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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12:11 (금)
내일에는 더 많은 쓰레기를 버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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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는 더 많은 쓰레기를 버려 주세요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0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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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자신에게 쓰레기 청소만큼 적합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했다.

왜 진작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는지 뒤늦은 후회를 할 정도였다. 그는 직업이 천직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직업은 늘 바뀔 수 있고 더 좋은 직업을 찾아 헤매는 것은 파리가 썩은 고기를 찾는 것과 같은 것 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하늘이 준 직업인 쓰레기 치우는 일 말고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은 지구상에 없다고 그는 확신했다. 아침 여섯 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는 9시에 시작하는 쓰레기 일을 7시부터 시작했다. 더 일찍 하고 싶었으나 동료들이 그러지 말라고 타박했다. 네가 열심히 하면 우리들이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힌다는 이유에서 였다.

사실 동료들도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일과 중에는 허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쓰레기 줍는 일에 몰두했다. 꾀를 내거나 빈 자루만 들고 왔다 갔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남편이 워낙 열심히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는 동료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그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먼저 청소를 시작했다.

집합장소인 해변가에 도착하기 두시간 전에 즐비한 횟집 앞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다. 그는 처음에 가게 앞이 그렇게 지저분한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 크게 화를 냈다.

자신의 집 앞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이 손님에게 과연 깨끗한 회를 내오고 깨끗한 밥을 해줄지 의문이었다.

자기 가게조차 치우지 못하는 이런 가게가 망하지 않고 성업 중인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지저분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불쌍했다.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

좌판 앞의 지저분함을 그대로 두는 게으른 주인이 도마를 제때 소독하고 행주를 빨고 칼을 닦을지 의문이었다. 당연했다. 그런 주인은 1년 내내 도마를 한 번도 소독하지 않았다.

행주는 더러웠으나 손님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보아도 더럽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방금 전까지 살아 있던 것이 죽어서 식탁에 어서 오르기를 기다렸다.

싱싱한 그것의 감촉을 어서 빨리 느끼고 싶어 안달하는 그런 손님에게 주인이 도마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이제 주인이 이해됐다. 그 손님에 그 주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나자 남편은 청소에 더 열심이었다.

처음에 화냈던 것을 지금은 아주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 너무 깨끗하면 자신이 할 일이 없고 종국에는 직업을 잃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무보수 봉사도 있지만 아직은 벌어서 먹어야 할 나이다. 그러자 특히 지저분한 가게 앞에 서면 주인에게 속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해변가 청소만 해도 됐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제는 지저분한 것을 보면 치우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다. 그 것이 자신의 업무 범위인 해변가이든 범위 밖의 횟집 앞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쓰레기를 보는 족족 그는 치우는 작업을 한 시도 쉬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내일은 더 많은 쓰레기를 버려주세요.’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신바람이 났고 얼굴에는 성자와 같은 환한 빛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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