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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06:02 (금)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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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2.04.19 0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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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AC 주저하던 판막질환 환자들에 임상적 근거 제시

[의약뉴스]

TAVI 시술을 받은 환자에서 에독사반 투약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 본다.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 다이이찌산쿄)가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TAVR) 분야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전했다.

지난해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ENVISAGE-TAVI AF 연구에 이어 올해에는 ADAPT-TAVR를 통해  비(非)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가치를 입증한 것.

이 연구에서 릭시아나는 설계 당시 표준요법이었던 이중항혈소판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 DAPT)에 비해 SLT(Subclinical Leaflet Thrombosis, 무증상 판막엽 혈전증)를 줄이는데 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SLT가 뇌줄중 등 2차 사건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가 주를 이루던 터라,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연구는 기존의 관찰 연구들과 달리 SLT가 뇌졸중 등 2차 사건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아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부족한 근거로 TAVI 시술에 불안감을 조성했던 관찰 연구들의 통념을 무작위 대조 임상(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을 통해 한 방에 날린 것.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얼핏 DAPT 대비 릭시아나의 SLT 감소 효과가 희석되는 듯한 결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연구의 주저자(Primary Author, PA)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오히려 향후 TAVI 시술 환자에서 릭시아나의 활용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의약뉴스는 박 교수를 만나 ADAPT-TAVR 연구의 배경과 결과가 말하는 함의를 들어봤다.

▲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 다이이찌산쿄)가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TAVR) 분야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전했다. 지난해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ENVISAGE-TAVI AF 연구에 이어 올해에는 ADAPT-TAVR를 통해  비(非)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가치를 입증한 것. 이 연구의 주저자(Primary Author, PA)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향후 TAVI 시술 환자에서 릭시아나의 활용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의약뉴스는 박 교수를 만나 ADAPT-TAVR 연구의 배경과 결과가 말하는 함의를 들어봤다.
▲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 다이이찌산쿄)가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TAVR) 분야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전했다. 지난해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ENVISAGE-TAVI AF 연구에 이어 올해에는 ADAPT-TAVR를 통해  비(非)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가치를 입증한 것. 이 연구의 주저자(Primary Author, PA)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향후 TAVI 시술 환자에서 릭시아나의 활용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의약뉴스는 박 교수를 만나 ADAPT-TAVR 연구의 배경과 결과가 말하는 함의를 들어봤다.


◇TAVI, 고령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 극적인 효과
대동맥판막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대동맥의 혈액이 좌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딱딱해져 잘 열리지 않는 질환을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 한다.

노화 역시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불과 10년 사이 대동맥판막협챡증 환자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발생하면 혈액 공급에 이상이 생겨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며, 이를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에게 개흉술(開胸術)을 통한 판막치환술을 시행하는 것 역시 위험부담이 크다.

이에 최근 고령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에게는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선도적으로 TAVI 시술을 시행해왔으며, 현재까지 가장 많은 시술례를 바탕으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와 관련 박덕우 교수는 “TAVI는 심장의 대문에 해당하는 대동맥 판막이 노화로 인해 완전히 닳고 굳어진 고령(통상적으로 80대)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판막이 달린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라며 “보통 50-70대에 나타날 수 있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보다 훨씬 고령 환자 대상으로 시행되는 시술로, 국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보편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고령인구가 늘어 TAVI 대상 환자 발견율 또한 늘어나고 있다”면서 “호흡곤란 등 신체에 이상기운이 감지되어 초음파 검사를 통해 대동맥 판막 노화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TAVI 시술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TAVI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가 국내 최초, 최다의 시술례와 높은 성공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누적 1300례 이상, 연 평균 240~250례 정도 TAVI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내세웠다. 

