고 진단이 어려우니 진균 감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문제가 있다. 사람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에 의사도 본인이 의심하는 질병만 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환자가 열이 나고 폐렴이 생겼는데 항생제를 써도 효과가 없는 폐렴일 경우 진균 감염이 아닐지 의심해야 하는데, 진균 감염이라는 생각을 아예 못하고 진단을 못해 환자 상태가 나빠진다.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진균 감염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이 있으면 진균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학회나 언론들이 진균 감염에 대한 인식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다.
생물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하는데 그중 세균은 무핵생물이고 진균은 진핵생물이라 세균과 진균은 완전히 다른 생물이다. 사람과 같이 진균은 핵막이 있는 것인데, 더 쉽게 말하면 진균은 사람만큼 똑똑한 생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이러스, 세균, 진균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미생물인데 각각 다른 자기의 영역을 가지면서 움직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세균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대략 200~300개 있다. 그런데 진균을 치료하는 약은 전세계에 20개 정도 있고, 국내에는 10개 정도 있다. 한 종류의 세균을 치료하려면 쓸 수 있는 항생제가 100개 정도 있어서 그 중에 골라 쓰면 되는데 진균 치료제는 항생제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진균 자체가 똑똑해서 약을 쓰면 회피하려고 금방 내성이 생기고 도망가려고 하므로 항진균제 10개 정도로는 사실 부족하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신약이 들어와야 하고 항진균제 여러 개를 같이 써야 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약들이 비싸고 개발도 잘 안되어 약을 쓰는 데 한계가 많다.
무랏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약물 상호작용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침습성 진균 감염은 주로 항암제와 면역억제제를 쓰는 아픈 사람들한테 걸리는 병인데, 항암제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 진균 감염이 생겨서 약을 쓰면 이 약물의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꽤 있다. 특히 아졸계 항진균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만약에 항진균제를 썼는데 항암제 농도가 상호작용으로 떨어지면 항암제가 환자에게 효과가 없다. 반면에 항암제 농도가 올라가면 독성이 생긴다. 진균 감염은 다른 세균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5. 모든 항진균제에서 약물 상호작용이 있는가?
[이동건 교수] 그렇진 않다. 국내에서 쓸 수 있는 항진균제는 아졸계, 에키노칸딘계, 폴리엔계로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아졸계 항진균제는 약물 상호작용이 있어서 약 선택을 잘해야 된다. 반면에 에키노칸딘, 폴리엔계는 약물 상호작용이 비교적 좀 덜하다. 그러나 에키노칸딘계는 쓸 수 있는 진균 감염이 많지 않다. 칸디다증, 아스페르길루스증 정도만 효과가 있고 다른 진균에는 효과가 없다.
폴리엔계는 국내에서는 암포테리신 B 데옥시콜레이트가 있고, 암비솜이라고 하는 리포좀화한 암포테리신 B 2가지 종류가 있다. 이 두 가지 약물은 상호작용이 별로 없고 사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도 넓다. 그래서 여러 진균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데, 모든 진균을 죽이지 않고 남겨 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진균에 효과적인 약을 써야 해서 이 폴리엔계의 암비솜은 약물 상호 작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보험 제한이 있기는 하다. 발열을 동반한 호중구 감소증이 있는 환자에게 일부 경험적 치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외의 경우 진균 확인이 되기 전에는 암비솜을 사용할 수 없다. 보험 문제 다음으로 진균 진단 자체가 매우 어렵다. 우선 눈에 보이지 않고 진단하려면 의사들도 여러 고민이 필요한데 약을 빨리 쓰려면 경험적으로 쓸 수밖에 없어서 약 사용에 제한이 있다.
Q6. 항진균제 사용에서 경험적 치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무랏 아코바 교수] 경험적 치료는 침습성 진균 감염 치료 전략 중 한 가지다. 만약 환자가 어떤 리스크 상태에 있고, 겪고 있는 증상을 봤을 때 확진이 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침습성 진균 감염이 의심되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치료 지연으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커다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을 경우 추정하는 바를 기준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경험적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즉, 침습성 진균 감염이 의심되고, 빠르게 확진이 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전제하에 치료를 시작하는 개념이다. 현재 진균 감염 진단을 빠르게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한계나 제약이 있는 환경이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상당히 시급한 경우에 매우 유용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혈액암을 앓거나,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경우에는 면역 억제가 상당히 강하게 되고 있는 상태로 침습성 진균 감염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경험적 치료 전략이 가능하기도 하고 부적합하기도 하다.
