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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피그말리온(1913)- 꽃파는 거리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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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피그말리온(1913)- 꽃파는 거리의 공주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10.12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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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말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묘비명에 적힌 짧은 글 말이다. 이 한마디는 그의 인생에 대해, 다른 사람의 삶과 가치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현대 무용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사도라 던컨과의 일화도 많이 알려져 있다.

던컨이 우리가 결혼하면 당신의 머리와 내 미모를 닮은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고 청혼하자 내 못생긴 외모와 당신의 빈 머리를 닮은 아이가 태어날지 모른다고 응수했다는 설.

조지 버나드 쇼는 이런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한두 마디 말로 그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평가하기를 좋아했으나 평가받기를 바라지 않는 그를 배려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각설하고 쇼는 셰익스피어 이후 위대한 극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태어난 더블린은 당대 최고의 극작가 자리를 다투고 있던 오스카 와일드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피그말리온>은 그의 많은 작품 중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생명력이 긴 작품은 희곡이든 소설이든 시든 영화든 어떤 식으로든 사회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당시 영국 사회의 모순과 상류 지배층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더 사랑 받고 존중 받고 오늘날도 여전히 활발하게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신화에 따르면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왕이었다.

그런데 그곳 여성들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몸을 파는 것이 다반사여서 왕은 자기 나라 여자와 결혼하기를 꺼렸다. 이것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농간 때문이었으나 어쨌든 그는 혐오의 대상인 살아 있는 여자 대신 자신이 상아로 만든 아름다운 여인상을 더 아끼게 됐다.

얼마나 그랬으면 차라리 조각상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매달렸을까. 아프로디테는 그의 청을 들어줬다. 그래서 결혼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쇼의 <피그말리온>의 결말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히긴스 교수가 일라이자, 리자, 리자 둘리틀로 불리는 거리의 꽃 파는 여자를 공작부인으로 만들었으나 그와 결혼하는 해피 앤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쪽으로 이야기를 돌리면 리자는 18살 정도의 여자애다. 검은 짚으로 만든 선원용 모자를 쓰고 재생 털실로 만든 옷을 입고 있다.

몸은 더럽고 용모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한 마디로 으깨진 배춧잎 같은 개선돼야 할 점이 많은 선머슴 같은 여자가 리자가 되겠다.

그런데 이런 용모 말고도 그녀가 쓰는 말투로 그녀의 신분은 곧 탄로 난다. 공주나 공작이 아닌 천민이라는 사실이. 평생 빈민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그의 억양에 배어있다.

사투리 하나로 그가 영국의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3 미터 안까지 알아내는 음성학자 히긴스 교수와 역시 음성학을 연구하는 피커링 대령이 이 가련하고 불쌍한 소녀를 주목한다.

천박한 언어를 쓰면서 내뱉는 말은 비둘기처럼 구구대는 말밖에 없어 영어에 대한 모독을 일삼는 소녀를 육 개월 안에 대사의 가든파티에서 공작부인 행세를 하는 수준의 숙녀로 만들겠다는 것.

피커링은 그렇게만 된다면 쓰레기통에 있는 소녀에게 들어가는 수험료 등 비용을 기꺼이 내겠다고 내기를 건다. 그렇게만 된다면 히긴스를 이 시대의 가장 훌륭한 선생으로 대우하겠다고 부추긴다.

내기에 들어간 두 사람은 과연 그 기한 안에 정말로 천한 소녀를 숙녀의 품위로 끌어 올려 거리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우선 소녀는 깔끔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러기 전에 생전 처음으로 깨끗해지는 것이 끔찍한 목욕이라는 것도 한다.

그녀는 토트넘( 손흥민 선수, 더 많은 골 기대합니다)거리에서 꽃 파는 대신 가게 점원을 꿈꾸면서 그들이 가르치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믿고 발성 기관을 다듬기에 열심이다.

일라이자는 잘 따라온다. 그 어려운 발음에 성공하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

히긴스와 피거링이 종일 그녀의 입술, 치아, 혀에 대한 관찰을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아 있는 인형을 가지고 논 것이 아니다.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화시키기에 안간힘을 쓴 것이다. 이는 계급과 계급, 영혼과 영혼의 간극을 메우는 아주 숭고한 일이다.

드디어 시험일이 왔다. 연회가 열리고 고위인사가 속속 도착한다. 히긴스의 제자였던 지금은 32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최고의 통역사 네폼먹도 나온다. 그가 리자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내기의 승부가 결정난다.

