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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저니스 엔드(2017)- 신참 소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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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저니스 엔드(2017)- 신참 소위의 죽음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04.20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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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은 대개 잊기 마련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더욱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군대 이야기다. 말년 병장 무렵 소위 계급장을 단 신참 소대장이 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전방으로 배치됐다. 속된 말로 군기가 바짝 들었다.

사울 딥 감독의 <저니스 엔드>는 젖내가 물씬 풍기는 그런 신출내기 소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롤리 소위(에이사 버터필드)의 끝이 궁금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마지막을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더구나 여행의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도 아니잖는가. 그러나 제목이 그러하니 일단 넘어가자.

롤리는 삼촌이 장군이다. 대개 이런 족보라면 전쟁을 피하기 위해 삼촌을 만난다. 디스크 정도로 병역면제를 받기 위해서다. 조금 양심이 있다면 안전한 후방에서 행정병 노릇하면 그런대로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롤리는 그렇지 않다.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파견을 부탁한다. 그곳에는 집의 관리인이었던 옛 친구가 중대장으로 있다. 대위 스탠호프(샘 클라플린)는 말이 롤리의 친구이지 실제로는 아버지 정도로 폭삭 늙었다.

거기다 알코올에 찌들어 있다.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1918년 3월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군과 맞서 프랑스 접경에 있는 영국군 진지는 그럴 형편이 아니다. 참호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보수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좁은 참호를 지날 때 저벅저벅 소리가 나는 것은 화면이 없어도 진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서 병사들이 하루 하루 생을 연장하고 있다.

대위가 속한 대대는 1개월에 일주일은 최전선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적과 불과 50 미터 근접 거리에서. 롤리 소위가 왔다. 하필 그때는 스탠호프 중대 차례다.

그러나 롤리 소위는 두려움보다는 뭔가 해 볼 만 하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원하던 전방에 왔고 친구를 만났으니 그럴 수 있다.

다음날 대대장은 대위에게 특명을 내린다. 적의 진지로 쳐들어가 포로 한 명을 생포해 오는 것이다. 적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해 전황을 뒤집기 위해서다.

▲ 신참 소위는 겁없이 전선에 투입되지만 곧 죽는다.
▲ 신참 소위는 겁없이 전선에 투입되지만 곧 죽는다.

그러나 이 작전은 너무 위험하다. 더구나 지원병력은 없다. 알아서 살아 돌아와야 한다. 무모하지만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참호 도착 다음 날 롤리 소위는 12명의 대원과 함께 생포 작전에 투입된다. 중대장은 직감적으로 그가 죽을 것을 안다. ( 중대장은 롤리의 누나와 전쟁 전에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여전히 멋진 남자로 기억하는 그녀에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 휴가 중에도 만나지 않은 이유다. 그는 그녀에게 편지를 썼지만 롤리처럼 부치지 않고 태운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다. 소위도 뒤로 빼지 않고 앞으로 나선다. 아직은 군인정신이 살아 있다. 장군이나 대대장은 소위 하나쯤 죽는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작전 투입 전 투입될 사병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된다. 이름 한 번에 얼굴 한 번 화면이 잡힌다. 이 순간 부르는 자와 불리자는 하나다. 말이 필요 없다. 불리는 순간 죽음이다.

아니면 팔이나 다리 하나쯤은 떨어져 나가야 한다. 그들의 표정은 어둡다. 화면이 어둡기도 하지만 죽음으로 가는 길이 즐거울 수 있겠는가. 아무리 조국이니 명예니 떠들어도 살 수 없다는 생각은 젊은 청춘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드디어 출병이다. (위스키 원샷 장면의 비장감이란.) 예상대로 적의 기관총은 가차 없다. 퍽, 퍽 가슴에 박히는 총알 소리가 관객의 심장 속으로 파고든다. 다행히 포로 생포는 성공이다. 소위는 살아 돌아온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포로를 통해 적의 다음 행동을 입수한 장군은 작전 성공을 축하하면서 훈장감이라고 소위를 추어올린다.

참호에 폭탄이 우박처럼 쏟아진다. 소대장은 등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춥다는 말을 짧게 하고는 대위 앞에서 숨을 거둔다. 고향에 있는 누나는 그가 죽는 순간 부대에 잘 도착했다는 안부 편지를 읽는다.

국가:영국

감독: 사울 딥

출연: 샘 클라플린, 에이사 버터필드

평점:

: 대위 중위 소위 등 중대급 초급 장교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사병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총알받이로 가끔 모습이 보이지만 그들은 예외적이다. 대위를 중심으로 부중대장 중위와 막 도착한 신참 소위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병사들이 있는 참호보다 안전한 아래쪽에서 일상을 보낸다. 대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위스키 없이는 하루를 보낼 수 없다. 술은 무제한 제공된다.

음식도 싱싱한 생선을 먹을 정도다. 샌드위치 같은 빵도 부족하지 않다. 장교들은 적어도 전시라 해도, 병참 보급이 시원치 않다 해도 이 정도 생활을 한다. 장교에 대한 국가의 확실한 대우라고나 할까.

작전 몇 분 전까지 그들은 참호에서 면도하고 담배 피고 농담하고 할 것 다한다. 위험한 순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이다.

영관급보다는 낮아 병들과 함께 전투 일선에서 싸워야 하는 위관급 장교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신랄한 전투의 장면보다는 이들이 겪는 고뇌가 생생하다.

앞서 말한 막 전방에 부임한 소대장과 롤리 소위가 비교된다. 그가 롤리 소위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그 소대장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군기 바짝 든 그는 롤리 소위 만큼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병보다 더 군기가 들었던 소대장의 넓고 다부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가 무사히 전역해 사회인으로 잘살고 있기를.

그리고 함께 근무했던 중대장 대위의 안부도 궁금하다. 중대장은 별까지 달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부하를 사랑했으며 그 자신이 늘 솔선수범 앞장섰던 중대장 대위는 영화의 스탠호프처럼 술도 마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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