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06:02 (금)
과다 출혈로 사망한 아기 병사로 허위 기록한 의사 벌금형
상태바
과다 출혈로 사망한 아기 병사로 허위 기록한 의사 벌금형
  •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승인 2020.10.16 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법 “허위 사망진단서 작성은 유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
▲ 울산지방법원은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허위 기록한 의사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했다.
▲ 울산지방법원은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허위 기록한 의사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했다.

골수 채취 과정에서 동맥파열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지만, 사망진단서상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허위 기록한 의사 2명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달 11일 영아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두 의사 중 대학병원 교수 A씨에겐 벌금 500만원, 전공의 B씨에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10월 21일 경에 발생했다.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 등이 함께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 증세를 보여 골수를 채취하는 검사를 하는 도중 사망한 것.

영아의 사망 당시에는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부검을 통해 골수채취를 위한 천자침이 총장골동맥을 관통해 동맥파열이 됐고 이로 인해 저혈량성 쇼크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학병원 교수 A씨와 전공의 B씨는 영아의 사망진단서에 사망 종류를 ‘병사’로, 직접 사인을 ‘호흡 정지’로, 중간 선행 사인은 ‘범혈구감소증’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아가 저혈량성 쇼크에 빠져 사망했으므로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에 ‘외인사’로 기재해야 하며 ▲직접 사인에는 ‘심장마비’, ‘호흡부전’ 같은 사망의 양식(결과)을 기록할 수 없고 ▲범혈구감소증이 호흡 정지를 발생시킨 직접 원인이 아님에도 사망진단서의 직접사인에 ‘호흡정지’로, 중간선행사인에 ‘범혈구감소증’이라고 기재한 것을 들어 A씨와 B씨가 허위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A씨와 B씨는 영아의 사망원인이 진정 수면제의 부작용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총장골동맥 파열로 인한 출혈 때문이라는 것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영아의 사망 이후 유족이 진료기록을 복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영아의 부검도 예상되는 등 영아의 사망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인을 숨기기 위해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사건 사망진단서상 사망원인과 사망 종류가 실제 영아의 사망원인 및 내용과 상이하고, 의사들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인식이 있었지만 사망진단서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와 B씨의 주장처럼 사망 원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알수 없음’으로 기록해야한다”며 “사망 종류가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알 수 없을 때는 ‘불상’ 또는 ‘알 수 없음’으로 기록했어야 한다”고 의사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또한 “의사가 작성하는 진단서는 사회에서 높은 신뢰를 부여하고 있고, 특정인의 사인(死因)을 기재한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의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진단서 내용에는 진실성과 신뢰성을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와 B씨가 초범이고 ▲부검과 수사를 통해 영아의 사망원인이 명백히 밝혀졌으며 ▲의료계에서 관행적으로 ‘호흡정지’,‘심정지’ 등 사망의 현상을 사망의 원인으로 기록하며 사망진단서의 올바른 작성 방법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고 ▲A씨에 치료받은 환아의 부모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반영해 A씨와 B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수혈 준비 미비 등 의료진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