실례로 “미국에서도 TAVI 시술을 연 250례 이상 진행하는 병원이 15곳이 안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서울아산병원에서 상당히 많은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TAVI 시술을 시행하는 병원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국내 시술례 중 3분의 1 이상을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술 성적은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시술 전과 후, 삶의 질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

그는 “TAVI 시술 대상 환자군 대부분이 호소하는 3대 증상(호흡 곤란, 흉통, 실신)이 생기면 절반 정도가 2년 내 사망하게 되며, 호흡 곤란이 심한 환자의 경우 밤에 잠을 청하기도 힘들 정도로 괴로워한다”면서 “판막의 구경은 500원 동전 크기인데, 이것이 닳고 닳아서 1㎠ 정도로 작아져 심장으로부터 나온 피가 전신으로 잘 전달되지 않아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 생기고 실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이 TAVI 시술을 받은 후에는, 전날까지 한숨도 못 주무신 분들도 다음 날 신문을 읽을 수 있으실 정도로 극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회춘했다’고 이야기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TAVI 시술 후 발생하는 혈전, DAPT로는 예방하기 어려워
ADAPT-TAVR는 박 교수가 설계하고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 3개국, 5개 기관이 참여한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TAVI 시술 후 확인되는 판막엽 혈전증(leaflet thrombosis)의 위험을 규명하기 위해 출발했다.

고령의 환자에서 TAVI 시술이 보편화되던 시기, 영상의학의 발전으로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혈전들이 확인되면서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한 것. 

박 교수는 “TAVI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술 후 CT를 촬영해 보니, 판막에 혈전이 들러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세계적으로 TAVI 시술 붐이 일어나던 2017년경, NEJM에 TAVI 후 혈전 발생에 관한 관찰연구들이 게재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심장 판막은 1분에 70번 정도 개폐되는데, 판막혈전이 떨어져 혈관을 타고 이동해 뇌혈관을 막을 경우 뇌졸중, 뇌색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라며 “이에 ‘심방세동이 없는 환자에서 판막엽 혈전증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가’라는 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뇌졸중이나 뇌색전증의 발생 위험이 큰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최근 발표된 ENVISAGE-TAVI AF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NOAC을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심방세동이 없는 환자에서는 판막엽 혈전증의 위험과 함께 항혈전 요법에 대한 평가가 필요했다는 것.

이 가운데 릭시아나를 비롯한 비(非)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s, NOAC)는 뛰어난 안전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와파린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해왔다. 

다만 판막질환에서는 와파린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비판막성 질환과는 달리 판막 질환에서는 와파린보다 출혈이나 사망의 위험이 더 컸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막질환 환자 중 TAVI 시술 환자에서는 여전히 NOAC의 이점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릭시아나는 지난해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ENVISAGE-TAVI AF 연구에서 NOAC 중 최초로 와파린 등 비타민K 길항제(Vitamin K Antagonist, VKA)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 와파린에 의존해야 했던 TAVI 시술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기계판막 치환술과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의 결정적인 차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10년 초반, 와파린을 사용해 왔던 기계판막 치환술 환자 대상으로 NOAC을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됐는데, 연구 과정에서 사망률 증가, 출혈 발생 등의 문제가 생겨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이 연구가 NOAC이 판막질환에는 불가능하다는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계판막 치환 환자나 승모판막쪽 환자에서 NOAC이 실패했던 것”이라며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은 기계판막 치환술과 여러 조건과 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 NOAC을 적용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교수가 이 연구를 시작했던 4년 전에는 TAVI 시술 환자에서 NOAC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하게 정립되지는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NOAC을 활용해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그만큼 기존의 항혈소판 요법에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TAVI 시술을 할 경우 판막 주변의 구조 상 닫힌 공간(closed space)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DAPT(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이중 항혈소판요법)를 이용해도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힘들다”면서 “또한 SAPT(아스피린 단일 항혈소판요법)를 사용한 환자에서 혈전 발생률도 약 25~30% 로 보고되고 있는데, 비교적 높은 편이라 혈전 발생 예방을 위한 보다 공격적인 연구가 필요했다”고 NOAC을 사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임상현장에서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 후, DAPT나 SAPT를 사용하기 보다는 NOAC을 사용하는 것이 혈전 발생률을 줄일 것이라는 이론적인 개념이 생기게 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Lancet과 NEJM에 실린 판막엽 혈전증 관련 관찰 연구(RESOLVE, SAVORY registry)들을 살펴보면, 와파린이나 NOAC을 투약하는 환자에서는 SLT 발생률이 5% 미만이었지만, SAPT나 DAPT를 투약하는 환자에서는 15~20%로 나타났다”면서 “즉 와파린이나 NOAC을 투약하는 환자에서 혈전이 더 적게 생긴다는 것”이라고 NOAC 사용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했다.

