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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길게 이어져 능선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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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길게 이어져 능선에 다다랐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2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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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절대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나는 산정의 인공 구조물이 사라진 장면을 바라보았다. 낯설었다. 그곳은 사람이 무엇을 세우기 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저런 기암괴석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괴석을 자르고 깎고 평평하게 한 다음 시멘트를 발랐던 당시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왜 관악산에 악자가 들어갔는지 그 모습을 보고 이해가 됐다. 돌들은 신기한 모습으로 저마다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끝이 뾰족한 것도 있었고 둥글지만 크기가 뾰족한 것보다 월등하게 큰 것들이 사방으로 길게 이어져 능선에 다달았다.

그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특히 솟은 바위와 바위 사이의 작은 공간을 통해 수평선에 걸린 채 그대로 멈춘 석양이 반사되는 모습은 기가 막혔다.

구조물 대신 옛 모습 그대로라면 이곳은 석양을 촬영하기에 손가락에 꼽을 만한 명소가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포도주잔을 입으로 가져가 단번에 마셨다. 잔이 비자 순식간에 병이 하늘에서 내려와 빈 잔을 채웠다.

절대자는 아무 말이 없었으나 내가 사라진 구조물 대신 옛 모습에 더 흥미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절대자는 그렇게 주변에 쳐진 철조망과 구조물을 없애는 대신 그것이 세워지기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해 놓았던 것이다.

절대자는 아직 포도주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손에 잔을 들고 있지 않았으나 잔은 뻗으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거리와 높이에 있었다.

하지만 절대자는 잔을 잡는 대신 가부좌를 한 다리를 풀더니 나처럼 그네를 타는 듯한 자세로 다리 모양을 바꾸었다. 그러자 의자는 순식간에 그네가 되어 앞뒤로 흔들렸다.

흔들리는 그네에 앉자 석양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제 서야 정신이 든 나는 절대자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해야 할 시점이 바로 이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곁눈질로 절대자의 표정을 살펴보면서 더 늦기 전에 말해야 할 것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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