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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빛 약현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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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11.07  10: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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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현 성당에도 가을이 물들었다. 바람이 불자 낙엽이 떨어졌다. 오래된 느티나무 잎이었다. 줄이 끊 긴 연처럼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내려와 땅에 앉았다.

그 위로 막 지기 시작한 태양이 머물렀다. 마당 뜰은 고즈넉했다. 여유가 있는 근처 직장인 두 서넛이 주변을 돌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누군가는 유심히 건물을 살펴보았다.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했지만 포근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돌았다. 문밖성당, 성 요셉 성당으로 불렸던 천주교 서울대교구 중림성당은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며 로마네스크 양식의 첫 건물이다. 고딕의 흔적도 보인다. 충분히 사적으로 지정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건물이다.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랑스 코스트 신부가 설계를 맡았다. 한국인 건설업자가 중국인 벽돌공을 고용해 1891년 착공해 1893년 완공했다.

열려있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반원형 아치형의 창문으로 햇살이 비쳐 들고 있었다. 스테인리스글라스의 멋스러움이 어느 서구의 성당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보기에 좋았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앞뒤로 발길을 옮기면 구둣 발자국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일부러 없는 죄라도 지어서 고해성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마침 그런 장소도 있다. 그러나 열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러고 싶지 않은 변덕스러움 때문이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해는 더 기울어져 있고 낙엽은 더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왔을 때 오래된 성당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무언가 빚진 자들이 성찰하기에 딱 알맞다. 오래된 건물에서는 낡음이 아닌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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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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