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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논쟁, 중구난방 용어부터 합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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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논쟁, 중구난방 용어부터 합의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9.1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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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석 교수, KMA POLICY 특강..."의사조력자살로 인한 사회적 영향도 고려해야"

[의약뉴스] ‘존엄사’, ‘품위있는 죽음’ 등으로 대변되는 ‘안락사’ 논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구난방처럼 난립돼 있는 ‘용어에 대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의사조력자살’과 관련해선 이에 따른 사회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의대 허대석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의협 KMA POLICY 초청 특강 - 안락사 논쟁의 전제 조건’이란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의대 허대석 명예교수를 초청, 안락사 논쟁의 전제 조건이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의대 허대석 명예교수를 초청, 안락사 논쟁의 전제 조건이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지난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10명 중 8명은 안락사ㆍ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조사 때보다 찬성 비율이 1.5배 늘어난 수치로, 찬성 이유 중 1위가 ‘남은 삶이 무의미’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조력존엄사대상자 및 조력존엄사의 정의를 신설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를 신설하고,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위원회에 조력존엄사를 신청해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상자는 말기 환자에 해당해야 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희망하고 있다는 세 가지 요건을 증명해야 한다.

조력존엄사대상자로서 대상자 결정일부터 1개월이 경과하고, 대상자 본인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하여 조력존엄사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골자로 하고 있다.

조력존엄사를 도운 담당 의사에 대해선 형법상 자살방조죄 적용이 배제된다. 관리기관 등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사람과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사람이 조력존엄사 및 그 이행에 관하여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허 교수는 이러한 안락사 및 조력존엄사법에 대한 논의에 있어, 설문조사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력 존업사법은 연명의료결정법보다 한 단계 나아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높인 것이라는 설문을 진행했을 때는 찬성이 82%나 나왔지만, 존엄한 죽음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정책 우선 순위를 조사한 설문조사의 결과에선 의사조력자살의 합법화에 찬성하는 답변은 13.6%에 불과했다는 것.

이에 허 교수는 안락사 논쟁에 있어 전제 조건으로 ‘용어에 대한 합의’를 꼽았다. 안락사 논쟁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연명의료결정법으로의 논의가 이뤄졌을 때 의사, 법조계 등에서 전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해석도 달리 하고 있었다는 것.

그는 “존엄사 논쟁을 야기했던 김 할머니 사건 때를 살펴보면 안락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모 언론매체에서 안락사를 찬성하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80.7%로 결코 적지 않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 죽고 싶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진정 죽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고통없이 살고 싶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이는 없다”며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기보다는 죽고 싶다는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진료를 본 환자 중에서도 안락사를 심각하게 상담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 허대석 교수.
▲ 허대석 교수.

허 교수는 존엄사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연세대병원 김 할머니 사건’과 김 할머니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망한 김수환 추기경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과 김 할머니 모두 의미 없는 생명연장을 하지 말라고 했고, 둘 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은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신부들이 책임을 지겠다면서 공증을 했고, 김 할머니는 자녀들이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며 “두 사건은 비슷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다른데, 김수환 추기경은 자연사라고 보지만, 김 할머니 사건은 존엄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존엄사, 안락사라는 용어가 혼재돼 있다. 동일한 행위를 놓고 어떤 관점에서 이를 달리 표현하는지를 살펴보면, 존엄사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의사가 수용하는 것”이라며 “김수환 추기경의 사례는 소극적 안락사로 봐야 하는데, 의사가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관점에 두고 있다.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의사조력자살’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허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 안락사와 관련된 전 세계의 법들은 환자의 가치적 관점 보다는 의사의 행위적 관점인 ▲연명의료결정 ▲의사조력자살 등으로 나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1975년 젊은 여대생이 식물인간이 된 이후, 인공호흡기 제거 여부를 두고 부모와 의료기관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이후 인위적인 인공호흡기를 안 달더라도 중단할 수 있거나, 사전연명의료ㆍ사전 유언을 하게 되는 ‘자연사법’이 만들어지게 됐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만을 살펴보면, 대만은 2000년 연명의료와 관련된 법이 만들어졌고, 19년 뒤에는 병인자주권리법을 추가로 제정했다. 추가로 만들어진 법은 기존 법이 말기환자에 대한 연명의료결정을, 식물상태의 환자도 결정할 수 있도록 확장한 내용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07년 ‘종말기의료의 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법이 아닌 국가지침이 만들어졌다.

안락사와 관련된 전 세계의 법들을 살펴보면, 용어는 다양하지만 카테고리는 임종기, 말기, 식물상태/치매 등 연명의료의 결정여부와 의사조력자살, 안락사 등 의료행위로 구분하고 있다는 것.

이중에서 우리나라는 임종기에 한해서만 연명의료결정 유무를 판단하기 때문에 법적 카테고리로 보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이라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조력 존엄사법’에서 말하는 ‘의사조력자살’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1년 연령병 자살 사망률을 살펴보면 15~64세의 경우 31.2%였는데, 65세 이상은 79.7%에 달했다. 노인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로 건강(32.6%) 경제적 어려움(30.8%) 외로움(10.2%) 부부ㆍ가족갈등(15.6%)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을 만들 정도로 ‘간병살인’ 문제도 심각했는데, 최근 10여년간 동반자살(살해 후 자살) 포함 간병살인이 173건이 발생했고, 범행에 이르는데 걸린 평균 간병시간은 6년 5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스스로 자살하는 거야, 본인에게 죄를 물릴 수 없지만 의사보고 자살을 도와달라면서 합법화 해달라고 하는 게 현재 논쟁”이라며 “의료인 보고 환자가 자살하는 걸 도와주는 걸 요구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살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이런 문제는 여러 가지 지속적으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자살을 합법화하고, 미화하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굉장히 걱정된다”며 “의사조력자살 합법화 전후 미국 워싱턴주의 자살률 변화를 살펴보면, 합법화가 된 2009년 이후, 의사조력자살도 늘어났지만, 일반 자살률도 합법화하지 않은 다른 주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런 부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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