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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음산했고 사람들은 몸을 바짝 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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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음산했고 사람들은 몸을 바짝 사렸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12.2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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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어떤 사람들은 아직 그런 상태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가가서 왜 그러지 않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애국을 강요하고 싶었다. 그분이 돌아가셨는데 왜 울지 않느냐고 소리 질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땅을 치며 통곡해야 한다. 그런데 성일의 눈에 비친 거리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러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웃고 떠드는 흥겨운 표정은 아니어도 그다지 슬픈 것 같지도 않았다. 어른 들은 생각이라는 게 있을까. 텔레비전 속의 사람들처럼 울부짖지는 못해도 그와 비슷해야 하지는 않을까.

이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성일은 그런 어른들은 본받을 필요가 없고 되레 누군가에 혼이 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 대 쥐어 박아도 되겠다 싶어 주머니 속의 손을 말아 주먹을 쥐기도 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어도 상관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는 그러기보다는 그들의 몫까지 대신 울어주기로 했다.

생각 같아서는 속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 흐느끼거나 자지러지는 쪽이 어울렸으나 그렇게까지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럴만한 용기는 성일에게 아직 없었다.

잠에서 막 깬 아이가 아무도 없는 방에서 엄마를 찾으며 우는 것처럼 엉엉 울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아이 옆에 아무도 없어 우는 아이를 나무랄 사람이 없는데도 성일은 아이가 응당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치가 보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부끄러운 상태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됐다는 정도는 아니어도 자신은 어느 정도 할 만큼은 하고 있다고 위안 삼았다. 볼을 타고 찔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갔다.

분명히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분위기는 더욱 심해졌다. 거리는 음산했고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이라도 된 듯한 몸을 사렸다.

간혹가다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떨렸다.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금세 세상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두렵고 공포스러웠다.

아직 그런 상태가 아닌 사람이 있다면 그러라고 뉴스는 자꾸 성화를 부렸다. 윽박지르고 등을 떠밀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었다.

시월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으나 거리는 죽은 자를 애통해하는 공기로 우울했던 것이다. 누가 텔레비전의 말을 거역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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