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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9 08:55 (월)
손으로 하는 기술에 여순은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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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는 기술에 여순은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8.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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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저 정도라면. 말수는 어찌 저리도 틈이 많지. 혀를 끌끌찼다. 일제의 제거 대상이 거리낌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선생의 동선을 일제는 모르는가. 자신이라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임정의 우두머리 치고는 경호가 빈약해. 허술하다는 말이지. 그래서 말수는 누구라도 먼저 만나면 그 사실을 말해 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독립군 쪽 인사라면 경호를 더 보강하시오, 라고 말할 것이다. 일제 소속이면 선생의 경호는 경호랄 것도 없으니 처치하고 싶으면 오늘 당장이라도 가능해요. 뭘 꾸물 거리시오. 그런 사실을 모른단 말이요. 일본 영사관은 대체 뭐하는 기관인지 모르겠소.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찬다. 선심을  쓰고 싶다는 듯 말수는 그런 생각에 빠져드는데 이층에서 귀에 익은 곡조의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말수는 흥얼 거렸다. 여순의 기타 솜씨는 능수능란했다.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하는 그녀가 기타 줄을 가지고 놀았다. 길고 하얀 손이 줄을 잡고 이리저리 옮겨 갈 때면 흡사 무리지은 학들의 군무처럼 예뻤다. 지휘자의 손가락 없이도 여순은 절대 음감을 익혀가고 있었다. 배우는 것이 빨랐던 그녀는 타고난 음악가였다. 가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노래도 제법 구성지게 뽑았다. 이제 여순에게 피아노와 기타는 뗄 수 없는 친구가 됐다. 가장 친한 친구. 내 베프. 여순은 노래를 부르다 간주가 나올 때면 손가락으로 누르는 기타줄을 보면서 말을 걸었다. 말이 없어도 눈짓만으로도 통해. 넌 나의 지란지교와 같은 친구. 실컷 수다를 떨고 나면 막힌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그런 사이. 점례가 없는 지금 여순은 음악을 통해 치유되고 있었다. 깊은 마음 속의 구덩이에서 탈출하고 있었다. 그것은 워낙 서서히 진행되고 있어서 여순 조차도 알 수 없었으나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날 부터 그녀에게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됐다. 그것은 지난 날을 잊는 마약이었으며 현재를 깨우는 비타민이었다. 

난 친구가 없어. 그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울다 잠이 들지도 않아.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어. 내 친구는 많거든. 음악이 제일 친한 친구야. 그리고 책읽기가 그 다음 순서고 영어 공부도 있어. 환자는 돌보는 것도 친구이며 사색이나 걷기도 나의 친구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친한 친구는 내 남편 말수가 있잖아. 이렇게 좋은 친구가 많은데 없다니. 난 사람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심심하거나 위로를 받을 여유가 없기도 하거니와 필요성도 못느껴. 점례라면 모를까. 난 지금 배우면서 채워지는 지식의 힘에 깊이 빠져 들었거든. 그것은 책이었고 악기 였으며 자신을 찾아오는 아픈 환자들이었다. 환자들은 늘 아팠다. 아프니까 환자들이다. 새삼스러운 것을 깨닫을 때면 여순은 알게 모르게 환호를 질렀다. 인상을 쓰는 환자를 보고 환호라니. 그 고통의 일부를 내가 같이 지고 있으니까. 아픔은 나누면 좀 덜 하거든. 이제 알겠지. 내가 소리치는 이유를. 자 환자는 우는 얼굴로 왔다가 웃으면서 나갔어. 다음 대기 환자는 비었네. 이런 순간 내가 옆에 있는 친구를 찾을 기회야. 기다렸다는 듯이 여순은 세워져 있는 기타에 눈길을 주었다. 언제 보아도 사랑스러운 녀석. 너 없었으면 어쩔뻔 했니. 수다의 재미가 이보다 어찌 나을까. 어쩨 떨었던 수다는 내일 떨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 백년 후에 떤다고 해도 내게 어떤 의미가 있겠어. 그러나 이 기타줄의 울림은 내 영혼의 밑바닦을 훓고 지나가. 영혼을 그렇게 하다니, 어떤 수다가 여기에 미칠 수 있겠어. 목포의 눈물이나 황성옛터는 수백 번을 더 불렀다. 단골로 오는 그곳 중국인 환자들도 노랫말을 흥얼거릴 정도였다. 환자와 인사를 하고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관객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눈을 들어 본 적이 있지. 간 줄 알았던 환자가 다른 환자와 함께 내 노래를 듣는 거야. 단골 라이브를 즐기는 그 환자야 말로 예술을 아는 진짜 관객이었던 거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일부러 환자의 등 뒤가 사라지기 전에 선율을 흘려 보낸 적이 있거든.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했더니 어느 날은 선생님이 치는 그 노래 제목이 궁금해요. 이렇게 물어 오지 않겠어. 의사질은 잠시 멈추고 음악선생이 되는 거지. 어쩜 선생님은. 언제 음악을 배웠대요. 칭찬의 말은 사양하고 난 계속 말을 하지. 황성옛터는 무너진 고려나 조선을 아련히 떠얼리게 해요. 가사를 잘 음미해 봐요. 목포의 눈물을 부르면 쌓인 한이 봄눈처럼 녹고요. 아리랑은 뭐랄까. 여럿을 하나로 묶어줘요. 내가 아리랑을 부르면 그런 느낌이 들지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렇게 맞장구치는 환자는 회복도 빨랐다. 여순은 지금 춤을 추면서도 튕겨 낼 줄 아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요즘에는 새로운 노래도 익힌다. 애수의 소야곡, 왕서방 연서, 오빠는 풍각쟁이야 등 조선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배우는데 재미를 붙였다. 부를수록 신이 나고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것보다는 그러려는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노래를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 졌다. 그러면 다시 차트를 보고 오늘 본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내일 올 환자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치료 방법을 그렸다.

