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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16:37 (금)
그것은 하나의 섬으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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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하나의 섬으로 존재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3.06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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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자루를 한쪽에 치워놓고 수영을 할 때면 너나없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수다가 이어졌다. 땀에 젖은 몸을 물을 담그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그는 그런 여름을 싫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 해변은 그럴 수 없었다. 발이 바닷물에 젖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것은 오염 때문이었다.

파란 바닷물이 아닌 검은색 혹은 황토색의 물색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청소팀은 우리가 게을러서 그렇다며 더 열심히 쓰레기를 치웠다. 하지만 치우는 속도보다 버려지는 양이 훨씬 더 많았다.

도저히 그것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팀은 절망했다. 뜨거운 태양과 습한 바람에 녹초가 되어 잠시 그늘나무 아래서 쉴 때면 그들은 자신들이 쓰레기와의 싸움에서 최종적으로 패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쉽게 눈을 감지 못했다.

10분 정도의 단잠은 다음 일을 위한 원기 회복에 좋았으나 팀원들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한 5분 정도 앉거나 누워 있다가 바로 마대 자루를 들고 일어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팀원 중 누군가가 집게를 들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쓰레기 치우는 일은 한 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 일을 사명감으로 해나가고 있었다. 자신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바다는 곧 죽게 되고 삼면이 바다인 국민들도 차츰 그렇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막중한 임무에도 불구하고 당국이나 일반 국민들은 그런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간혹 쓰레기의 조명하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더 많이 먹고 입고 쓰는데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성장률에 집착했으며 넘쳐나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겼다.

에어컨은 무조건 추울 정도로 온도를 유지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쓰는 전기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아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그것이 선진국이며 그 속에 사는 국민들은 당연히 그런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여름에 시원하게 지내는 것을 탓해서는 안됐다. 전기 사용량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면 언론은 석탄발전소를 더 짓고 원자력 발전소를 전국에 13개 이상은 신규로 건설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처라고 했다. 그들의 용역을 받은 연구진들은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것을 받아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환경과 쓰레기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그들은 에어컨 있는 곳에는 발도 딛지 말라고 위협했다.

팀원들은 올해 들어 쓰레기가 더 많이 쌓이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산을 이루었고 그것이 더 올라갈 수 없게 되자 바다로 밀려들었다.

묻거나 태우는 것으로는 어림없었다. 바다에 산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섬으로 존재했다. 섬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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