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까지, 지난 10여년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와 관련된 이슈는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대립으로 논의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정체된 상태다.
관련 법안이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 발의됐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와 ‘법률로 개인간 계약을 강제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 또한 계속 이어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 발의된 실손의료보험 청구 대행법(보험업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내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해당 개정안들을 보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요청에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서류의 전송업무를 위탁하는 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명시돼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10년 동안 의료계와의 갈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개정안은 무서울 정도로 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미 명문화된 법도 시대가 변하고, 처한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춰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판에, 명문화되지 않은 개정안이 10년 동안 같은 모습이라는 것에 의구심을 넘어 음모가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10년 동안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대한 논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는 청구간소화를 위한 서비스 제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우리나라는 이미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해 환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환경이 구축돼 있고, 이를 제공하는 회사도 존재한다.
지난 12일 열린 ‘민간(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지엔넷 김동헌 대표는 현 보험업법 개정 없이 청구 간소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지엔넷이 개발한 ‘실손보험 빠른청구’라는 프로그램이 소개됐는데, 해당 프로그램은 현재 상급종합병원ㆍ종합병원ㆍ병원ㆍ의원 등 모든 의료기관 청구를 지원하고 있고, EMR사 제휴로 출력물 없는 실손보험 청구 지원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법 개정 없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왜 나오는 것이고, 환자 편의를 왜 찾는 건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오히려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대한 생태계를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파괴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들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심평원이 중계업무를 맡게 되면, 이제까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해 노력해온 지엔넷을 비롯한 핀테크 회사들은 어떻게 될까? 자칫 잘못하면 이제까지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대한 생태계를 파괴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우를 저질러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