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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공개, 국민 건강 내세우며 위헌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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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공개, 국민 건강 내세우며 위헌 공방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5.20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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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공개 변론 진행...양심ㆍ직업의 자유 침해 VS 국민 알권리 보장 팽팽

[의약뉴스] 정부에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항목이나 기준, 금액을 보고하도록 규정한 의료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법정 공방을 벌였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논리로 내세운 대전제는 ‘국민 건강’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 의료단체들은 올해 초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을 보고하도록 한 규정이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양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사건은 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비급여 진료 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게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보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을 조사 및 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제45조의 2 등이 의사의 직업의 자유와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헌재는 당사자 변론과 참고인 진술을 듣기 위해 공개변론을 진행했고,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자인 정부 측 모두 공개변론을 통해 의견을 제시했다.

▲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구인들은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는 것으로, 의사의 양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 의료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것은 최저가 경쟁을 촉발시켜 소규모 의료기관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해관계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견은 “심판대상조항들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고,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다”라며 “비급여 실태조사를 위해 진료내역이 조사될 수밖에 없고,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서 환자의 개인정보는 제외될 것이므로,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의사들의 양심의 자유,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의료소비자가 단순히 가격만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한다고 해 최저가 경쟁이 촉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헌재는 참고인으로 참석한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김민겸 회장,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임민식 부회장, 단국대 의과대학 박형욱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 서남규 실장의 의견을 차례로 들었다.

김민겸 회장은 “비급여 진료에 관한 자료제출 강제는 의료행위 통제 수단이 되고, 국민을 위한 수준 높은 의료혜택에 부합하는 진료기법이 개발되도록 비급여 부문은 시장경제원칙에 맞게 의료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기존 제도에서도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은 충분히 보호됐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 진료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은 비급여 진료의 상세한 내용과 그에 따른 가격결정방법 등이 담겨있는 영업비밀”이라며 “개인의 의료기록정보는 해킹이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자료의 보환기한이나 침해대응 등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민식 부회장은 “우리나라 의사들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불평등한 수가계약, 불합리한 심사기준 등에 의해 기본적인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득활동이 어렵고, 과도한 규제로 자신이 교육받은 내용을 실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비급여 보고 및 공개는 비급여가 비싼 병원으로 몰리는 역선택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마케팅 수단에 악용돼, 환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의 통제는 의료의 질 하락을 가져오는데, 고가 장비를 이용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기초적인 기능만 갖춘 값싼 저급장비를 사용해 진료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 의료의 사명은 단순한 질병 치료에서 ‘삶의 질 향상’,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이 이런 영역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교수도 “민간의료의 비중이 커진다면 국가 의료보장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가 의료보장제도가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면 민간의료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민간의료 비중이 커지는 것을 의료인의 이기심 때문이라 비난하면서 과도한 통제를 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케어는 7%의 건강보험료율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보장한다는 것으로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데, 비급여 때문에 보장률이 정체되고 있다며, 실패의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돌리며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의료법상 안전하고 유효한 의료행위가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불법의료행위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인 서남규 실장은 “건강보장체계가 잘 갖춰진 외국은 비급여가 극히 일부이거나 비급여가 발생한 경우, 비급여에 대한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며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 실태파악과 분석을 위한 제도로, 더 높은 품직을 위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직업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 보고제도는 필수 의료영역에 대한 국가 보장을 높이고 국민들이 안전하게 진료를 받기 위한 초보적인 수준의 제도”라며 “이를 발판으로 비급여 진료의 품질을 높이고 국민들의 안전성과 진료의 선택권 및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초보적인 수준의 실태파악조차 이뤄지지 못한다면 국민 건강과 의료를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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