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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트루먼 쇼(1998)- 관음증, 이제는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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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트루먼 쇼(1998)- 관음증, 이제는 굿바이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6.02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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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의 역사는 깊다. 태초 이래부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이것은 사라지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나 TV, 연극 등의 단골 소재인 이유다.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집안의 소파에서 혹은 극단에서 주인공의 모습을 숨어서 본다. 그리고 대리만족을 얻는다.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물론 그 이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등이 그런 시도를 수도 없이 했다.

렌즈를 통해 일종의 훔쳐보기를 한 것이다. 대개는 여성이 대상이었고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공격했다. 벽의 벌어진 틈으로 목욕하는 여성을 보고 살인현장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눈은 대개 남성이다. 그러니 이런 항의가 어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루먼 쇼>는 보이는 대상이 남성이다. 바로 트루먼 버뱅크( 짐 케리)가 카메라의 눈에 걸려든 것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5천 대의 카메라 앞에서 몸을 드러냈다. 일거수일투족을 소수의 사람이 아닌 수억 명의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런 내용을 그는 나이 30살이 되도록 몰랐다.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그만은 왜 몰랐을까. 여기서 그가 모른 것을 탓해서는 안 된다. 그런 둔감한 정서를 꼬집기보다는 그를 훔쳐보는 수억 명의 눈을 질타해야 옳다.

거대한 세트장에서 그는 살고 있다. 작은 섬에 있는 그의 집, 출근하는 직장은 물론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감독의 지휘 아래 있다.

감독은 세트장 안에서 그를 지켜보면서 배우들에게 지시한다.

아무런 지시도 어떤 큐사인도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시콜콜한 장면까지 다 간섭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 감독은 트루먼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무려 30년 동안. 수억 명의 세계인들은 그런 모습에 열광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디 가능한 일인가. 관음증을 통해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이런 물음을 한다면 영화는 성공적이다.
▲ 감독은 트루먼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무려 30년 동안. 수억 명의 세계인들은 그런 모습에 열광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디 가능한 일인가. 관음증을 통해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이런 물음을 한다면 영화는 성공적이다.

차 안의 라디오에서 자신의 움직임이 생중계된다. 거리에서 좌회전하는 사실을 방송이 알고 있다. 놀랄 수밖에. 그런가 하면 죽은 아버지를 만나기도 한다. 그가 어릴 때 함께 배에 있던 아버지는 실종된다. 그는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것 역시 감독이 치밀하게 꾸민 연극이다. 그가 물 공포증 때문에 섬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

그는 잠자는 인형을 자신으로 대신하게 하고 밖으로 나온다. 감독은 7살 때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를 그의 집으로 보내는데 그는 이미 침대를 빠져나간 후다. 어릴 때부터 탐험가가 꿈이었던 트루먼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탈출을 꿈꾼다.

첫사랑 실비아도 거기에 있을 터.

그러나 그의 모험은 쉽지 않다. 그가 떠나려 할 때 감독은 파도를 일으키고 번개를 때려 배를 뒤집는다. 세트장 안에서 그는 죽을 수도 있다. 냉혈한 감독은 더 센 기상이변을 일으켜 그를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간다. 영화의 마지막은 트루먼이 비상구를 통해 섬 밖으로 몸을 들이미는 장면이다.

그때까지 그의 일상을 훔쳐보던 수억 명의 전 세계 시청자들은 더 이상 쇼를 볼 수 없게 된 것을 실망하기보다는 용기를 내서 자기 세상으로 들어가는 트루먼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무려 1만일 넘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이렇게 끝장난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방송국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떠난 빈자리는 누군가 대신할 것이다. 관음증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 그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청률을 높이고 관객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을 제2의 트루먼을 지켜보고 있는 당신은 죄책감 대신 어떤 대리만족을 느끼는가.

국가: 미국

감독: 피터 위어

출연: 짐 케리, 로라 리니

평점:

: 엿보는 대상이 여성 아닌 남성으로 바뀌었을 뿐 관음증을 소재로 사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그 의도가 선하고 결과가 좋다고 해도 이런 식의 보여주기는 현실에서는 선호되기보다는 외면받는다.

작은 섬,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 특별할 것 없는 일상. 그렇다고 그의 30세 인생이 시시한 것은 아니다. 가짜인 것도 아니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즐겁게 인사했으며 아내를 위해 잡지를 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객을 위해 친절한 상담을 할 때는 무척 진지했다.

그런 그가 모든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촬영의 책임자를 용서했을까. 어머니와 아내, 그의 친구는. 맥주를 마시고 사랑을 하고 인생과 진로를 함께 고민했다고 해서 트루먼은 이들을 용서했을까. 위로하는 척하며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했다고 그냥 넘어갔을까.

그러나 이 영화는 복수의 영화가 아니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영화이므로 복수 대신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가짜 대신 진짜를 그려내면서 인간의 선한 의지는 끝이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는 것은 트루먼의 임무가 아니다.

그가 문을 빠져나간 것은 쇼의 희생물이 더는 되기 싫었기 때문이며 자신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여지는 사생활이 아닌 자기만의 세상으로 뚜벅뚜벅 들어간 트루먼.

세트장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그는 무대 밖에서도 성실한 삶을 살아갈 것이고 떠났던 첫사랑을 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이것은 영화 밖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으나 관객들은 그런 상상을 하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트루먼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기대 때문에.

한편 숨어서 남을 훔쳐보는 엿보기는 질병임과 동시에 인간의 본능이고 이는 완전히 고쳐질 수 없는 난치병이라고 한다. 어떤 자극보다도 더 강력한 엿보는 시각의 자극. 이런 것과도 이별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런 날을 위해 미리 굿 모닝, 굿 애프너 눈, 굿 이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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