지루할 새가 없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이 왔다. 말수는 환자를 보기 무섭게 저녁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남편은 늘 약속 핑계를 댔고 늦은 밤에 술에 취해 들어왔다. 어떤 날은 너무 늦으면 기다리지 말라고 하면서 아예 새벽이나 해가 떠서 귀가했다. 여순은 그런 말수가 걱정이 됐다. 다른 무엇도 아닌 건강이 염려됐다. 그가 없으면 병원은 어찌되나. 이제 막 자식의 정을 느끼는 비록 양자지만 들인 아들의 앞날이 우려스러웠다. 당신이 있잖아. 나보다 유능한 여자 의사. 하면서 여순이 병원은 어쩌고 자꾸 밖으로 도느냐고 물으면 약간은 비꼬는 투로 말수는 이렇게 말했다. 여보, 수술은 당신이잖아요. 난 당신의 손끝도 못 따라가요. 아들이 커서 아버지 병원을 물려받을 수 있을 때까지는 안심하면 안 되요. 또 그 소리. 아들 타령이오. 애들은 태어날 때 제 먹을 것은 갖고 난다고 하지 않소. 알아서 하겠지. 내버려 둬도 됩니다. 말수는 그럴 말로 여순을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되레 화를 복돋는지 모를 소리를 하고는 문을 소리나게 열고 닫았다. 외출하고 술을 먹는 것 말고는 말수는 낮 동안에는 소홀함이 없었다. 남편은 책임감이 있어. 그렇게 늦게까지 푸고도 제 일을 해. 내가 너무 오버하고 있나. 간섭이 심하면 남자는 밖으로 돈다고 했으니 모른 척하고 입 다물고 있을까. 여순은 하다못해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대개는 중도에서 끊어지기 마련이다. 환자가 들어오거나 아들이 놀아달라고 칭얼대거나 간호사가 구매 물품 목록을 들이밀기 때문이다. 페이 닥터는 자기 일을 잘 해내고 있다. 눈치빠른 그는 환자가 몰릴 때면 여순이 손이 달리지 않도록 잘 관리했다. 젊은 청춘이 눈치가 제법 있었다. 저런 사람으로 아들이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이 여순은 볼 때마다 들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내일은 주말이니 어디 야외에 나가서 스트레스를 좀 풀고 올까. 아니면 점례 소식이 있는지 미술관이나 구경 갈까. 편지를 보냈는데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점례가 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분명히 잡지에 나온 파리 주소를 정확히 썼는데 어이된 일인지 두 달이 지나도 점례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러다가 한인촌에서 발행하는 조선소식이라는 비정기 간행물을 통해 점례가 잠시 귀국한 사실을 알았다. 파리 유학 중에 그린 그림과 그곳 화가들의 몇 점을 합쳐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점례야, 나 여순이다. 보고 싶구나. 여순은 신파조의 연극 대사를 읆조리듯이 한 번 입 밖으로 말해 보았다. 또 점례구려. 어느새 들어왔는지 말수가 물었다. 고향 친구 그 점례말이오. 당신에게 그렇게 중한 친구요. 여순은 화들짝 놀랐다. 아니 기척도 없이 들어오면 어떻해요. 내 집인데 노크를 해야 하나. 그런 건 아니지만 깜짝 놀랐잖아요. 도둑인가 하고요. 아니면 나쁜 놈일지도 모르잖아요. 알아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점례는 소식이 왔소. 아직요. 그런데 점례는 왜 찾아. 애타게. 과장이 심하군요. 간장이 녹을 정도는 아니고요. 그냥 걱정이 되서요. 여순은 점례가 여전히 자신이 그랬던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면 어쩌나 그 두려움에 쌓여 있었다. 그런 정도는 아니고요. 편지에 답장이 없으니 왔으면 하는, 올 때가 됐는데 하는 기다림 때문에 나왔나 봐요. 유명인사가 점례라고 하던데. 얼마나 조선에서 인기가 많으면 신문에도 다 나와. 그러게요. 조선 제일의 화가라니 그럴만도 하지요. 파리에서도 곧 명성이 날릴 기세에요. 유학 생활을 하다 최근에 귀국 전시회를 열었대요. 지금 잠시 조선에 다니러 왔나 봐요. 그래서 인사동이 북적였고요. 여기 봐요. 말수는 여순이 내미는 신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래, 당신에게 그런 멋진 친구가 있었단 말이지. 자랑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대. 당시는 늘 점례얘기만 나오면 처음듣는 사람처럼 신기해 해요. 왜 그래요. 그냥. 그 친구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대. 그렇게라니요. 만주에도 갔고 조선도 마음대로 들락이고 파리도 가고. 처음 내막을 낸들 어찌알겠어요. 여순은 거기까지 말하고 말을 뚝 끊었다. 처음이라니. 내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 말수는 여순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얼른 대화를 돌렸다. 좋은 시절이 오면 나도 함께 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점례의 동지라는 그 인본인 유마인가 하는 그 사람도 만났으면 싶고. 만나서 뭐하게요. 그냥 이런 저런 말을 나누는 거지. 인생이야기지 뭐 다른 게 있겠어. 당신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친구와 친구의 남자를 만나는 것이 뭐가 이상해. 그렇군요.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럴 기회를 위해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살잖아요. 