다만 “지금은 가이드라인이 경구용 항응고제(OAC)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TAVI 시술 환자에서 아스피린 단독 사용으로 바뀌었지만, ADAPT-TAVR 연구가 시작되던 당시에는 해당 환자들에게 DAPT를 사용(Class 2b)하거나 와파린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었다”면서 “결국, NOAC 사용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했고, OAC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TAVI 시술 환자들에게 어떤 항혈전제를 사용할지에 대한 특별한 기준점도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TAVI 시술 환자에서 판막엽 혈전증에 대한 경고등만 켜진 채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에서, 당시 표준이었던 DAPT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릭시아나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NOAC 중에서도 출혈 위험 낮은 릭시아나, 노쇠한 TAVI 환자에서 장점
박 교수는 다양한 NOAC 중에서도 릭시아나를 선택한 이유로 출혈 관련 안전성을 꼽았다.

릭시아나는 대규모 임상에서 와파린과 비교해 10인자 억제제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출혈 위험을 오히려 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양인보다 체구가 작은 아시아인에서 출혈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이 같은 데이터는 아시아인에서 릭시아나를 선호하는 배경이 됐다.

뿐만 아니라 TAVI 시술 환자들은 출혈에 대한 부담이 큰 고령의 환자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더 뛰어난 릭시아나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미국의사협회지(JAMA Cardiology)에 게재된 ELDERCARE–AF 연구에 따르면, 릭시아나는 90세 이상 초고령 환자에서도 출혈의 위험은 높이지 않으면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ADAPT-TAVR 연구를 시작할 때 (TAVI 환자에서 NOAC을 평가하기 위해) 리바록사반으로 GALILEO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아픽사반으로는 ATLANTIS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또한 에독사반에 관해서는 심방세동을 동반한 TAVI 환자에서 ENVISAGE TAVI-AF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먼저 진행된 연구들의 약제 및 환자군을 고려해 ADAPT-TAVR 연구 디자인을 설계했다”고 연구 대상으로 비(非) 심방세동 환자 및 릭시아나를 선택하게 된 1차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 TAVI 시술의 평균 연령대가 80대의 고령환자다 보니 출혈위험이 확실히 높다”며 “(환자군 특성을 고려해) 노쇠한 환자에서 출혈 위험을 낮추면서 NOAC으로서의 계열 효과(class effect)를 보여줄 수 있는 에독사반을 채택하게 됐다”고 릭시아나를 선택한 두 번째 배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이 연구에 앞서 여러 연구진들의 보고에서 아시아인 환자 대상으로 에독사반의 약효 및 안전성이 강조되어 왔다”면서 “임상적으로도 에독사반을 사용해보면 굉장히 안전하다 느낀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아시안 데이터를 보면 리바록사반은 출혈(bleeding)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실제 심방세동 환자군에서 리바록사반을 사용해보면 출혈 이벤트가 많다(Strong)”면서 “그에 비해 에독사반은 출혈 위험도 양호하고(modest) 효과도 괜찮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처방되는 NOAC”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릭시아나, DAPT 대비 TAVI 시술 후 SLT 발생률 감소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한 가지 측면에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다른 한 가지 측면에서는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

예상했던 결과는 릭시아나의 SLT 예방 효과였고, 예상치 못했던 결과는 SLT가 2차 사건 발생과 무관했다는 것이었다.

