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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파견 공보의에 방역가스 살포, 인권유린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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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파견 공보의에 방역가스 살포, 인권유린 '경악'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3.19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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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협 "인권침해 방지할 구조적 대책 필요"
의협 “공보의 제도, 원점서 재검토해야”
▲ 대구ㆍ경북지역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공보의의 방 안으로 방역가스를 살포했다는 소식에 의료계가 경악하고 있다.
▲ 대구ㆍ경북지역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공보의의 방 안으로 방역가스를 살포했다는 소식에 의료계가 경악하고 있다.

대구ㆍ경북지역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공보의에게 일부 섬 주민들이 항의를 넘어 인권유린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해당 공보의가 관사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피할 새도 없이 방 안으로 방역가스를 살포하는 등 통상적인 방역 과정과 다른 행태를 보여 의료계가 경악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김형갑)에 따르면 전라남도의 한 섬에 파견된 공보의 A씨는 ‘코로나 19’ 감염병이 심각하게 확산된 대구 지역에 파견됐다가 원래 지역으로 복귀했다.

공보의 A씨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것을 알게 된 일부 섬의 주민들은 ‘대구 의사가 왜 여기에 왔느냐’, ‘섬 사람 다 죽일 일이 있느냐’라고 보건지소 내에서 민원을 넣겠다고 항의했다.

심지어 해당 공보의가 있는 방의 문을 별다른 설명 없이 열어달라고 세차게 두들긴 후 문을 열자마자 피할 새도 없이 방 안으로 방역가스를 바로 살포했다.

이는 통상적인 방역 과정과 분명히 다른데다 타과 공보의가 있던 방은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대공협의 설명이다.

사건이 벌어지자 대공협과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가 당국과 접촉해 해당공보의의 보호를 위해 즉시 섬에서 나올 수 있도록 협의했으나 의료공백을 이유로 거절당했고 결국 공보의 A씨는 4일 동안 섬에서 불안한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대공협은 “방역가스 살포를 당한 해당 공보의는 응급대기가 존재하는 섬의 사정을 고려해 미리 진료를 개시한 것”이라며 “현재 전화 처방 등 일시적인 방법이 허용돼 일상적인 환자에 이를 적용하고, 응급상황시 철저한 감염관리 수칙 아래 진료를 보기 위해 복귀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대공협 김형갑 회장은 “국민들 시각에서 불안한 것에 대해서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며 “즉 이번 일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부족과 공보의 배치와 파견과 관련 사려 깊지 못한 행정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섬에서 발생하는 공보의들의 고충이 이번 일 뿐만이 아니라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며 “섬에서 근무하는 공보의의 인권침해 사안의 해결을 위해 복지부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소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도 이번 일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악했다.

의협은 “대구지역으로 파견을 다녀온 공보의의 숙소로 방역직원이 들이닥쳐 강제적으로 방안에 방역가스를 살포했다”며 “항의를 받은 전라남도 행정당국은 원래 예정된 방역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치과와 한의과 공보의 숙소에는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사람을 방안에 그대로 둔 채 방역가스를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해당 지역은 보건지소 이외에 의료기관이 없는 섬으로 두 명의 공보의가 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며 “한 사람이 차출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 쉬지 못하고 계속 근무를 해야 돼 차출이 어렵다는 점을 당국에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그간 격무에 시달린 다른 공보의를 위해 선택사항인 2주간 자가격리를 포기하고 근무에 복귀했으나 주민들은 대구를 다녀온 의사가 진료를 한다는 이유로 동요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가장 큰 책임은 행정당국에 있다. 당사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섬의 근무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어떤 대책도 없이 인력을 차출해, 업무의 부담을 고스란히 공보의들에게 전가했다”며 “차출이 된 공보의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포기하고 조기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주민들은 크게 동요했다”고 지적했다.

또 의협은 “젊은 의사를 잠깐 스쳐지나가는 소모품 정도로 여기고 마음대로 부려먹으면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지자체의 ‘싼값으로 젊은 의사 100% 활용하기’ 제도로 전락해버린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이제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협은 “공보의 제도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공보의를 지자체에 배정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매년 각 지자체로부터 공보의 운용 계획과 현황을 보고받아 점검하는 등 정기적으로 조사해야한다”며 “문제가 있는 지자체에는 공보의 배정을 철회하는 초강수를 통해 이번 전남 여수에서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의협은 복지부와 전라남도, 여수시 당국에 “전라남도와 여수시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해당 공보의와 대공협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또 “복지부는 공중보건의사 제도 운용과 관련한 각 지자체의 연례 계획서와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해 지자체의 공보의 운용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인원 배정을 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이번 사건은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지역 파견을 다녀온 의료진에 대한 혐오가 발단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라며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의료진의 사기를 꺾고 적극적인 진료를 저어하게 해 코로나19 사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이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며 “만약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에는 13만 의사는 감염병과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후배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기 위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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