만나면 말이 통할 거야. 그러게요. 그런데 벌써 십년 도 지났으니. 사람이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이 안가네요. 점례도 당신보고 어머나 어머나,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하면서 놀랄걸. 의사 여순을 생각이나 했겠어. 내가 화가를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그럴 거예요. 세월이 우리를 각자의 길을 이끌었어요. 그 친구를 만나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풍금을 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요. 내가 기타를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면 아마도 놀라 자빠질걸요. 점례는 그림은 잘 그리지만 음악 소질은 제가 더 나아요. 그러면 우리가 한 번 파리로 놀러 가볼까. 아니면 상하이로 초청하는 건 어때. 여보, 진심이세요.  농담 아니죠. 물론이고 말고. 자, 친구를 만났다고 치고 노래를 한 번 불러봐. 솜씨를 자랑해야지. 당신 노래는 언제들어도 명품이야 명품. 말수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말수가 기타가 놓여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여순은 거부하지 않았다. 이렇게 공손히 청하는데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광적인 청중이 외치는 알코르와 다를바 없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 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청을 기다린 것처럼 여순은 재빨리 노래를 시작했다. 얼씨구 말수가 추임새를 넣었다. 그 노래는 언제 또 배웠어. 한참 됐어요. 당신이 관심 없으니 모르지요. 어 쏘리, 내가 요즘 바쁘잖아. 당신도 알다시피. 알긴 아는 군요.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좋지요. 이번엔 왕서방 연서를 부를까요. 아니면 오빠는 풍각쟁이야를. 여보, 그런 허당 노래 말고 이런 노래 어때. 말수는 주먹을 쥐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 그려놓고 성수만세 부르고 나랏님의 병정되기 소원입니다. 여순은 차렷 자세를 하고 팔을 위아래로 힘차게 휘두르며 부르는 말수를 올려다 보았다. 긴장 풀어요. 얼굴이 굳었어요. 군가를 왜 불러요.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데 가사가 애절하네요. 그 노래 들은 조선 병사들은 입대하고 싶어 발이 간질 거리겠어요.  제목은요. 조선에서 지금 최고 히트송인 혈서지원을 모른단 말이요. 이런 이런. 가사와 제목이 딱 어울리네요. 애국자 어디 가겠어요. 박자 좋지 가사 좋지. 이런 노래를 불러야지. 말수가 자리에 앉으면서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전쟁 중이니 이런 노래를 불러야지. 전쟁에도 사랑에 있어요. 군인들도 휴가를 가잖아요. 난 전쟁이 싫어요. 싫어도 현실인데. 말수는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두고는 다시 팔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부르다 만 나머지 부분을 마저 불렀다. 작정하고 부르니 말릴 수도 없었다.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랏님의 병정되길 소원합니다. 해군의 지원병을 뽑는다는 이 소식 손꼽아 기다리던 이 소식은 꿈인가 감격에 못이겨 손끝을 깨물어서 나랏님의 병정 되길 기원합니다. 여보 여기 나랏님은 쇼와 덴노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당근 이쥐. 말수가 얼굴을 활짝 펴고 다가 앉았다.

그런데 가사도 그렇고 그런 노래를 상하이에서 굳이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차라리 독립군가를 불러보면 어때요. 여순이 다시 기타 줄을 잡고 몇 번 튕겨 내더니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삼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이 너와 나로다. 이절 마저 부를게요. 간주 중간에 여순이 말했다.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할 건가 정의의 날쌘 칼이 비끼는 곳에 이길이 너와 나로다. 여보, 가사를 어찌 외웠어. 하나도 안 틀려. 말수가 놀래면서 물었다.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당신이 늘 불렀잖아요. 어려운 시절에. 틈만 나면 불러서 그냥 외웠지요. 그래 맞어. 그런데 지금은 아냐. 그 노래는 아냐. 여보, 난 이 행복 깨고 싶지 않아. 우리들의 행복 말이야. 나도 그래요.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아들도 있고. 아들이 걱정되긴 하지요. 명색이 아빠인데 그런 말 너무 하다 싶지. 미안해요. 우린 지금까지 잘해 왔어요. 앞으로도 우리 잘해나가요. 그래 그러러면 줄을 잘 타야 해. 줄을. 말수가 자신있는 어투로 말했다. 한쪽에는 왼쪽 다리를 다른 쪽은 오른 다리를 걸쳐 놓고 있어야해.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일본 영사관 직원을 만나면 혈서지원을 꺼내 들고 임정 요원이 찾아오면 독립군가를 부르는 식이지. 그런데 지금은 혈서지원을 자주 불러. 왜냐고. 조선 줄은 썩은 동아줄이오. 당신도 알지. 일본 줄을 잡아야 해. 그것도 꽉. 어떤 경우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쥐고 있어야 한다고. 해 보니 안 되는 것은 버려야 해.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이 들어. 돌아가는 정세도 그렇고. 임정 때문에 고통받는 고국 동포들 생각도 해야지. 여기서 독립운동이다 뭐다 하면서 시끄럽게 굴면 조선사람만 힘들어. 말수는 자신이 힘들다는 듯이 힘든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팬단 말이지. 남은 사람만 죽어나는 거지. 일본인 누구 하나 다쳐봐. 조선백성 열에 백에 천이 짓밟혀. 가만히 있는 흰옷 입은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 상하이로 도망쳐 와서는 독립운동한답시고 지들끼리 싸우질 않나.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어.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지 말입니다.  기미년 운동은 백성들이 일으켰잖아요. 안 그래요. 그 후 일제의 태도가 바뀌었고요. 그래서. 그 다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탄압은 거세져. 그렇지만 말이란 것이. 여보. 독립운동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나쁘게만 볼게 뭐 있나요. 생기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 돈 쓰면서 하는 일인데. 그 분들 명예도 있잖아요.여순이 말수와 다른 의견을 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그래서 뭐가 달라진 거 있어. 해봤잖아. 안 해 봤다면 해 볼 수 있어. 벌써 수십 년을 하고 있어. 그런데도 안 되는 것은 우리가 힘이 없거나 일본이 너무 세서 그래.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거지.

