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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 정해진 매뉴얼을 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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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 정해진 매뉴얼을 거부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01.26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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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를 놓치면 끝장이다. 말에서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로데오 경기의 승자는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

전기 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가 돈을 걸고 내기를 한다. 이기거나 지거나 술 파티는 정해져 있다.

그에게 내일이 있을까. 세상은 오늘 하루만 존재한다. 그러니 진탕 마시고 있는 돈 다 써야 하루가 간다. 방탕의 끝은 어디일까.

병원이다. 작은 감전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의사의 표정이 심상찮다. 코로나 19 상황도 아닌데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에이즈를 통보받은 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30일 시한부 인생이라니. 내일은 없는 그에게 갑자기 내일이 생겼다. 자고 일어나면 내일을 볼 수 있을까, 그가 갑자기 겁을 먹었다.

성난 소뿔에도 눈 하나 꿈쩍 않던 그가 죽음 증명서를 받아 들고 망연자실해 있다. 제대로 된 약도 없다. 임상 약 처방을 받기도 힘들다.

그는 병원 청소부를 매수해 약을 구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청소부는 변심하고 그는 약을 구하기 위해 멕시코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부작용은 덜하고 효과는 좋은 약을 구한다.

병원에서 알게 된 같은 처지의 레이언 (자레드 레토)과 작당모의를 한다. 금지된 약을 팔아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매뉴얼만 강조하고 환자 치료에는 관심 밖인 병원이 신물이 난 환자들이 론의 고객으로 몰려든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그의 가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병원은 그들을 불법 의약품 판매로 고소하고 당국은 조사에 나선다.

밀수가 힘들어졌다. 살림살이도 어렵다. 그가 좋아하는 술과 마약과 여자와 춤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제 버릇 개에게 조금 주고 본격적인 의사 행세에 나선다.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병원과 의사가 하지 못하는 일을 발 벗고 나선다. 금지된 약이 효과가 있다는 확신이 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또 흐른다. 론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

그 전에 그와 뜻이 맞던 레이언이 죽는다. 죽기 전 그가 남긴 거액으로 그는 다시 환자들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리고 FDA의 승인을 얻기 위해 당국에 소송을 건다. 그는 한 달 살 거라는 의사의 말 대신 무려 7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죽기 전에 뜻깊은 일을 해냈다.

그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었고 생을 연장했다. 그 수가 무려 수백 만이다.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이렇게 판결을 내린다.

누구나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FD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약자를 무시하고 안전한 약물도 인정 않는 FDA의 이기적은 정책은 상당히 불쾌하다.

▲ 거칠고 자신만 아는 주인공이 순수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점차 변해가는 것은 이 영화의 피할 수 없는 매력이다.
▲ 거칠고 자신만 아는 주인공이 순수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점차 변해가는 것은 이 영화의 피할 수 없는 매력이다.

론은 졌다. 그러나 박수를 받았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지푸라기를 잡든 뭐든 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법에 저촉된다고 해도. 론은 졌으나 그의 열정에 법원도 감동 받았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이 영화는 새로운 질병과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과 환자 그리고 FDA와 제약사 간의 얽히고설킨 미묘하고 신경질적인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처방받는 약이 치료 효과 없고 아직 허가받지 않은 약은 그렇지 않다면 환자들이 어떤 약을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그것이 법에 어긋난다고 해서 막기만 한다면, 아직 지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약의 처방을 꺼린다면 과연 그것이 병원과 의사의 사명인지를 진지하게 이 영화는 묻고 있다.

제약사나 의사 대신 환자가 스스로 치료하는 장면은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미 정해 놓은 매뉴얼도 때로는 변화가 필요하다.

고정된 세상에 손가락 욕을 날리는 주인공의 섬뜩한 눈빛은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다.

그는 오래 버텼다. 로데오 경기의 마의 장벽 8초를 넘겼다. 공부하고 노력하고 세상의 룰에 반기를 들고 버틴 결과였다.

국가: 미국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맥커너히, 자레드 레토

평점:

: 본격적인 칵테일 요법이 등장하기 전 에이즈 환자와 약을 둘러싼 거래와 무력한 의료진의 모습이 당시의 공포 분위기를 한층 실감 나게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다.

코로나 19가 기승인 요즘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음모론이 난무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급속한 질병의 확산과 죽음의 공포는 인간을 비이성적으로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정해진 규칙과 위선을 깨면서 선한 마음으로 변화하는 주인공의 태도는 아직도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는 반증이다.

한편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매튜의 연기가 대단 하다. 그의 맞수 자레드 레토도 마찬가지다. 진짜 에이즈 환자가 눈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소름이 돋는다.

거친 성격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스스로 고쳐 보겠다는 열정이 화면 밖으로 빠져나올 듯하다. 둘은 나란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받았다. 의사역의 이브 삭스의 연기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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