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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공중에 떠 있도록 할 재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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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공중에 떠 있도록 할 재간은 없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1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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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두 갈래였다. 갈림길에서 잠시 멈춰 섰다가 바로 방향을 옆으로 틀었다. 가던 길 대신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계곡으로 가기 보다는 산길로 몸을 돌렸다. 그 곳은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었고 사람들이 오고간 흔적이 있었다. 그 흔적 길을 따라 가는 것이 힘이 조금은 덜 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은 있는 힘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은 계곡 길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산은 벌써 계절을 바꿔 타고 있었다. 가을이 깊숙이 다가 오고 있었다.

성질 급한 녀석 가운데 일부는 벌써 몸을 붉게 물들였다. 노란 것도 있었는데 이런 것들은 대개 잎이 넓은 활엽수의 일종이었다. 붉은 것과 노란 것을 번갈아 보거나 같은 장소에서 보면 기분이 좋았다.

녀석들은 일찍 물들이면 일찍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 다투어 내가 더 붉다고 , 내가 더 노랗다고 뽐내고 있었다. 따라하는 녀석도 있었고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여름 색을 간직한 것도 있었다.

나무들은 저마다 였지만 공기는 한결같았다. 시원했으며 선선했고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 쌀쌀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세는 가팔라지고 숲은 더욱 짙어졌다. 이곳에서는 달릴 수가 없다. 산악달리기나 울트라 마라톤 선수가 아닌 이상 두 발 중 하나를 언제나 공중에 떠있도록 할 재간은 없었다.

그러니 두 손을 허리춤에 얻고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 앞만 보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앞질러 가는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내려오는 사람은 간혹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미련이 없다는 듯이 하산 길을 재촉했다.

지금 마주치는 사람들은 오전 산행을 위해 서두른 사람들이었다. 할 일을 남겨 두고 왔으니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평지처럼 달려왔다.

그들이 스쳐 지나갈 때 작은 먼지들이 피어올랐고 땀 냄새가 약수처럼 흘러 나왔다. 산행이 오랜만이라 그런 것들이 신기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어두운 곳을 지나고 긴 계단을 한 참을 오르자 멀리 능선으로 통하는 길이 밝게 보였다. 눈에 보이지만 저기 까지는 3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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