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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개정안, 의계ㆍ일부 시민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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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개정안, 의계ㆍ일부 시민단체 ‘우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4.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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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법령 나왔지만 현장은 우려감 높아...‘환자 안전, 자기결정권 해친다’ 주장도
▲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정부가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의료현장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모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정부가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의료현장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모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약뉴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정부가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의료현장은 물론,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개원가 배려부족, 시스템 보안문제, 설치비용 부담 등을 지적했고, 시민사회단체는 의사 편의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4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료계 및 병원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에 반영,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제34조 2부터 제34조 11까지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에 대해 규정했다.
 
시행규칙 입법예고안를 접한 의료계에서는 의료계가 요구했던 일부가 반영된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수술실 CCTV 설치가 긍정적인 작용보다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료현장에서는 CCTV 보안 문제 및 비용 부담을 가장 우려했는데, 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 환자 시술 장면이 등 영상 정보가 인터넷에 불법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술실 CCTV에 대한 보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수술실 CCTV 촬영이 의료진이 환자 진료하는데 있어 동의를 구하는 등 절차상 문제로 인해 환자, 보호자, 의료진 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라며 “수술실 CCTV로 감시당하는 의료진들의 근로환경 열악성, 촬영되는 국민의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을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힘든 잘못이 발생할 수 있어, 제도적, 재정적인 뒷받침이 충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술실 CCTV 영상이 유출됐을 때, 수술하는 의사나 의료기관이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약 수술실 CCTV 영상이 유출된다면 환자 입장에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설치비용에 보안비용까지 더해지면 수술실 CCTV에 소요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분명하기에, 이를 의료기관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걸 현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며 “일반 국민으로 따지면 감시당하는 쪽에 소요되는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라고 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현장의 협조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에 지속적으로 비용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돈이 없다고 지원을 안 해버리면 법령상으로 설치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이나 실현할 방안을 민간 부분에 떠넘기게 된다”며 “CCTV 촬영 목적이 공공적인 목적이라면 공적 자금이 지원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 법 운영이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정부가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위한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보완한다고 했지만 보안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규정에 따른 보안 및 정보 관리를 하더라도 범죄 의도를 가진자에 의해 기술적으로 유출될 경우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형병원도 아닌 중소병원의 입장에서는 그런 방어막을 구축하기가 매우 어렵고, 힘들다”고 지적했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 논의가 시작될 당시부터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전 회장도 우려감과 함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 전 회장은 “하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6가지 촬영 거부 규정은 대부분 개원가와 관계가 없다. 개원가에서는 거부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며 “개원가는 전신마취 이외 마취 시간이 짧은 수면유도제의 정맥마취 등 진정마취 등은 촬영 제외를 요청했지만 안됐다. 앞으로 의협을 통해 개원가 입장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도 최근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CCTV 설치 법안과 같은 무리한 규제는 장기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대생들의 외과계열 전공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수련기관 병원에서 충분한 수련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함으로 인해 숙련된 외과 의사들이 부족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의료 인프라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사고 예방에 대한 효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사들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의료사고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환자 단체 등과 함께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료진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6가지를 열거한 것과 관련,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의료정의실천연대, 의료범죄척결시민단체 닥터벤데타, 건강세상네트워크, 의료소비자연대, 직립보행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면허 지킴이 시행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에서 규정한 의료진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6가지 사유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호 제1호에 따른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이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 제2조에 따른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이며, 다만 지도전문의는 판단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수술을 시행하기 직전 등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촬영을 거부할 수 있으며, 천재지변 및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도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이에 시민행동 등 일부 단체들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유령 대리 수술, 성범죄, 의료사고의 조직적 은폐 등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의사의 ‘면허 지킴이 시행령’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의 CCTV 촬영 거부 기준에 따라 의료진이 편의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CCTV를 촬영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CCTV 도입 법안의 입법취지와 맞지 않다. 환자의 안전과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해치는 조항”이라며 “보건복지부는 지나치게 의료인들의 입장만을 반영한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국민이 아니라 의사의 힘이 되는 평생친구로 전락하였다. 의협 2중대를 자처한 복지부는 각성하라”라고 지적했다.
      
또 “입법예고 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 보건의료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복지부는 당장 해당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라며 “시민들과 적극적 소통으로 적확한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고 고시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 이나금(故권대희군 유족)은 “수술실 CCTV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고 의사협회에서 주장하는 CCTV설치법이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훼손한다는 말은 의사들의 억지주장일 뿐”이라며 “수술실CCTV설치법 제정의 목적은 환자 모르게 일어나는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의 조직적 은폐행위를 막고자 하는 마지막 보루로, 수술실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의 이정민 변호사는 “영상정보의 보관기준을 30일로 지정하여 의료사고피해자가 영상정보마저 얻을 수 게 무력화시키는 조항”이라며 “어떻게 일반인이 30일 이내의 형사고소와 중재원의 조정신청을 할 수 있겠나, 접수시간을 포함해도 30일은 지나치게 짧다. 최소 90일 이상을 규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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