글쎄요, 난 정치는 잘 모르지만요.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모르기는 해도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기개가 없다면 조선 반만년 역사는 어디로 갈까요. 그 유구한 역사가 순식간에 사라져서야 되겠어요. 유관순 열사 납시었네. 알았어. 알았다고. 내 말은 좀 길게 보자는 거지. 길게 가자고. 수 십년을 지배당하고 있는데, 말도 글도 사라지고 있는데 하루 아침에 일본이 물러가겠느냐고. 말수의 톤이 높아졌다.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조금 떨려 나왔다. 비웃는 것은 아니지만 그답지 않은 언사였다. 괜한 말로 당신 화나게 했어요. 화낼 일이 아닌데. 내가 괜히 화를 냈다는 거지. 그런 거 아니거든요. 거기까지 당신 마음이 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세상 이치에 밝지만 저는 어두워요. 여순이 톤을 낮췄다. 싸울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난 다만..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는 주관이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심정적으로는 마음이 그쪽에 있잖아요. 당신도 그렇고요. 내가 그쪽이라고. 난 아냐. 아니라고. 달라도 많이 달라. 말수가 고집부리는 아이처럼 입을 비죽 내밀었다. 상대가 사납게 나온다고 맞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해도 때리는 그가 옳다고 편들 수는 없잖아요. 누가 당신보고 이편 저편 편들라고 등 떠민 거 아니잖아. 당신은 편들면 안돼. 중립 알지. 중립을 지켜.  알았어요. 여보. 다른 거 다 떠나서 병원 열심히 하는 게 우리한테는 애국이고요. 그 밖의 것은 차차 정리하지요. 기회다 싶어 여순이 논쟁에서 빠지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그런 일로 기운을 빼고 싶지 않았다. 잘 해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독립이니 친일이니 하는 일이 방해를 놓고 있다. 불쾌한 기억도 때론 떠오른다. 일제 이야기만 나와도 몸이 떨리는데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그새 죽을 고비를 잊어버렸나. 풀이 죽은 여순을 보고 말수가 누그러진 목소리로 설득하듯이 말했다. 병원 개업도 따지고 보면 다 일본 때문에 가능했던 거 당신 벌써 잊은 거요. 나카무라 대장이 아니었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지 몰라. 그가 자리 알아주고 돈 대주고 다 했잖아.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은 내가 가는 길이 아냐. 누가 그러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 그 분의 신세를 진 것을 왜 모르겠어요. 다만 나는 자기 목숨 내놓고 하는 사람들의 고난을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싶어요. 타국 땅에서 제나라 찾겠다는 사람들은 외롭거든요. 우리에게 그들을 달래줄 의무가 있는 건 아냐.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난 다만, 당신이 호의적이었다가 적대적으로 돌아서고 있어서 그게 좀 걱정이 되서요. 나카무라 대장이 개업에 도움을 준 건 고마운 일이에요. 그걸 부인하거나 아니라고 덮어 두려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당신이 거기에 깊이 빠져들지 않았으면 해서요. 정치를 하려는 건 아니잖아요. 아냐, 맞아. 제대로 집었어. 난 정치를 하고 싶어. 그게 체질에 맞아. 그래서 어쩌려고요. 어쩌긴 뭘 어째. 이제 임정과는 좀 거리를 둡시다. 돈을 대는 것도 그렇고 그쪽 사람들은 치료비도 거의 공짜로 해주는데, 그것도. 알았어요. 그렇다고 당장 매정하게 굴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 건 당신이 알아서 해. 그냥 그렇게 사무적으로 대해줘. 조금은 거리를 두자는 거지. 무슨 불똥이 튈지 모르니까. 그래요. 당신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남는 돈은 병원 증축에 씁시다. 여순이 결론을 내렸다는 듯이 대못을 박았다. 말수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다른 뜻이 있었다. 아내 몰래 비행기 헌납 같은 큰일을 하고 싶었다. 일본에 녹을 먹었으니 제대로 한 번 값아 보자는 심사였다. 일제 만주국 요원과는 포목점 집 주인과 통하면 쉽게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 사정이 어렵다고 하니 통 크게 한 번 쏠 수도 있다. 아니면 일본 영사관을 찾아도 되고. 전투기 한 대를 쏘겠습니다. 이렇게 한번 해 보지 뭐. 돈이야 또 벌면 되는 것이고. 한 번 전투기를 쏘면 군함 여러 대를 쏠 돈이 들어올거야. 

말수는 자신감에 차올랐다. 새로운 일은 언제나 그에게 신바람을 주었다. 남자의 기개가 이제서야 빛을 본다고 생각했다. 일제가 승리하면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온다는 확신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이나 서양 제국주의에 맞서 아시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해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이 내세우는 대공아공영권은 자신에게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아시아인은 아시아인끼리 뭉쳐야지. 일본은 각 민족의 생존권과 번영을 약속하고 있잖아. 맞아. 지금 전쟁은 서양과 아시아의 전쟁이야. 설사 과실은 전부 일본이 딴다고 해도 서양 패거리에게 주는 것보다는 낫지. 일본을 중심으로 뭉치면 조선 독립도 피를 흘리지 않고 얻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아.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일본이 진다고 해도 빚은 갚는 거고. 말수는 이런 식으로 자기를 합리화 해 나가기 시작했다. 말수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정치에 자신이 붙었기 때문이다. 포목점 집 주인과 많은 대화는 자신에게 정무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국제 정세를 분석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단체들의 이전투구를 하나로 묶을 방책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는 임정으로는 조선을 대표할 수 없다는 확신이 섰다. 저 정도 정치력으로 사회주의자와 민족주의자들을 통합할 수 없다. 통합하지 않으면 모래알이다. 그는 통합된 임정의 수반으로 자신이 어울리겠다는 야망을 키웠다. 임정수반이 일제에 통 크게 비행기를 공납한다. 어울리잖은가. 이렇게 일제와 임정이 협력하면 서양이 보기에 동양인들의 단합이 도드라 질것이다. 일본이 승리하면 조선독립을 보장해 줄지 모른다. 일본이 진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잘된 일이다. 임정 수반이 귀국하면 독립된 대통령이 된다. 그는 조선의 새로운 대통령을 꿈꿨다. 왕실은 이미 붕괴됐으니 신경 쓸 일이 없다.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임정의 수반이 되어야 한다.

