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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에자이 렌비마 ‘퀄리티’로 따져보자간암 1차 치료제 진입...넥사바에 ORRㆍPFS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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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10.11  06: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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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치료반응이 좋을 때 이는 앞으로의 치료 예후 및 다른 치료법으로 전환 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의료계의 의견이다.”

지난 8월,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바이엘) 이후 10년 만에 간세포암 1차 치료제가 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 에자이)의 미디어 참고자료 마지막 문장이다.

일반적으로 ‘근거중심’을 내세우는 제약사의 보도 참고자료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다소 생소한 표현이다.

의견의 주체를 일반화함으로써 오히려 주체가 다소 모호해지는, 다시 말해 주장의 근거가 부족해 보일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에자이가 ‘의료계의 의견’이라고 일반화한 문장의 근거로 제시한 주석도 궁색한 면이 있다. Liver Cancer지 편집장인 마사토시 쿠도 교수의 사설을 근거로 내세운 것.

이 사설에서 쿠도 교수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몇 가지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근거들을 바탕으로 나온 주장은 어디까지나 ‘의료계의 의견’이 아닌 쿠도 교수 개인의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자이의 이 같은 항변에는 설득력이 있다. 다소 과하게 일반화한 경향이 있음에도 잘못된 주장은 아니거니와 렌비마의 권고등급을 둘러싼 논쟁의 이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넥사바 넘어선 렌비마, 하지만...
이 문장에는 직접 비교 임상(Head to Head)을 통해 넥사바보다 개선된 효과를 입증하고도 국내 권고등급에서 밀린 렌비마의 억울함이 담겨있다.

렌비마 보다 10년을 앞서 간세포암 분야에 최초로 등장한 표적항암제 넥사바는 출시 초기에는 임상을 통해 확인된 반응률이나 생존율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았다.

하지만, 출시 후 10년간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맹렬하게 도전했음에도 그를 넘어서는 약제는 등장하지 못했고, 그럴수록 넥사바의 가치가 재평가됐으며, 또 그만큼 위상도 높아져 10년간 '유일한'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장기집권하는 배경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 렌비마다. 넥사바와 직접 비교한 3상 임상 REFLECT를 통해 보다 개선된 치료효과를 입증한 것.

렌비마 역시 이 연구에서 1차 평가 변수인 전체 생존기간(중앙값, 13.6개월vs12.3개월)의 우월성까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2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7.3개월vs3.6개월)과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TTP, 8.9개월 vs 3.7개월)은 두 배 이상, 객관적 반응률(41%vs12%)은 세 배 이상 개선된 효과를 보여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비마는 대규모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무작위 대조 시험)를 통해 입증된 2차 치료옵션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넥사바(A1)과는 달리 A2라는 권고등급을 부여받았다.

◇“2차 치료 옵션 여부보다 ‘퀄리티’에 주목해야”
넥사바는 지난 10년간 간세포암 1차 표적치료에 있어 유일한 표준치료제였다. 덕분에 10년 동안 넥사바 치료 실패 이후에 시도 가능한 치료 옵션들도 적지 않게 마련됐다.

대표적인 예가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 바이엘)다. 넥사바와 스티바가는 모두 3상 임상에서 나타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10개월 안팎이었지만, 두 약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할 경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6개월까지 확대됐다.

렌비마가 넥사바와 1차 치료에서 단독으로 맞서 1개월 가량 생존기간 향상 효과를 나타냈음에도 2차 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권고등급에서 밀린 결정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속 치료 옵션의 유무로 권고등급에 차등을 두는 것이 옳은 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렌비마도 넥사바와 함께 A1으로 권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 REFLECT 임상의 주요 저자로 참여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파비오 피스칼리아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권고등급은 후속 치료 옵션의 유무가 아닌 임상연구의 ‘퀄리티’에 기반해야 한다”며 국내 가이드라인과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로 그는 “2차 옵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1차 약제를 선택하게 한다면, 약제가 환자에게 제대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감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종양크기 줄이는 렌비마, 후속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
오히려 REFLECT 임상 결과를 보면, 아직 대규모 RCT는 부족하다 하더라도 렌비마가 후속 치료의 효과는 물론 기회도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넥사바 대비 세 배 이상 높았던 객관적 반응률에서 나타나듯 렌비마는 실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어 2차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

피스칼리아 교수는 “예를 들어 색전술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10cm 이하여야 가능한데, 렌비마를 통해 10cm 이하로 줄어든다면 색전술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김지훈 교수는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은 환자에게 치료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으로 치료를 지속하는 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에자이가 내세운 ‘의료계의 의견’이자 마사토시 쿠도 교수의 의견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자, ‘2차 옵션 부재’를 이유로 렌비마의 권고등급을 A2로 받은 에자이의 하소연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렌비마, 카보잔티닙 등 후속치료옵션 가능성 제시...결국은 급여가 걸림돌
비록 대규모 RCT는 부족하다 하더라도 렌비마 역시 여러 치료제들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렌비마의 고향(?) 일본에서는 스티바가는 물론 카보메틱스(성분명 카보잔티닙, 다케다),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오노) 등을 렌비마 실패 환자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넥사바도 렌비마 이후 2차 치료제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

이와 관련, 김지훈 교수는 “RCT로 입증된 2차 치료제가 있느냐는 학문적으로는 큰 문제이지만, 임상현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라며 “2차 치료제가 없다고 쉽게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일본의 사례를 언급한 그는 “바라건대, 스터디가 완성되기 전이라도 (가능성에 제시된) 약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측에서는 렌비마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2차 치료 옵션 부재라는 한계를 지적받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나라에 더욱 유리한 부분이 있는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REFLECT 임상의 주요 하위 분석에서 렌비마는 거의 모든 그룹에서 넥사바보다 우월한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에서도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렌비마는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나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 모두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13개월여로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는 것.

이와 관련 김지훈 교수는 “기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넥사바는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에서는 보다 개선된 효과를 보였지만,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에서는 효과가 조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오히려 사측에서는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환자에서도 넥사바보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더 길었는데, B형 간염 환자에 대한 효과를 내세우다 C형 간염 환자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는 너스레까지 더했다.

다만 B형 간염 간암 환자에 대한 렌비마의 데이터는 아직 포스터 수준에 그치고 있고, 전체 데이터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의 임상 연구와 REFLECT 연구의 하위분석 초록 등을 통해 B형 간염 간암환자에 대한 효과가 소개됐고, 전체 데이터도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게 사측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측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 임상현장에서 렌비마가 넥사바와 맞서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간세포암 1차 치료에 대한 급여 확대도 선결해야 할 과제지만, 국내 급여기준이 대체로 RCT에 기반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렌비마 이후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확보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에자이가 내세운 ‘의료계의 의견’이 실제 진료 현장에, 혹은 나아가 국내 급여기준에까지 반영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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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sjh1182@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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