경험적 치료의 장점은 빠르게 침습성 진균 감염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기 때문에 실제로 진균 감염 환자를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가능성을 낮춰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단점을 굳이 꼽는다면 치료를 진행했던 환자들 전체가 다 침습성 진균 감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경험적 치료를 통해 소위 생명을 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장점과 단점은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는다고 생각되므로 우수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병원이나 국가 여건 자체가 정확한 진단을 최대한 신속하고 용이하게 할 수 있다면 정확하게 균이 동정이 된 후에 결정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다. 저희 병원에도 빠르게 침습성 진균 감염에 의한 문제인지 판단하기 위한 최첨단 진단 검사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그런 맥락에서 경험적 치료가 더 중요해지게 된다.
[이동건 교수]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경험적 치료를 아주 쉽게 말하면 잘 모르는 데 약을 쓰겠다는 것을 경험적이라는 말로 포장한 것이다. 항생제 치료에는 예방적(Prophylaxis), 경험적(empirical), 선제적(preemptive), 확정적 표적 치료(Targeted) 네 가지 치료 전략이 있다.
다른 병에서는 이런 전략을 안 쓴다. 당뇨, 고혈압에 예방으로 약을 쓰는 일은 없다. 고혈압이 진단이 안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쓰는 일도 없다. 암도 마찬가지로, 예방적으로 항암제를 쓰거나, 환자가 빠르게 나빠질 것 같으니 경험적으로 항암제를 쓰자는 얘기를 하지 않듯이 대부분의 질환은 질환이 확인된 다음에 약을 쓰지만 감염성 질환만은 옛날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진단이 된 다음 하는 확정적 치료를 하면 좋다. 당뇨약, 혈압약을 의사들이 오남용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항생제만 유일하게 오남용한다는 말을 쓴다. 그 이유는 진단이 되기 전에 약을 쓰지 않으면 환자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장 대표적으로 폐렴 환자가 응급실에 와서 흉부 X-선 촬영 후 폐렴 소견이 발견됐지만 원인균을 모르고 어떤 항생제에 반응하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약을 쓴다. 만약에 그 원인균을 확인하고 잘 듣는 약을 쓰려면 3~4일 정도 걸리는데 그 동안 환자는 상태가 나빠지거나 사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암 환자는 진균 감염의 표적 치료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으니 예방적으로 쓰고 경험적, 선제적으로 쓰는 전략을 사용한다. 경험적으로 사용하면 환자가 좋아질 가능성이 많고 확정적 치료보다 효과가 좋다. 그런데 부작용은 너무 많이 쓰게 되는 오남용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많이 쓸수록 내성이 생기니 내성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치료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경험적 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대표적으로 급성 백혈병을 앓는 환자 중 관해 유도 항암 치료(Induction Chemotherapy)를 하는 진균 감염의 고위험군에게 경험적 치료를 해야 한다. 이 환자들은 예방 치료를 하지 않으면 10% 정도가 진균 감염에 걸려 열이 나서 항생제를 썼는데 반응이 없고, 열이 계속 나고 호중구 수치도 떨어져 있으면 경험적으로 항진균제를 사용하자는 합의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Q7. 서울성모병원은 진균 감염 치료에서 감염내과의 빠른 협진으로 진균 감염 치료 협진이 잘 되고 있는 기관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진균제 사용시 오남용이나 내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이 문제를 줄이면서 경험적 치료로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이동건 교수] 진단을 빨리 해야 한다. 진단을 위해 CT를 증상이 있을 때 바로 찍고, 아스페르길루스라는 진균을 찾으려면 가래 검사, 기관지 내시경을 하는 것이다. 보통 진균 감염에 경험이 많은 병원은 진단이 3~4일 걸리고 진단 시스템이나 의사가 별로 없는 병원은 일주일 넘게 걸리는데 일주일 동안 치료를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단이 빨리 되면 경험적 치료는 줄여도 되지만, 진단을 하려면 검사를 해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추가로 든다.
예를 들면 제가 근무하는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백혈병 환자가 항암치료를 하는데, 발열 증상이 지속되어 항생제를 써도 열이 안 떨어지면 CT를 당일 빠르게 찍고, 폐렴이 있으면 호흡기 내과에 협진하여 기관지 내시경을 한다. 2~3일 정도면 진균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이렇게 못한다. 기관지 내시경은 침습적 검사를 한다는 것으로, 백혈구,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있는 사람들한테 검사를 하다가 나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 입원실에 있다가 내려와 CT를 찍고 가는 사이에 문제가 생길까봐 CT도 될 수 있는 대로 잘 안 찍는다. 그래서 경험적 치료를 쓸 수밖에 없다. 병원이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그런 고위험군들에서 진균 감염을 빨리 진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역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
Q8. 터키 하세테페 병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경험적 치료에 접근하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무랏 아코바 교수] 병원과 국가마다 접근이 다를 수 있는데, 저희 병원의 경우 많은 수의 백혈병 환자나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환자들이 많이 있는 3차 의료기관이다. 만약 환자가 열이 나고 경험적으로 항생제 치료를 진행했음에도 열이 72시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바로 CT를 찍고 폐에 혹시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를 기반으로 선제적 치료를 진행하게 되고 또 아스페르길루스에 대한 갈락토만난 항원 검사를 주 2회 시행한다.
