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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엇을 해도 좋을 만큼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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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엇을 해도 좋을 만큼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11.10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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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러운 것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웃겨 죽을 지경이 오기 전에 늘 성일은 그것을 숲속으로 던졌다.

패대기쳐 죽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다른 곳에가서 살라는 의도여서 가볍게 날렸다.

살아생전 날아 본 적이 처음인 녀석은 그때 자신에게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떨어지기 직전 날개를 펴고 제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갔다.

어떤 녀석은 그러기 전에 나무나 풀숲에 턱썩 떨어졌는데 워낙 단단한 녀석의 몸인지라 소의 뒷다리에 맞아 나가 떨어진 것으로 착각했다.

쇠똥구리가 사라지고 나면 성일은 흰색과 검은색이 위아래로 짝을 맞춘 예쁜 교복을 입은 여순을 생각하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느새 교문 근처에 다다랐고 모자를 고쳐 쓰고 팔뚝의 가방을 풀어 손으로 잡고 목의 후크를 제대로 채웠다.

쇠의 고리에 후크를 걸 때는 목이 조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나쁘기보다는 좋은 기분이었다. 아무나 후크를 잠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학생 이상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

중학생이 돼서야 만이 이런 기분을 안다. 성일은 자신은 이제 무엇을 해도 좋을 만큼 어른이 돼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또 다른 세계였다. 한문으로 이미 다른 나라의 언어를 알았지만 영어는 한문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영어를 읽고 해석하는 공주에서 온 여선생님은 고귀해 보였고 그래서 마치 영국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성일은 크면 영국에 가보고 싶었다.

누군가 선생님, 영국 가봤어요? 하고 물었을 때 선생님은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영국이라면서 여러분이 크면 여기 있는 학생들 가운데 영국에 가는 사람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때 선생님의 눈과 성일의 눈이 마주쳤다. 아니 마주쳤다고 성일은 믿었다. 그것이 자신이라고 성일은 생각했다. 영국의 템즈 강변을 걷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런데 오늘은 그 영어 선생님이 어디 아픈지 대신 담임 선생이 들어왔다.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실망의 눈초리가 아이들 여기저기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담임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으나 그는 아이들을 신나게 해줄 요량도 그럴 의사도 없었으므로 예의 그 재미없는 수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금세 그만두고는 갑자기 삐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삐라를 주워 오라는 말은 선생님들이 늘상 하는 이야기였으나 오늘은 더 심각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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