말수는 그러기 위해 일본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데 의심하지 않았다. 해방이 된다고 해도 조선은 일본놈 판이야. 총독은 쫓겨나도 그 아래 관리들은 다 일본인들이 장악하고 있어. 아니면 친일파이거나. 그들의 힘을 얻지 않으면 독립된 조선은 껍데기야. 승리자가 미국이면 일본처럼 총독을 보내든 신탁 통치를 하든 미국의 식민지가 되겠지. 그래도 결국 정치는 친일파가 할 거야. 경제가 돌아야 하고 치안을 유지해야 하고 문화를 살려야지. 그러려면 일본과 친일파 없이는 불가능해. 일단 비행기를 크게 쏘고 나서 때를 보자. 일본이 패망하면 협박 때문이라고 둘러대면 되고. 아니면 누가 내 이름을 팔았다고 하면 되지. 변명은 수천 가지가 넘고 그걸 따질 사람은 없어. 일단 정권을 잡으면 다들 넘어오게 돼 있지. 권력 앞에 꿇는 것은 본능이야. 지금은 친일이 대세야, 때를 봐서 친미를 하거나 친중이든 친러든 그때 가서 붙자고. 병원장으로 남기에는 말수는 너무 그릇이 컸고 물이 넘쳤다. 끝도 없는 통영 앞바다를 호령했던 그는 이순신 장군이 된 듯이 큰 칼을 옆에 차고 자나깨나 나라 걱정 혹은 자신의 무궁한 앞날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그러기위해서는 일단 임정을 접수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는 사분오열된 임정의 명령체계를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는 선생을 제거해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혔다. 일단 말로 해결하는 것이 일순위다. 설득해서 되면 그보다 좋을 수가 없다. 스스로 내려놓고 나를 지지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려 놓으시오. 내가 하겠소. 이러기 전에 나는 능력 부족이외다. 말수 선생께서 임정을 맡아 주시오. 이렇게 나오면 오죽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난망하다. 조선인들은 감투 쓰기를 좋아하고 어떤 자들은 용의 꼬리 보다는 뱀 대가리를 원한다. 그러니 이당, 저당 당이 수도 없이 많지. 서너 명 모아 놓고 당수라고 하지 않는가. 나라고 당장 당을 만들어 당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차라리 당을 하나 차릴까. 그리고 다른 당들을 하나씩 접수하는 거지. 말은 통합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좋은 이름이야. 통합. 통합당의 이름으로 대일본조선독립통합당 정도는 어떨까. 이름부터 혼란스러워야한다. 정치는 원래 회색 인간들에게 어울리니까. 일본을 앞에 내세우는 것은 좀 그렇다. 조선독립대일본통합당은 어떨까. 거꾸로 하니 조금은 낫군. 하지만 웃기고 자빠지는 일이야. 말수는 스스로 웃었다. 좋아죽겠어서 일부러 계속 웃었다. 당장 당수가 된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의 충성심에 감동이 벅차올랐다. 장개석이나 모택동을 만날까. 아니면 스탈린은. 빠를수록 좋다. 그들이 만나자고만 한다면 처칠이나 아이젠하워도 거부할 이유없다. 내 영어 실력과 중국어와 일본어라면 상대 못 할 것도 없지. 선생이 없는 세상에서 신선한 자신이 치고 나간다. 명망도 있고 돈도 있고 전문직이면서 학식도 인정받고 무엇보다 강점은 때묻지 않은 깨끗함이다.

그것으로 좌우익을 사로 잡은 후 어디 쪽에 붙을지 시험해 보자. 일본이 승리하면 조선에 가서 한 자리 차지하자. 총리나 장관쯤은 식은 죽 먹기다. 을사오적이나 정미칠적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면서도 그들은 대대손손 만세를 부르며 살고 있다. 그깟짓 껏 하루 종일 먹어도 상관없는 욕 쯤이야 어떤가. 바가지로 마구 퍼먹어도 괜찮다. 내 일신의 영달이면 더 바랄 게 무어야. 내 사람이 필요하다. 포목점 사장은 발이 넓고 사람 안가리니 인사참모로 적격이다. 조선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형식적으로 조선인 관리는 필요하니 일단 그 사람을 쓰자. 그런데 믿음이 안가. 쓰다가 버려야 하나. 적당한 때를 봐야겠지. 여기까지 생각한 말수는 자신이 대통령이나 된 듯이 으스댔다. 그러다가 병원일이 걱정이 되면 나 말고 다른 적임자가 있을까. 아무래도 나는 수술을 해야해. 나보다 칼질 잘하는 외과의사는 없어. 아들놈에게 물려주기는 너무 어려. 한 이십년을 어떻게 기다려. 이런저런 생각으로 말수는 정신이 없었다. 말수가 혼돈의 시기를 지날 때 여순은 그의 정체가 이런식으로 망가질줄은 알지 못했다. 말수도 내밀한 자신의 생각은 여순에게 하지 않았다. 부부라고 해서 다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순은 굳이 편을 가르자만 독립운동에 찬성하는 눈치다. 저울을 놓고 재보면 눈금이 미세하게나마 한쪽으로 기울었다. 말수를 설득하면 넘어 올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방관자 정도가 어울린다. 나중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에 몰리기 까지 나를 감추어야 한다. 그것도 철저히. 때로는 말수는 그때가 되면 여순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나에게 물어 오겠지. 여보, 어느 편에 붙을까. 난 아무래도 판단이 서지 않아. 오전에는 이쪽 오후에는 저쪽이 좋아 보이거든. 그럴때는 판단을 미루세요. 지금같이 불안한 시대에는 자신을 보수적으로 끌고 가야 해요. 너무 앞서지 말고 관망하자는 것이지요. 그래야 겠지. 아무래도 자신만의 판단을 믿을 수 없었던 말수는 여순의 말을 따른다. 숱한 역경 가운데 여순은 고비마다 충고했고 결정했다. 그 결과로 지금의 내가 있다. 내가 할 수 없을 때 여순은 나를 도와준다. 하지만 지금은 여순이 나설 때가 아니다. 내 힘만으로도 나는 부족하다 해도 해나갈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임정의 분열파가 아닌 통합파이기 때문이다. 말수는 생각을 뒤집고 또 뒤집었다. 아냐, 난 당수가 어울려. 내가 최고 책임자가 되어야지. 남 밑에서는 일할 성격이 못돼.  

