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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판결 이끈 ‘대피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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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임세원 교수 의사자 판결 이끈 ‘대피 동선’
  •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승인 2020.09.11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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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가까운 비상계단보다 더 위험한 복도를 선택한 것은 개인의 희생”

서울행정법원이 10일 고(故)임세원 교수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했다.

▲ 울행정법원이 10일 보건복지부의 고(故)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할 것을 판결한 가운데, 임 교수가 최후까지 동료들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했던 것것으로 밝혀져 그를 애도하는 이들을 더욱 먹먹하게 하고 있다.
▲ 울행정법원이 10일 보건복지부의 고(故)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할 것을 판결한 가운데, 임 교수가 최후까지 동료들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했던 것것으로 밝혀져 그를 애도하는 이들을 더욱 먹먹하게 하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임 교수가 환자의 흉기에 습격을 당하는 과정에서 동료직원에게 대피하도록 소리쳤지만, 이 행위만으로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직접적 구제행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 의사자 인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 임 교수는 피습 당시 동료들이 피할 수 있도록 소리친 것 뿐만 아니라 흉기를 휘두르는 환자를 유인, 동료들을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의 김민후 변호사가 법원의 선고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임 교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5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피할 수 있는 비상계단이 있었고, 바로 탈출해서 문을 잠그면 본인의 위해를 피해서 살 수 있었다”며 “비상계단이 아니더라도 대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가까운 거리에 본인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일부러 긴 복도 쪽으로 대피했다”면서 “복도 쪽으로 간 이유는 환자, 간호사가 있는 스테이션에 위험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러 스테이션 쪽으로 달려가서 손짓하는 장면이 CCTV에 나오는 것을 보면 임 교수는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더 위험한 동선을 선택한 것”이라며 “이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도망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한 본인의 희생임이 충분히 드러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당시 언론에 보도되고, 의사자 지정 논란이 있었을 때는 임 교수가 마치 도망가라고 소리쳤다는 것만으로 의사자 신청을 한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면서 “CCTV를 확인하고, 당시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었던 다른 의사도 직접 만나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임 교수가 위험한 동선을 의도적으로 선택했으며, 이는 명백하게 본인의 의지에 따른 희생임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영상 및 자료, 사건 재연 동영상 등을 재판부가 판결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복지부는 재판에서 임 교수의 행동에 대해 “자신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서 구조요청을 한 것이며,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상호협력 수준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복도 쪽 탈출 경로를 선택한 것은 본인에게 가장 용이했기 때문”이라며 “CCTV 상 고인이 쫓기는 상황에서 2~3초간 간호사를 응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사자 인정 거부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서면 의견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는 사실을 반대로 판단했을 뿐 아니라 사실 왜곡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항소 가능성에 대해 “새롭게 나올 논리가 없는 사건이고, 법리적인 판결이 중요한 사건”이라며 “1심에서 판사 3명이 판결한 부분이 2심에서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유리한 판단을 기대했다.

임 교수의 의사자 선정을 추진했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백종우 법제이사(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간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과 탄원서를 내는데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신 법원에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고 임세원 교수는 본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생명을 구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우리사회가 안타까운 죽음에 함께 애도하고 기억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무엇보다 기뻐할 유족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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