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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기도치과의사회 최유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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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기도치과의사회 최유성 회장
  • 의약뉴스
  • 승인 2021.11.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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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선비정신의 필요성
▲ 최유성 회장.
▲ 최유성 회장.

오래전 MBC 출신 언론인의 강의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80년 5ㆍ18민주화운동 시기에 쇼프로그램을 방송했다고, 취재차 방문한 광주에서 계란세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서슬이 퍼랬던 시절에 자신들도 어쩔 수 없었다는 자괴감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서, 결국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이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으로 되었던 일들을 회고했던 내용으로 기억된다.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역사를 돌이켜보면 현실이기는 하지만, 정말 비참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마음속의 짐들이 모여서 그렇게 변화를 이루기도 하였다. 

얼마 전에 읽었던 ‘감시자본주의시대’라는 책에서는 우리와 분리될 수 없는 온라인 세계와 플랫폼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저 우리에 관한 개인정보가 누군가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정도의 걱정을 넘어서, 개인의 자율성에 관한 기본권도 무효화하며, 인간본성을 훼손시킨다는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컴맹에 가까운 편이지만, 그래도 제법 그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일원으로서, 우리의 인간성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통찰력 있게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전체의 화두인 비급여 자료 공개에 대한 논쟁들을 돌아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에누리닷컴’을 통해서 전자제품 등에 관한 가격정보를 조사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공개된 정보에 의하여 소위 호갱님 취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알권리와 합리적 소비선택을 행사하게 되었을 경험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과정의 합리적인 측면이 의료공급과 소비의 측면에서도 적절한가의 부분이 사회적 쟁점으로 보인다. 

소위 의료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라는 현실과 비급여 제도의 취지 등 반대논리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시장경제논리로 포장한 최저가경쟁을 통해서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대의명분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의약계가 그동안 전문성 중심의 사고와 공급자 중심의 의사결정에 익숙해져 있기에 ‘소비자 중심사고’로의 전환을 용납하기 힘든 이유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의료공급자의 이익이 환자의 안전과 편익에 도움이 된다는 신뢰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제안들이 그 해결방안으로 보인다. 즉 분명히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고, 어쩌면 시대의 대세일 수도 있고, 역부족인 형세 판단을 전제로 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는 실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급자 공동체에서 어쩌면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 취급된다는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 회무를 수행하는 일원으로서 고민과 숙고의 노력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감시자본주의’라고 규정되고 있는 플랫폼의 폭력과 다수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부의 비급여관리대책의 폭력에 대하여 성찰해본다. 1980년에 헬기까지 동원되었던 폭력도 당시에 많은 국민들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고, 가해자들은 나름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있었다는 점을 되돌아본다.

최근 읽고 있는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2’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북아메리카 남단에 있는 플로리다반도가 미국에 흡수되기를 거부하고 독립된 국가로 발전하려고 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한반도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용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 패권 국가였던 중국 옆에서 우리가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선비 정신’이 중요한 토대가 되지 않았을까? 정파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오로지 대의와 국가, 백성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린 선비 정신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선비 정신이 있었기에 혹여 정부가 그릇된 길을 가더라도 곧 바로잡을 수 있었다.

우리 선조들의 ‘선비정신’으로 혹여 정부가 그릇된 길을 가더라도 곧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자기 직역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네 조폭과 같은 목적이 아니라면, 분명히 설득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로부터 의료인의 면허증을 부여받은 자들의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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