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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다나베파마의 황당한 갈지자 행보라디컷 급여 협상 철수...배경엔 캐나다 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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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6.12  06: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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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까지 마련한 예비부부가 파경을 맞이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세심하게 고른 혼수를 맞이하던 날, 한 쪽에서 보다 능력 있는 상대를 만났다며 파혼을 선언한 것.

이럴 때 우리는 파혼의 이유를 신혼집이나 혼수 탓이라 하지 않는다. 더욱이 경제력을 파경의 원인으로 지목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황당한 일이, 고귀한 생명과 관련된, 의약품의 접근성 향상을 논의하는 약가협상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견차를 좁혀가며 마지막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나라보다 시장 규모가 큰 다른 나라에서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기협상 내용을 뒤집고 나선 것.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판을 깬 이 업체는 오히려 환자접근성을 운운하며 ‘약가 기준에 견해 차이’를 파국의 이유로 지목했다.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은 ‘자연의 소중함과 인류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 ‘우수한 의약품을 통해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파마(대표: 요시이 나리히코)다.

◇갑작스러운 라디컷 급여협상 철수...배경엔 ‘캐나다 약가 협상’

지난 7일,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치료제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과 관련한 약가협상에서 철회한다고 밝혔다.

치료 옵션이 다양하지 않은 국내 ALS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급여 절차를 추진했으나, 국내외에서의 약가 기준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타깝지만 고심 끝에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라디컷의 환급형 RSA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공개되지 않는 실제가격과 표시가격의 차이를 제약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제도다.

약평위를 거쳐 표시가격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 된 만큼, 사측이 밝힌 ‘국내외 약가기준에 대한 견해 차이’란 실제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양측의 이견 차이는 ‘실제 가격’에 있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는 이미 이견차를 좁혔던 ‘표시가격’을, 권한이 없는 공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상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유는 지구 반대편 캐나다에서 진행된 약가협상에서 한국의 표시가격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2017년 5월, 캐나다 보건부는 국제 약가비교 참조국 바스켓을 변경하며 비교적 제약사들에 우호적인 미국과 스위스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깐깐한 우리나라를 추가했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는 기존의 표시가격을 ‘적절한 수준’이라고 판단했었지만, 시장 규모가 더 큰 캐나다에서 약가협상을 진행하다보니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이미 합의한 표시가격의 수정이 필요했다.

무리한, 혹은 무례한 요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다나베파마는 마치 이견차이가 ‘실제가격’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교묘하게 화살을 돌렸다.

◇’인류의 건강에 대한 생각‘을 앞섰던 '국제 감각'...’접근성 향상‘ 진정성 의문
미쓰비시다나베파마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업체의 기업이념은 ’자연의 소중함과 인류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으로서 우수한 의약품을 통해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또한, 채용공고에 공지된 인재상은 ’성실성, 도전정신, 올바른 윤리관, 변화 적응력, 전문성, 국제 감각‘이다.

이번 약가협상에서 미쓰비시다나베파마는 ’인류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념보다, ’변화 적응력‘과 ’국제 감각‘이라는 인재상이 더욱 빛났다.

사측에서는 약가협상 철수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치료제의 판매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분들의 치료 접근성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며 “환자분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체적 공급가격 조정 등 환자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이 확인한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협상 결렬의 배경에 ’표시가격‘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자체적 공급가격 조정‘이 얼마나 현실적일지 의문이라는 것.

정부 관계자도 이 같은 행태에 쓴 소리를 던졌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외부적적으로는 환자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환자 우선이라 볼 수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일갈했다.

나아가 ”(지금의 상황이)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마치) 정부가 협상에서 비타협적 자세를 보인 것처럼 자료를 낸 것은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 ’코리아 패싱‘ 현실화 우려...RSA도 별무소용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우려했던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 됐다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은 나라임에도 고시가 제도를 통해 다른 나라들보다 투명하게 약가를 공개하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의 약가를 참조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약가협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그간 업계에서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던 위험분담계약제도마저 무용지물이 됐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제든 타국의 상황과 제약사들의 입맛에 따라 잘 진행되던 협상도 엎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됐다는 것.

다른 한 측에서는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이윤을 쫓는 제약사들의 횡포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적도 있다.

’환자 접근성‘을 앞세워 마치 모든 약이 반드시 건강보험에 등재되어야만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이상,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과 의약품의 비용 효과성이 핵심인 ’선별등제제도‘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건을 둘러싼 ’코리아 패싱‘ 논란 그 어디에도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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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sjh118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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