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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 후 과실 소재 불분명하면 의료팀 공동책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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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 후 과실 소재 불분명하면 의료팀 공동책임 가능성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8.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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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법대 백경희 교수..."협진 과실에 의사 주의의무 판단 법리 적용"

[의약뉴스] 다수의 진료과목이 있는 대학병원에서 협진시 발생한 의료 과실에 대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의료팀을 이룬 복수의 의사 전원이 공동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의료에서의 분업과 협진에 대한 법적 고찰’이란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다수의 진료과목이 있는 대학병원 내에서 환자에 대한 협진의무는 어디까지인지를 살펴봤다.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다수의 진료과목이 있는 대학병원 내에서 환자에 대한 협진의무는 어디까지인지를 살펴봤다.

협진은 여러 전문 분야의 의사가 서로 도와 환자의 병이나 증상을 판단하는 것 또는 의-한 치료를 함께 써서 진료하는 것, 혹은 병원 내의 서로 다른 과가 함께 진료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의료분업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외과수술시 마취과 전문의와 외과 전문의가 팀을 이루는 경우처럼 동등한 지위에서의 수평적 분업(horizontale Arbeitsteilung)과 의사와 간호사 또는 의사와 의료기사가 팀을 이룰 때의 상명하복 관계에서의 수직적 분업(vertikale Arbeitsteilung)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판례는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동일한 의료기관 내 다른 진료과목 간의 협진 중에서도 동등한 지위의 의사 사이에 팀을 이뤄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에만 협진 의무를 해당한다.

백 교수는 “다양한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존재하는 병원 내에서 협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의사 직역 내라도 대학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스텝과 레지던트 혹은 인턴 간에는 상명하복 관계이고 수직적 분업에 해당한다”며 “이들이 서로 다른 진료과목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협진을 수행하는 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실례로 대법원은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해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의료팀을 이뤄 함께 치료하는 경우를 협진으로 인정하고, 이러한 경우 의사의 주의의무가 무엇인지를 개괄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협진 의무와 관련, 임신한 여성이 사랑니 발치 후, 부종, 개구장애, 고열 등이 발생, 대학병원에 입원,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학병원으로서 치과와 내과가 협조, 진료할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과실을 인정했다.

또 다른 판례로는 종합병원에서 환자의 뇌병변 확인을 위해 내과 전문의가 신경과 전문의에 협진을 요청한 후, 후속 진료를 받았지만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서 신경과의 소견을 신뢰한 내과 전문의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백 교수는 “외래 환자에 대한 동일한 의료기관 내 타과 협진 의뢰에 대한 의무를 명시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의심되는 질환에 대한 의사의 진단 및 전원의 측면에서의 권유의무를 포괄적으로 설시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의 진료과목이 있는 의료기관의 경우, 여러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해 의료행위를 담당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협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후 환자를 담당할 진료과목의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진을 하게 된 진료과목의 의사 또한 환자에 대한 치료 종료 시까지 협진을 요청했던 진료과목 의사에 대해 환자의 상태와 관련된 치료사항을 적극적으로 고지하고 서로 소견을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백 교수는 협진 시 주의의무의 내용과 정도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다수의 진료과목이 있는 의료기관에 입원하게 된 환자의 경우 환자의 병세가 긴급한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진단, 검사, 수술 등 다양한 과정에서 다른 진료과목과의 협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수의 진료과목의 의사들은 기민하고 적극적으로 협조, 진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진의 필요성에 대한 결정은 당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판단이 이뤄져야 하므로, 다수의 진료과목이 있는 의료기관에 환자가 입원한 경우라고 해서 모든 경우에 협진의무가 강제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며 “협진의 필요성에 대한 결정에 있어서 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의사의 주의의무 판단에 대한 법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서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래환자도 경우에 따라 다른 진료과목에서의 진단과 검사, 수술 등의 의료행위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거나 급박한 경우 여하에 따라 협진의무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협진이 후 의료과실 판단에 대해서는 "의료과실이 명확해 어느 의사에게 책임이 분배될 것인지가 확정될 수 있는 때에는 의료과실이 존재하는 진료과목의 의사 외에 다른 진료과목의 의사는 수평적 분업에 의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과실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의료팀을 이루게 된 복수의 의사 전원이 공동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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