말수는 꿈꾸는 얼굴로 조선독립일본당의 당사 간판을 흐뭇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곧 돌아올 테니 기다리라는 말과함께 말수는 밖으로 나갔다. 부드러운 음성이었고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 이때만은 정성스런 마음으로 조심해서 다녀 오라는 그녀에게 등뒤로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만사가 순조로운 날이었다. 여보, 저녁 7시 시내 대세계에서 만나는 것 잊지 말아요. 늦지 말고요. 여순은 사라지는 말수의 손끝을 바라보며 겨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어깨를 들썩이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말수는 양쪽을 부지런히 오갔다. 민족진영에서는 사회주의자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너무 과격해. 그러면 탈이 나거든. 사회주의 쪽에는 민족진영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나 타협만 할거야. 이제 시작해야 해.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건 지났어. 그러면 죽도 밥도 안돼지. 한 사람이라도 필요했던 양쪽은 말수의 이런 진단에 전적으로 찬동하면서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과한 호감을 보였다. 당수는 아니어도 그다음 자리는 줄 수 있다는 제의도 있었다. 의사라는 간판이 당을 홍보하는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정세파악에도 뛰어 났으며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있었다. 통역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바로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과 협상이 가능했다. 말수가 가진 이런 장점으로 보아 당수 다음 자리 정도는 어쩌면 기대 이상의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만한 가치가 말수에게는 있었고 양대 진영은 그것의 값을 깎지 않았다. 팔려는 생각보다 사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언변과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특수성과 언어능력, 더구나 때묻지 않은 시선함은 상하이 독립운동 진영에 돌연 활기를 띄었다. 모두들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말수의 몸값이 날개를 달았다. 더구나 부인도 의사이고 그 부인의 실력도 남편 못지않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 말수가 당장 어느 당이든 선택하면 그는 중책을 맡을 수 있었다.  말수는 지금 세력은 사회주의 쪽이 강하고 더 열성이지만 독립에 대한 원초적인 열정이 있는 민족진영에 대한 눈길도 놓치 않았다. 양다리를 걸치고 여차하면 노선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목점 집주인은 중국으로만 본다면 사회주의에 붙으라고 조언했다. 장개석은 몰락의 징후가 보이고 모택동이 세를 급하게 불리고 있다고 했다. 민초들은 모두 모택동 편이라며 조선 독립도 그런 쪽으로 가야 탄력을 받을 거라고 조언했다. 한 마디로 모택동을 벤치마킹 하라는 충고였다. 미래가 아닌 현 상황을 놓고 보면 민족진영은 장래성이 희미하다고 못 박았다. 그런 식으로 나오니 말수는 형님이라면 내가 어느 편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냐고 묻지 않았다. 답을 먼저 말한 이상 두 번 확인은 불필요한 절차였다. 그것은 자칫 자신의 속내를 시험받을 수도 있는 기회를 윤사장에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그가 어느 쪽을 권하든 말수는 참고만 할 뿐 최종 결정권자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무모한 행동으로 비춰질 결정적 말을 하며 손해야. 이럴 때는 말을 아끼면서 듣는 쪽을 택하는 게 유리하지. 내가 어떤 언행을 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양쪽 진영에 소문이 흘러 들어가.  그럴 알고 있는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말을 내뱉을 수는 없어. 말을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이 아닌 포목점 집주인과 나는 달라. 운동 진영이 그를 끌어 들이지 않는 이유는 그렇거든. 이용은 할 수 있으나 함께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거지. 내가 그와 도매금으로 엮이면 내 위신도 땅에 떨어져. 말수는 생각날 때마다 언행신중이라는 말을 되새겼다. 말을 조심해야지. 행동은 더 그렇고. 그런데 한가지 고민이 있어.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일본과의 관계 말이야. 겉으로는 늘 대일본제국이라고 떠받들지만 실제 내 마음도 그런지는 의문이야. 윤사장에게는 일본편이라는 의식을 기회있을 때 마다 심어주고 있어. 필요에 의해 그런다는 것을 윤사장이 눈치채거나 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나나 여순의 신변 때문이지. 그렇지요. 대일본 제국은 곧 만주에 이어 이곳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지배권을 확보하겠지요. 그것이 우리 조선의 독립에도 도움이 되고요. 결국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것이 아시아 각 나라의 독립을 보장하되 일본 중심으로 뭉치자는 얘기잖아요. 안 그래요. 말수는 포목점 집주인에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병원장 말수는 일본편이오 하고 당장 소문을 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중국은 손아귀로 일본이 잡은지 오래이니 이곳에서 활동하려면 일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 장사꾼들은 늘 정치에 민감해요. 겉으론 아닌 척 하지만 그래야 편하거든요. 장사꾼을 언급한 것은 그러싸한 이유라고 말수는 생각했다. 그렇고 말고요. 대일본 제국은 유일하게 아시아에서 서양과 대적할 나라이지요. 윤사장이 말수의 말에 동조하면서 콧수염을 장난삼아 말아 꼬았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 필요가 없다는 투였다. 그가 말한 장사꾼안에 자신이 포함됐으므로 윤사장은 말수와 동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 술 더떠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었다. 일본은 정말 동양에서 단연 최고지요. 서양까지 포함해도 손가락 안에 듭니다. 서양눈치를 보면서 조계지는 손을 대지 않다가도 어느 날 기습 점령했잖아요. 그것이 일본이 가진 장점입니다. 아닌 척 하다가 기습하는 거요. 그래도 프랑스 등 서양은 미적지근하게 나왔어요. 그럴수 밖에 없지요. 그들의 전투력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않았으니까요. 괜히 건드렸다가 자신들이 당할 것을 잘 아니까요. 콧수염을 말던 손을 멈추고 부연설명하던 윤사장은 그래서 의사 선생은 당을 만들 생각인가요. 아니면 당에 들어가서 당수를 밀어내고 접수할 생각인가요. 이런 노골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질문을 포목점 집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정세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말하다가도 개인의 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단독직입으로 물었다. 