TAVI 시술 후 릭시아나를 투약한 환자들의 혈전 발생률이 DAPT를 투약 환자보다 47% 더 낮았지만, 뇌졸중이나 뇌색전증 발생률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

이 연구에 대해 박 교수는 “이번 연구의 경우, 연구종료점에 대한 분석은 무작위 배정 약물에 대해 모르는 통계학자에게, 영상 분석은 코어랩에서, MRI는 신경과 전문가, CT는 순환기 전문가가 담당해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실행했다”면서 “홍콩, 대만까지 포함한 5개 센터에서 환자가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베이스라인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연구 초기 가설은 심장내과 외래진료 과정에서 경험적으로 추론, ‘계열 효과로 인해 에독사반이 판막엽 혈전증(leaflet thrombosis)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수립했다”면서 “하지만 분석 결과는 에독사반이 혈전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에는 도움이 됐지만 혈전이 뇌혈관으로 이동하는 것에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SLT와 2차 사건(뇌졸중 및 뇌색전증) 발생 위험을 평가한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에서 기존의 수많은 관찰 연구들과는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 것.

박 교수는 “기존에 (판막엽 혈전과 뇌졸중 및 뇌색전증 발생 위험에 대한 연구는) 관찰 연구만 있었는데, 이 중 90%는 관련이 있다고 설명해 왔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하는 최근까지도 다른 관찰 연구들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해 왔다”고 전했다. 