검사를 하는 시점도 중요한데, 예를 들어 월요일 오전에 검사를 하면 결과가 오후에 나오게 되는데 바로 선제적 치료에 들어 갈 수 있고, CT 찍었는데 양성이 나오고 검사 결과에서도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환자가 폐에 아스페르길루스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실제 이런 결과들을 기반으로 해서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검사를 하는 시점이 금요일 오전에 하면 결과가 그 다음주 월요일 오후에 나오기 때문에 72시간 정도 시간이 경과되고 진단을 내려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환자의 사망률, 이환율 모두 높아져 버리기 때문에 기다릴 수 없어 이때는 경험적 치료를 한다.
그래서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해도 열이 72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바로 경험적 치료를 결정해서 리포좀화한 암포테리신 B를 사용한다. 이 약은 가장 광범위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진균 치료제고, 약물 상호작용도 적기 때문에 리포좀화한 암포테리신 B를 선택해서 사용한다. CT나 기타 검사 결과들이 바로 나올 수 있는 경우에는 선제적인 치료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경험적 치료를 사용해서 두 가지 접근들을 같이 잘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적절한 치료를 진행을 하기 위해서 감염내과 아니면 혈액 종양내과 선생님들끼리만 업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렵고, 병원 내에 다른 과들과 적절한 협진이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진단검사의학과와 적절한 협진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 호흡기내과와도 같이 협업이 많이 필요하다.
영상의학과 쪽에서 흉부 CT를 찍어 주셨는데 의심스러운 경우 추가로 BAL(Broncho-Alveolar Lavage, 기관지폐포세척 검사)이라고 하는 기관지 내시경도 요청을 드려서 검사 결과를 얻고 치료를 진행을 하면 가장 이상적인데, 혈소판이 많이 감소가 되어 있으면 출혈 위험이 높고, 상태가 안 좋은 경우에도 내시경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료로 바로 들어가는 방향이 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관지 검사를 하는 것이지만, 검사를 결과를 기다리려면 지연이 생길 수도 있어서 환자의 상태가 일정 수준의 문제를 넘어섰다고 하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경험적 치료를 시작한 다음,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치료를 조정해 나가는 접근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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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서울성모병원은 진균 감염 환자도 많고 치료 경험 데이터가 많을 것 같다. 이런 노하우들이 병원 별 치료 성적으로도 이어지는가?
[이동건 교수] 그렇다. 예를 들면 감염내과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볼 수도 있지만 대개 혈액질환 환자의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항생제를 썼는데 효과가 없으면 감염 내과에 컨설팅을 하는데 서로 같이 환자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공유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병원의 문화일 것 같다.
사실 분과마다 언어나 행동도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의학의 급속한 발달로 각자 자기 전공을 살리기 위해 분과가 만들어지는데 서로 언어가 달라 말이 안 통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혈액내과 전문의와 감염내과 전문의는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경우들이 꽤 있다.
그리고 혈액내과 전문의는 항암제, 면역억제제가 발전하고 있으니 각자의 약에 대한 부작용, 진균 감염의 위험을 구분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감염내과에서는 들어 본적 없는 약들이 많다. 신약이 나오니 분과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진 병원에서는 진균 감염이 의심되니까 약을 빨리 써야 하겠다는 합의를 만들어서 빨리 진행하는 반면, 아닌 병원은 한 분과에서 다 치료를 했는데 해결이 되지 않아 다른 과에 문의해서 진균 감염이라고 진단이 나오면 시간이 지체되고 그동안 환자는 나빠지게 된다. 병원의 문화, 시스템에 따라서 특히 폐렴 같은 경우 사망률이 달라질 수 있는 현실이다.
Q10. 이러한 사례와 같이 병원에서 적절한 약을 찾지 못해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동건 교수] 폐렴 원인의 반은 못 찾는다. 최근 환자와 보호자들은 암으로 죽는 것은 이해하지만 폐렴으로 죽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고 원인을 못 찾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교과서에서도 폐렴의 원인을 30% 찾고, 열심히 노력하면 50% 찾는다고 나와 있다. 즉 50~70%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폐렴에는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의사들의 경험으로 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진균은 더욱 원인을 찾기 어렵다. 아스페르길루스증 환자들이 실제로 진균이 배양돼서 확진되는 일은 거의 없다.