말수는 뜨끔했다. 허허허. 아이고 윤 사장님도. 제가 그런 그릇이 어디 됩니까. 무슨 말씀을요. 의사선생만큼 식견있는 사람이 어디 상하이 조선인 가운데 있으면 두 손들고 나와 보라고 하시오. 윤선생이 제일인양 목소리를 높였다. 난감해서 대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깨고 이번에는 말수도 피해가지 않았다. 상하이 신문을 보면 아, 형님도 늘 보시잖아요. 조선 독립운동은 이제 한계에 봉착해 있어요. 저는 당권을 잡아도 항일이니 독립이니 이런 것보다는 대일본제국과 함께 공존을 모색하는 그런 식의 운동을 하고 싶어요. 말하자면 일본과 손잡고 조선의 힘을 키우는 것이지요.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하고 있어요. 여기 상하이만 해도 한인들이 제법 있잖아요. 그 한인들이 내국인과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독립이 별 거 있나요. 일본의 협조를 통해 최대한 조선민족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에. 그런 다음에는 뭐죠. 스스로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있다 싶으면 일본이 알아서 물러나겠지요. 이제 조선민도 개화됐으니 너희들이 한 번 국가를 운영해 보라고요. 해보다가 정 힘들면 우리가 다시 와서 도와 주마. 이렇게 일본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때까지 힘을 하나씩 만들어 가야지요.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지금 운동은 방향이 틀렸어요. 다들 일본과 맞설 생각만 하지 손잡고 같이 가려는 단체는 없어요. 의사선생이 한 번 새바람을 일으켜 보지요. 제가 그런 능력이 있을까요. 하기사 일전에 뉴욕타임즈를 보니 협력과 상생이라는 사설이 있더군요. 힘이 약한 쪽이 센 쪽과 협상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전쟁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더군요. 그래요. 선생의 장점은 바로 그런 것이지요. 능수능란한 외국어 실력은 미국이나 영국과 접촉하는데 큰힘이 될 겁니다. 의사자격으로는 수술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러니 당장 당을 만들던지 기존 당으로 들어가던지 해서 명함을 새로 만들어야 해요. 그 명함을 가지고 서양과 접촉을 하면 위상은 자연히 높이집니다. 포목점 집주인이 말수를 재촉했다. 무력을 위해서도, 비폭력을 하더라도 그쪽과 끈을 대야 합니다. 협력이 안 되면 둘 중의 하나를 택하거나 둘 다 선택 할 수 있다는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일본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서양과 접촉은 일본을 위해서라고 하면 됩니다. 그게 먹힐까요. 만나고 와서 보고하는 거지요. 새로운 정보를 주고요. 처음에 눈치를 주던 일본도 나중네는 다리를 놓아 줄 정도로 신뢰할 겁니다. 그러니 서둘러 미국과 접촉 하시지요. 의사 선생일하면 내 말을 잘 알거요. 죽어가는 환자는 골든 타임이라는 게 있지 않나요. 윤사장이 아는 체하고 나왔다. 그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유능한 수술의사가 와도 생명을 살릴 수 없어요. 그 말은 맞아요. 그렇지요. 지금 조선의 상황이 그렇단 말입니다. 영국 대사관을 찾아가세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어느새 이야기는 일본은 쏙 빠져 있었다. 중국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서양편에 붙이라는 말인가. 말수는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는 포목점 집주인의 말에 현기증을 느꼈다. 형님이 보기에, 어느 쪽이 유리한가요. 말수는 참았던 그 말을 기어이 했다. 여기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곤란해요. 독립운동은 손해를 보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말을 좀 바꿀게요. 유불리보다는 조선독립을 위해 어느 노선을 택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글쎄요. 나도 감을 잡기가 어려워요, 국제 정세는 늘 겨울바람처럼 사방에서 불어오니까요. 어제는 일본이 오늘은 미국이 내일은 러시아가 서로 기선을 잡았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확실한 신호가 올 때 그때 선을 대도록 하고요. 일단은 양쪽 다 접촉을 해보시지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대일본제국은 항상 옆에 있는 형님처럼 생각하지만 형님의 안전을 위해서도 모택동이나 서양과도 머리맡에 전화선 정도는 연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오후에 나간 말수는 이렇게 사회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그리고 포목점 집사장 등 세명을 만났다. 분주하게 시간을 쪼갠 결과였다.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허기가 진 것도 모를 정도였다. 아내와 약속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나 말수는 상하이 시내로 나와 거리에서 간단하게 딤섬을 몇 개 먹었다. 대화에 집중하다 보니 뱃속이 허했던 것이다. 입맛을 다시며 말수는 큰 거리로 나왔다. 멀리서 대세계의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전쟁은 전쟁이고 놀이는 놀이다. 이 와중에도 춤추고 먹고 취하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의 인간들인가. 그는 자신도 곧 그 세계에 들어가겠지만 이런 식의 질문을 던지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너무 빠르게 변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이런 생각은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머릿속에서 조차 없었다. 그러던 것이 삼사일 전부터 꼬리를 물더니 딱 이렇게 됐다. 너무 빠르다. 멈추고 나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 말수는 그러기에는 자신이 너무 많이 앞서 왔다는 것을 느꼈다. 돌아가기에는 먼 거리였고 굳이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올 길이라는 확신이 섰다. 요 며칠 사이 그의 가슴은 뜨거운 불길에 휩싸였다. 거친 파도와 싸우는 뱃사람이었고 광산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면서 쾌감을 느꼈던 바로 그 사내로 돌아와 있었다. 토하고 뒹굴고 까무라치고 죽어 나가는 한 달간의 긴 항해에도 멀미를 조롱하던 통영 뱃놈 말수의 근본이 살아나고 있었다. 찢어진 살을 거칠게 꿰매고, 병든 다리를 톱으로 썰어 낼 때 느끼던 그런 기운이 퍼져나갔다. 피칠갑 얼굴은 인상을 쓰고 있지만 속으로는 흥분으로 들떴던 바로 그 말수의 심장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지금 상하이는 너무 조용하다. 이제 피를 꽐꽐 쏟아내는 그런 전쟁터 환자는 거의 없다. 한 달에 한 건도 없을 때가 많다. 의사질은 시시해졌다. 뭔가 더 큰 자극이 필요하고 거창하고 흘러넘쳐야 한다. 그래,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쯤은 해야 사내자식이지.