이에 “NOAC을 사용해서 SLT를 감소시키면 뇌색전증 또는 뇌졸중 발생 위험도 틀림없이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ADAPT-TAVR 분석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것이 RCT(ADAPT-TAVR)와 달리 관찰 연구가 갖는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TAVI 환자의 SLT 위험성에 대해서는 2017년도 NEJM에 소개된 케이스 리포트(Case Report)가 시초가 됐다”면서 “케이스 리포트에 소개된 환자 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명한 저널에 논문이 발행된 것이 TAVI 시술을 줄이라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수많은 관찰 연구들이 동일한 결과를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FDA는 TAVI 환자의 SLT 발생 위험성 증가에 대해, 영상의학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고해상도(high-resolution) 4D CT 로 촬영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학적 결과인지, 실제 뇌졸중 및 뇌색전증 발생에 영향을 준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니 후속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면서 “이것이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뇌졸중 및 뇌색전증 발병률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임상에 참여한 환자수는 적지만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을 통해 SLT가 뇌졸중 및 뇌색전증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기존의 수많은 관찰 연구들을 뒤집고 SLT에 대한 지나친 경계를 풀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SLT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임상 현장에서 과도하게 4D CT를 정례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의료현장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시사점”이라며 “지금도 많은 내과 전문의들이 판막엽 혈전증이 있으면 향후 위험이 크다고 생각해 정기적으로 4D CT를 찍는 센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적당한 간격으로 진행하다가 숨이 차면서 대동맥판 압력차(ᐃP)가 올라가는 환자가 있다면 이때 혈전 발생을 의심해 보고 CT를 찍고 NOAC을 사용해도 늦지 않다”면서 “유사한 예로, 갑상선암 검사나 관상동맥 CT 처럼 반드시 자주 시행할 필요는 없는 고사양의 영상의학기술(high technology imaging method)”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80대까지 건강에 문제없이 살 수 있는데, 검진기술의 발달로 병변을 발견하게 되는 셈”이라며 “FDA에서도 같은 점을 예측했는데, 결국 TAVI 환자의 SLT 발생 위험성 증가가 병리학적인 현상인지 영상의학의 발전으로 인한 발견율 증가 때문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DAPT-TAVR, NOAC 주저하던 판막질환 환자들에 임상적 근거 제시
비록 SLT가 2차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더라도 릭시아나가 보여준 SLT 감소 효과의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오히려 이번 연구를 통해 판막질환에서 막연하게 주저하던 NOAC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만큼, DAPT로는 충분치 않은 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박 교수는 “TAVI 후 관찰해 보면 숨이 차면서 판막엽 혈전증이 있다거나 대동맥판 압력이 올라간 판막엽 혈전증이 적지 않다”면서 “그런 환자들은 SAPT, DAPT 같은 항혈소판제만으로 혈전이 잘 줄지 않고, 오히려 증상이 유지되거나 더 심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엔 약제를 바꿔야 하는데, 그런 경우 NOAC이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심방세동이 있거나 OAC를 써야 하는 경우, 에독사반을 사용한 이번 ADAPT-TAVR 연구가 항혈소판제 투약(DAPT)에 비해서 출혈 발생률이 높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 만큼, 이런 환자에게 NOAC를 투약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TAVI 시술 환자들은 연세가 많은 편이고, 임상적으로 여러가지 고려할 상황이 많은 환자들”이라며 “그래서 환자의 임상 양상에 따라 에독사반을 투약할 만한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이제는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routine) 적용해 나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면서 “판막질환으로 인해 NOAC을 투약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던 환자들에게 NOAC을 투약해도 괜찮다는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시사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판막엽 혈전증 고위험군, 예를 들면, 밸브를 두 개 겹쳐야 하는 환자(밸브 인 밸브; valve in valve) 또는 CT상 크기가 크거나, 심장초음파 통해 나타나는 증상이 있으면서 판막엽 혈전증이 뚜렷하게 보인다면 무조건 출혈률이 적은 항응고제로 교체해 일정기간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발표된 ENVISAGE-TAVI AF 연구에 이어 박 교수가 발표한 ADAPT-TAVR에 따르면 ▲심방세동을 동반한 TAVI 시술 환자 ▲판막 혈전이 재발한 환자 ▲판막혈전증 고위험군 환자(예 : Valve in valve) ▲심초음파 상 대동맥판 평균 압력 차(pressure gradient)가 상승한 환자 ▲증상이 있으면서 CT상 크기가 크거나 뚜렷한 판막혈전이 보이는 환자 등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NOAC을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그는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NOAC, 특히 에독사반이 판막엽 혈전증을 절반 이상 줄이는 등 출혈의 부담 없이 투약할 수 있는 약제라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에, 현상학적으로 관찰이 가능하면 에독사반을 투약하다가 환자가 안정(stabilized)이 될 경우 SAPT를 쓰는 등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5월부터 TAVI에 건강보험 적용, 후속 연구 진행에도 도움될 것
한결 같은 목소리로 SLT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관찰 연구들을 뒤집은 ADAPT-TAVR은 지난 4일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회의(ACC 2022)에서 ‘가장 혁신적인 임상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채택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향후 주요 가이드라인에 ADAPT-TAVR 연구 결과가 반영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후속 연구들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약 230여명으로 모두 아시아인이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4년 이상 많은 비용을 들여 진행됐지만, 1000명 이상의 대규모로 진행됐다면 임상적 근거로서 훨씬 더 설득력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아시아인 대상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까지 통찰해서 보게 된다면 보다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이번 연구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고, TAVI와 관련해 항혈소판제(anti-platelet)가 사용된 연구 등 중요한 연구들이 거의 다 발표됐다”면서 “이번 ADAPT-TAVR 연구도 TAVI 환자 대상의 향후 가이드라인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박 교수는 내달(5월)부터 TAVI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만큼, 임상연구도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다음 달부터 TAVI에 보험이 적용돼 고위험 환자의 시술비 95%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만큼, TAVI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면 이 환자들의 시술례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기 좋은 토양이 갖춰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미국국립보건원)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도 있다”면서 “많은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들이 수행될수록 환자들에게는 근거가 갖춰진 최적의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특히 박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이 진행하고 있는 임상 연구는 환자분들께 가장 좋은 치료방법들을 비교하는 연구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어르신들 중심으로 임상 시험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무작위 대조 임상연루를 진행하며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책을 찾을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히면서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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