그는 말한다. 둘리틀은 사기다( 이 대사에서 관객들은 히긴스의 내기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영국 여자 중에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여자는 없다. 그러자 히긴스가 밑장을 깐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평범한 런던 빈민가 소녀고 교육 덕분에 이렇게 됐다고.

그러나 네폼목은 한 수 더 떠 헝가리 왕족 출신임을 확신한다. 거기 모인 다른 우아한 신사, 숙녀들도 모두 둘리틀을 빅토리아 여왕 모시듯 우러러본다.

그러나 리자는 이 모든 것이 숨 막힌다. 절망하는 가운데 이렇게 울부짓는다. 난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나를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들었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

이 장면은 마치 입센의 ‘인형의 집’ 주인공 노라가 집을 나가기 전에 고민하는 것처럼( 실제로 쇼는 입센을 존경했다고 한다. 그의 영향을 받아 그의 극은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 입은 옷이나 행동하는 모습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그가 내뱉는 말에서 사람들은 그의 교양 정도를 알아 볼 수 있다. 천박한 언어를 쓰던 리자가 고급영어로 말을 하자 사람들은 그를 거리의 꽃파는 여자가 아닌 공작 부인, 나아가 왕의 딸 공주로 인식한다.
▲ 입은 옷이나 행동하는 모습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그가 내뱉는 말에서 사람들은 그의 교양 정도를 알아 볼 수 있다. 천박한 언어를 쓰던 리자가 고급영어로 말을 하자 사람들은 그를 거리의 꽃파는 여자가 아닌 공작 부인, 나아가 왕의 딸 공주로 인식한다.

그러면서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 않았다. 나를 숙녀로 만들어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야 하나. 나는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는다. 나를 발견했던 곳으로 그대로 나둬라. 어느 것이 내 것이고 어느 것이 아닌지 알려 달라.

이런 고민을 거듭하는 그녀는 이제 객체가 아닌 주체로 새롭게 태어난다. 감히 히긴스나 피커링에게도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들이민다. 그들에게서 배운 교양과 지식을 무기로 완벽한 영어를 쓰면서.

가령 이런 대사가 가슴에 남는다.

'숙녀와 꽃 파는 처녀의 차이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접받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 자신을 숙이고 그 대가로 모욕을 감수한다, 나는 당신 없이도 할 수 있다,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

속사포처럼 쏘아 대면서 이런 말도 한다.

'난 내게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관심 없다, 내가 말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당신은 더이상 내 선생이 아니다, 난 약간의 친절을 원한다, 난 천하고 무식한 아이이고 당신은 신사인 것을 안다, 이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 없이도 해낼 수 있으니까 당신은 태도를 바꿔 나와 화해 하려 한다.'

독자들은 이제 리자가 토트넘 거리의 꽃파는 소녀가 아니라 만찬이 열리는 대사관의 공작부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는 이런 삶에 만족했을까, 아니면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할까. 리자의 삶에서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리자가 더 이상 어떤 것이 삶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를 안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아는 리자의 앞길에 축복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내기의 결과로 태어났을 망정이라도.

한편 약방의 감초 역으로 등장하는 리자 아버지 둘리틀의 등장은 해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의 행동, 그의 언어는 살아 있는 쇼가 펼치는 마술의 세계와 진배없다.

: <피그말리온>은 친절한 책이다. 쇼가 그런 친절을 독자에게 베푼 것은 이 책에 대한 그가 갖는 애착의 정도를 말해 준다.

서문은 그렇다 쳐도 후일담까지 적지 않은 분량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것들은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잘 파악하라는 배려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오독 하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방지일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독자들은 본론을 읽고 나서 다시 읽기를 꺼릴 수 있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리 읽어 본다면 나쁠 것도 없다. 작가의 의도를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의 최고 대표작은 ‘인간과 초인’이라고 하나 가장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품은 <피그말리온>이다. 내기와 로멘스 등 호기심을 끌 만한 주제로 영국 신분 사회의 모순과 빈곤 문제 등을 정면에서 다룬 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극, 뮤지컬, 영화로 나왔다. 특히 1964년 조지 쿠거 감독이 만들고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마이 페어 레이디>는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받아 이 작품의 흥행성을 증명했다.

다른 사람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나 성적이 오르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기대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심리학적 내용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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