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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본에 의하면 십자로 째는 것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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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본에 의하면 십자로 째는 것으로 나와 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5.06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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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짚고 나는 문지방을 넘었다. 그리고 마루에 앉아 신발을 신었다. 절 마당에 내려섰을 때는 나도 모르게 절뚝거렸다. 허벅지 위쪽을 묶은 등산화 끈이 너무 조여왔기 때문이다.

부기나 통증은 아니었다. 다만  독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묶은 부위 주변에 피가 통하지 않아서 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차에 올라 탔을 때 간호사는 어디 한 번 보자는 눈짓을 했다. 그러면서 걷어 올린 바지 아래 사이로 보이는 정강이 쪽을 유심히 살폈다. 그 눈길을 따라 내눈도 아래로 향했는데 여전히 두줄로 흐르다 만 핏자국이 보였다.

피의 출발점 다시 말해 독사가 문 자국 역시 그대로였다. 부풀거나 벌어져 있지 않았다.간호사는 별 반응이 없었다. 놀라지 않았다. 다만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으로 우리들의 대화는 중단됐다.

걸어왔던 길을 차를 타고 가면서 스치는 풍광은 다를게 없었다. 몇몇 사람이 양쪽 옆으로 피하기 위해 멈춰 섰다. 그들은 그 자세로 차 안을 구경하기 위해 선팅이 된 차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표정은 호기심이 일렁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내가 그들이었다면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상태였을 거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 일찍 왔거나 조금 늦게 출발했다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시간 그 자리에 없었다면 독사에게 물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독사는 쥐를 잡아먹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굴속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하필이면 왜 그 시간이었을까. 어찌하여 꼭 그 시간이었을까.

뭐가 그리 급하다고 노란불을 보고서도 멈추지 않고 직진했을까. 그 때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역시 독사에 물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이 두서없이 이어질 무렵 차는 병원 앞에 멈춰섰다.

여름날의 시골 병원은 한산했다. 의사 몇 명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차에서 절뚝이면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이런 환자는 처음 본다는 듯 차안을 들여다 보던 길가의 사람들 같은 표정이었다.

앰블런스가 떠날 때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지 못한 것을 기억해 냈다. 앞자리 운전사에게는 몰라도 내릴 때 부축해 주었던 간호사에게만큼은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대답을 하기 전에 저쪽에서 걸어오는 의사와 눈을 마주치는데 급급했다.

환자는 나고 여기 있다고 아는 체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나는 진짜 환자가 된 것이다. 병원 마당을 걸어가면서 나는 시골 병원이 3층 건물이구나 생각했다.

빛바랜 회색 건물은 논을 메운 곳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한눈에 건물의 외관이 다 들어왔다. 병원이 한 가운데 있고 주변은 논이었는데 논에는 모가 심어져 있었고 모는 자리를 잡아 제법 풍성한 상태였다. 그 순간 나는 지금이 여름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상기했다.

준비된 매트리스에 눕자 의사가 한마디 했다. 교본에 따르면 뱀에 물렸을 경우 십자로 짼다고 나와 있습니다. 의사는 시골 의사답지 않게 정확한 표준말과 발음으로 이렇게 설명인지 혼잣말인지 말을 했다.

그것은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한 사전 질문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하겠다는 통보였다. 나는 그러지 않고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이 말은 차 안에서 생각해 낸 것이다.

의사가 어떤 처치를 내리면 나는 그 외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어볼 심산이었다. 가능하면 입원이나 그런 거 없기를 바랐다. 대충 쉽게 할수 있는 방법을 원했던 것이다.

의사의 표정은 확고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나는 소독만 하고 약을 먹는 방법은 안 되느냐고 재차 물었다. 상처 부위가 부어오르지 않고 독이 퍼진다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경을 자극해 흐르는 피를 굳게 해 의식 마비를 가져오지도 않는다는 확신이 섰다. 나는 잠시 대답하기 위해 멈춘 의사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상처가 어떤 상태인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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