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16:37 (금)
구충제 열풍에 몰락하는 전문지식
상태바
구충제 열풍에 몰락하는 전문지식
  • 의약뉴스 김홍진 기자
  • 승인 2020.01.29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藥 최지선 학술위원장 “경험했다고 전문가 될 수 없어”
믿고 싶은 것 믿는다...확증편향적 사고 유의해야
전문지식인 국민 위해 냉정하게 자리 지킬 것 강조
▲ 경기도약사회 최지선 학술위원장이 펜벤다졸 열풍을 통해 나타난 현 시대의 무분별한 정보와 소비자의 확증편향적 사고에 우려섞인 메시지를 던졌다.
▲ 경기도약사회 최지선 학술위원장이 펜벤다졸 열풍을 통해 나타난 현 시대의 무분별한 정보와 소비자의 확증편향적 사고에 우려섞인 메시지를 던졌다.

펜벤다졸로 시작된 구충제 열풍이 알벤다졸 등 인체용 구충제로 번지면서 그에 대한 효능은 항암에서 비염, 알레르기, 당뇨 등 만성질환에 까지 퍼지고 있다.

전문 지식인들은 의사, 약사 등 각자의 직함을 내밀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실어 나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 등의 발달이 전문지식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약사회(회장 박영달) 최지선 학술위원장은 경기도약사회지 1월호 칼럼 ‘펜벤다졸에 투영된 전문지식의 몰락’을 통해 인터넷의 파급력에 대한 주의를 던지며 시대에 맞는 합리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위원장은 “어떤 일을 겪었다고 해서 그 일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에 넘쳐 나는 건강정보, 기적과도 같은 치유법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며 “전문가의 견해나 이미 확립된 ‘전문지식’조차도 인터넷을 통해 검색 해 봤거나 경험한 ‘의견’으로 서슴없이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터넷에 ‘사실’로 알려진 것들도 실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라며 “개국약사라면 누구나 한두번쯤은,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며 증상에 맞지도 않은 엉뚱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환자를 경험 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확증편향’에 의한 사고에서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이미 믿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증거만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경향이 낳은 행동패턴이라는 것.

펜벤다졸 열풍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조 티펜스는 최근 모 언론의 인터뷰에서 현재 공개된 CT영상은 자신의 것이 아니며, 병변은 전신에 퍼진 것이 아닌 폐와 간에 국한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키트루다’라는 미국의 지미카터 전대통령의 피부암을 완치시킨 약물의 임상실험자였다.

그럼에도 그는 개 구충제가 자신의 폐암을 치료한 약물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 확증편향의 전형적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이 같은 확증편향적 사고는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과 관심이 집중됐던 개그맨 김철민 씨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그는 조 티펜스와 같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병이 호전된 이유가 방사선 치료나, 식탁에 놓여진 채 방송에 노출된 표적항암제 ‘이레사’가 아닌 개구충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항암 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아무런 근거 없이 단지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개구충제가 암 수치 개선의 50%정도 비중을 차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 같은 인터넷 정보들의 가장 큰 특징을 ‘지속성’으로 꼽았다.

신문, 잡지 등 종이로 전달되던 정보와 달리 검색을 할 때마다 꾸준히 튀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다수의 의견이 사실과 마찬가지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환경이라는 것으로,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여러 사람이 비슷한 맥락으로 올리면 ‘이건 뭔가 있나보다’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더 나은 이론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반복해서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것이 실험실적 입증을 거친 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편향을 없애기 위한 여러 장치를 거쳐 만든 임상시험을 신뢰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임상시험은 단지 약을 복용해보고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위원장은 “일부 사람들이 ‘자가임상실험’이라는 명목 하에 임의로 약물을 투약 후 ‘머리가 맑아졌다, 컨디션이 좋아졌다, 환부가 시원해졌다’와 같은 속설을 퍼뜨린다”면서 “여기에 얼굴과 목소리가 더해지는 영상은 그릇된 신빙성마저 더해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된 환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하더라도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문가들의 충고가 늘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렇지만 대중이 합리적 판단과 현명한 소비를 위해 전문가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