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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먹었더니 과연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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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먹었더니 과연 맛이 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1.16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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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는 신이 만든 가장 최고의 음료수라고 나는 조금 과장되게 말했다. 어떤 말이든 해야 하는 의무감이 이런 말이 나오게 했다.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증도 있었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것을 절대자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

만나자 마자 이것 해주세요, 저것 없애 주세요, 하고 말하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없는 절대자라 하더라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절대자의 세계에서도 인간 세상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 갖춰야할 태도가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절대자의 잔도 입가에 머물렀으므로 나는 한 모금 당겨 먹을 시점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먹었더니 과연 맛이 있었다.

단순히 맛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을 독자들은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맛의 구체적인 표현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보다는 절대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나의 표현은 언제나, 어디서든지 들을 수 있는 것이고 절대자의 그 것은 지금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자는 맛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 것은 절대자가 술 맛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있는 절대자가 기껏 포도주 맛을 알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절대자는 왼손에 든 지팡이를 위로 들어 올려 수평이 되게 한 다음 저물어 가고 있는 태양을 가리켰다. 저 해가 내가 보기에 좋구나, 그러니 좀 더 머물러 있어라.

절대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들었던 지팡이를 다시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수평선에 걸려 있던 해는 수그러들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해를 그 자리에 멈추게 할 수 있는 절대자의 초능력에 한 번 더 놀랐다.

절대자 역시 보아서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약했던 것이다. 절대자는 해를 그런 상태로 머물게 하고는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절대자의 눈을 가까이서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감히 쳐다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절대자의 눈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지 못했다. 절대자의 눈에서는 흔히 말하는 듯 한 광채가 어렸다.

그러나 그 것은 강렬하기 보다는 밤하늘을 밝히는 별처럼 은은했다. 마주 보아도 눈을 피하지 않으면서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깊고 투명했는데 이 역시 한마디로 어떤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감히 마주 보기 있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만은 분명히 밝혀 둔다.

하지만 나는 절대자와 눈싸움이라도 하 듯이 한 동안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 것은 살인자의 눈빛을 대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나는 각개전투로 전선에서 수 십 명을 죽인자의 눈길에도 정면으로 맞선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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