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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요양급여 착오청구에 업무정지는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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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요양급여 착오청구에 업무정지는 과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3.2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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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경배제 대상 ‘속임수 사용’에 포함되지 않아...‘재량권 남용’ 판결
▲ 단순 착오청구에 대해 업무정지 최고한도인 50일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 단순 착오청구에 대해 업무정지 최고한도인 50일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단순 착오청구에 대해 업무정지 최고한도인 50일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의원을 개설ㆍ운영하고 있는 의사 A씨는 조사 대상기간을 2014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그리고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로 정해 복지부로부터 요양급여 부당청구 여부 등에 관한 현지조사를 받았다.

복지부는 현지조사 결과를 기초로, ‘A씨가 보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 합계 2천여만 원을 부담하게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50일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업무정지처분 사유는 ▲비급여 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 등이다.

이에 A씨는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의 처분사유에서 문제가 된 요양급여 비용청구는 개원초기 고시기준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건강검진과 연계되지 않은 별도의 진료를 한 후 진찰료를 청구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 사건 고시기준은 건강검진과 관련이 없는 진찰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복지부는 건강검진과 무관한 진료가 실시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부당청구로 판단, 처분사유로 삼았으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프로그램 착오로 이중청구가 발생했던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비급여 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와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의 처분사유도 전자차트 관리회사가 프로그램의 오더 제작ㆍ설정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사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관리부실에 기인해 착오가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 어느 한 기관이라도 이중청구 사실을 A씨에게 알렸더라면 즉시 수정할 수 있었을 것인데, 양 기관이 1년에 한 번만 청구정보를 공유한 탓에 이중청구가 1년 동안 누적된 이후에야 해당 오류가 지적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의원에서 사용한 진료차트 프로그램은 요양급여의 전산청구시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수가ㆍ약가ㆍ병명의 내용이 코드화돼 있다”며 “프로그램 사용자는 진료행위ㆍ약ㆍ재료대 등을 사용자의 환경에 맞게 결합해 코드로 만들고, 진료실에서 해당코드를 바탕으로 오더를 내려 진찰행위를 전산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2014년 3월경부터 매월 비용을 지급하며 프로그램의 사전점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해당 프로그램의 관리직원은 2014년 11월경 점검을 진행하면서 묶음코드 설정 이상을 발견하고 수정해줬다”며 “관리직원은 2015년 2월경 A씨의 방문요청을 받고 2차례에 걸쳐 방문점검을 했으나 점검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씨는 각 처분사유를 인정하되, 프로그램의 오류로 인한 착오청구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해당 확인서를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볼 특별한 사정에 대한 주장ㆍ증명이 없다”며 “부당금액의 구체적인 산출내역이나 액수를 다투는 취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감경배제사유로 속임수를 사용한다는 것은 비용 청구 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거짓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행위의 태양이나 경위에 비추어 이를 위 규정이 속하는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러한 사정 및 이 사건 처분사유에서 문제된 금액이 원고의 부당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사유의 동기나 비난가능성 또한 처분과정에서 참작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지난 2017년 12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ㆍ정 실무협의체’에서 착오 등의 부당청구에 대해 요양기관이 부당청구 여부를 자율 점검하고 부당이득을 반납하는 자율신고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 논의된 것을 언급했다.

해당 실무협의체에서는 심평원이 요양기관에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의 가능성을 인지해 해당 요양기관에 그 사실을 통보하면 요양기관이 자체 점검한 후 결과를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자율점검 제도를 규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11월 1일부터 해당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비록 위 제도는 이 사건 처분사유 발생 이후 시행되어 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아니하나, 위 제도의 목적이나 취지에 비춰보면 단순한 요양급여비용 청구 프로그램상의 착오로 인한 부당청구는 위 자율점검 제도를 적용할만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위반의 동기 및 정도를 참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복지부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이중청구해 매월 수령한 금액에 비해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발생할 손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이중청구는 건보공단, 심평원의 확인절차에 의해 쉽게 확인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A씨가 고의로 이중청구를 할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를 하게 된 것은 단순한 착오에 의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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