말수는 진작 자신이 이 세계로 뛰어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철광석이나 니켈을 가득 싫은 만주행 기차를 폭파하자. 일제 현금 수송차를 털어야지. 돈이 될 거야. 그런 돈은 오래 가지고 있으면 안돼. 바로 임정으로 보내야지. 진작에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두 명도 필요없어. 혼자서도 너끈해. 말수는 급하게 먹은 만두에 목이맸는지 물이 보이면 벌컥 벌꺽 들이켰고 싶었다. 배는 아직 차지 않았다. 더 먹어야지. 여순은 오고 있을까. 저기 마차가 지나가네.  그 속에 여순이 타고 있겠지. 어, 그런데. 저 무리들은 뭐지. 행색이 독립군이네. 그런데 손에 총을 위험한 것을 들고 있어. 어라, 마차를 세우고 내리는 그녀를 향해 총을 쏘네. 이게 왠일이니. 말수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자. 그는 마차 바퀴가 하늘로 올라 마치 비행선처럼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말수는 어지러운 머리를 손으로 집었다. 정신 차리자. 말수야. 넌 헛것을 보고 있어. 의사질이나 잘해.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 이런 허무 맹랑한 생각은 이제 접어. 네 아내 여순과 저녁 약속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니 잡생각은 이쯤에서 멈춰야지. 몸과 마음을 대충 수습한 그는 천천히 대세계 앞으로 나아갔다. 일본 헌병 십여 명이 박자를 맞추며 인파 속에서 열을 지어 행진했다.

정말 대일본제국이야. 저것봐. 저 멋진 위엄을. 저벅저벅. 말수는 그 무리속에 섞여 그들과 함께 행딘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나라면 잘해 낼 거야. 하나 둘 하나 둘. 말수는 적당히 뒤따르면서 군인들과 박자를 맞췄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잘 가는군. 저들은 어디로 가는 거지. 출병했다 돌아오는 건 아니고. 그냥 순시하나. 무력시위하는 거지. 까불지 말라고. 누군들 그렇게 되면 박살내겠다고 사전 엄포를 놓는 거야. 여기 일본땅이다. 그러니 나대지마. 조계지는 우리가 꿀꺽했어. 뱉어 낼 때까지 중국놈이든 서양놈이든 찌그러져 있어. 알았어. 니들이 그러면 우리 조선 독립군이 나서마. 남들이 못하면 우리라도 해야지. 안 그래. 대체 임정은 뭐하고 있는 거지. 게릴라 전을 몰라. 뒤에서 기습공격하고 번개처럼 사라지는. 내가 임정의 선생이 되면 세상은 하루 아침에 달라질 거야. 중국은 허수아버. 이빨 빠진 호랑이. 자기 나라가 군홧발에 유린되도 모른 척 눈감고 있어. 지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 이럴 땐 합쳐야지. 그런 다음 외부의 적을 물리치고 나서 자기들끼리 승자를 겨누는 것이 원칙 아냐. 아, 모르겠다. 중절모를 세운 말수가 두 손을 깊숙이 포켓에 찔러 넣고 신사처럼 길을 걸었다. 여순도 외출을 서둘렀다. 양아들은 간호사에게 맡겼다. 몇 번 그런 경험이 있어 간호사는 고분고분했다. 다녀오세요. 걱정하지 말고요. 조선족 처녀로 일자리를 얻었다는 만족감이 컸고 간호사 직업을 천직으로 여겼으니 이런 수고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간호사에게 여순은 미안함이 들었고 올 때 뭐 좀 사다 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간만에 여순은 입술에 붉은 루즈를 칠했다. 너무 진하다 싶을 정도까지 여러번 바르고 나서 거울 앞에서 구멍이 손가락 크기만큼 큰 뜨개질 모자를 썼다. 헝클어진 머리를 하나로 모아주는데는 이만하면 모자람이 없었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은빛 나는 뿔테 안경으로 얼굴의 일부를 가렸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여순은 외출의 기분에 한껏 들떠 올랐다. 입이 쩍 벌어지는 무대 위의 서커스 단원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맘껏 웃어줄게. 양쪽 호주머니가 크게 달린 스웨터를 입고 곤색 양장 치마를 입고 나서 여순은 거울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자신은 물론 누가 봐도 이만하면 귀부인으로 부족함이 없겠다. 오랜만에 흰 옷을 벗으니 자유가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오른손에는 적당한 크기의 붉은 핸드백을 잡았다. 준비는 끝났다. 오늘은 굽이 좀 높은 구두를 신어야지. 여순은 마음속으로 신을 구두를 점 찍어 놓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젊고 돈많은 사모님의 옷차림에 만족하면서 그녀는 대기하고 있는 마차에 올라탔다. 평소 같으면 조금 일찍 나와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이십 분 내외면 대세계에 닿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우아한 모습으로 내려야지. 마부가 내민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사람들이 쳐다보겠지. 외국의 유명 배우가 왔는가 하고 목을 길게 빼고 웅성거리네. 하차감이 대단해. 다들 부러워하면서 칭찬하겠지. 말수가 그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요즘 좀 소원한데 계속 그래서는 안 되지. 우리 부부는 하늘의 신도 어쩌지 못해. 죽을 고비를 한 두 번도 아니고 적어도 삼십 번은 같이 넘겼어. 자, 오늘은 비싼 예술 공연도 보고 오래된 포도주가 있는 고급 식당에서 저녁을 먹자. 우아하게 아주 우아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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