Q11. 광범위한 항진균제 암비솜이 경험적 치료에서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무랏 아코바 교수] 암비솜은 특이한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침습성 진균 감염에 대해서 승인을 받은 것이 40여 년 전이다. 첫 번째 이점이 내성이 적은 치료제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암비솜이 등장하고 난 이후에도 다른 여러 가지 항진균 치료제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암비솜이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주요한 진균들에 대해서 가장 좋은 광범위 스펙트럼을 잘 가지고 있는 치료제라는 인지도도 유지를 하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진균 세 가지가 칸디다, 아스페르길루스, 털곰팡이 인데, 이 세 가지 진균에 대해서 암비솜이 모두 효과를 잘 볼 수 있고, 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는 항암제나 항균제, 항생제 이런 약물들과 상호작용도 거의 없다는 것이 상당히 커다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경험적 치료제를 하거나 확정적 치료로 사용하든 가장 효과적인 항진균제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다. 특히 털곰팡이증 같은 경우, 환자들한테 큰 타격을 주게 되는 감염인데 수술과 함께 암비솜 사용이 거의 유일한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단점을 굳이 뽑자면 암포테리신 같은 경우 신부전과 관련된 우려를 보고받는 경우가 있는데 리포좀화 하기 전 물질인 데옥시콜레이트 암포테리신 B에 의해 발생하는 이슈이다. 그래서 지금 암비솜은 제형화되어 있는 특징상 신장에 대한 부작용이 훨씬 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가 되어 있기 때문에 침습성 진균 감염에 대해서 경험적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 그리고 또 확정적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약제라고 볼 수 있다.
Q12. 항진균제를 적극적으로 써야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쓸 수 있는 항진균제가 많지 않아 오남용도 고려해야 하는데, 조언을 부탁드린다.
[무랏 아코바 교수] 모든 의사들이 환자가 침습성 진균 감염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특히 고위험군 환자들에 있어서는 항상 생각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속한 진단 검사가 가능한 병원은 최대한 진단 검사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침습성진균 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 최대한 빠르게 검사 결과들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만약에 여건상 어렵거나 빠르게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도 결과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는 우선 경험적으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고 치료제에 대한 반응과 검사 결과에 맞춰서 전략을 수정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물론 이런 접근을 모든 환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고, 리스크가 있는 환자들에 있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진균 감염의 위험이 좀 낮은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하게 광범위한 항진균제를 널리 사용하거나 오남용하는 경우들은 피해야 될 것 같다. 따라서 각 환자의 사망 위험성, 항진균제를 사용했을 때의 위험성을 잘 판별해서 밸런스를 잘 맞춰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Q13.항진균제 사용에 보험 측면에서 접근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이동건 교수] 진균 감염은 눈에 잘 안 보이는 미생물에 의한 병이기 때문에, 감염내과 의사들의 할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의한 병을 보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진균 감염이 어떤 병이고, 어떤 사람들이 잘 걸리는지, 어떤 증상이 있으면 진균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사회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 다음으로, 진균감염은 조기 진단하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많이 좋아지는데, 문제는 약을 오래 써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조기 진단을 위해선 검사를 많이 해야 한다. CT, 갈락토만난 항원 검사도 중요하지만, 침습적인 검사도 해야 한다. 조직검사도 해야 되고, 기관지 내시경, BAL도 주저하지 말고 빨리 해야 한다.
그리고 진균 감염 환자가 감염내과 안에 모여 있지 않고 혈액 내과 종양내과에도 소속되어 있고, 이식수술과, 중환자실에도 모여 있어서 같이 움직이는 팀이 만들어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용어로 스튜어드십이라고 부르는데, 팀을 잘 만들어서 의사 뿐만 아니라 약사, 종양내과, 혈액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이런 과들이 다 같이 들어와서 어울려서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험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급여를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또 하나는 새로운 약이 들어와야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특히 처방약도 비싸지만 항진균제로 새로 들어오는 약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비싸다. 새로운 약들의 필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임상시험이 끝나고 실제로 그 약이 들어오려면 많은 시간도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진단이 안 되고 어렵지만 의사가 질환이 의심되면 약을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약을 쓴 증거를 대라고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보험 제도는 그 증거를 대지 못하면 삭감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6개월 약을 사용했는데 1억원 정도 삭감된 적 있다. 소견서를 쓰고 다시 돌려받으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는 항진균제는 대게 중증 환자들, 암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제인데 감염내과 전문가들이 진균 감염이 의심되면 보험급여로 쓸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왜냐하면 암, 중환자실 환자들이 안 좋아지는 이유는 감염으로 나빠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백혈병 환자가 백혈병 때문에 죽는다고 생각하는데 환자의 반은 감염으로 돌아가신다. 감염 중에서도 진균 감염이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다.
약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생사의 문제이다. 항진균제도 항암제만큼 비싸고 중요한 약들이므로 앞으로 급여 관련 확대가 필요하고, 학회와 잘 상의해서 진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